증시 휘청·화폐가치 쑥.. 日·유럽 마이너스 금리의 역설

2016. 2. 1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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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금융주 직격탄.. 25% 빠져

[서울신문]엔화가치는 되레 상승 ‘초강세’
“마이너스 금리, 毒 있는 비상약…세계경제 패닉으로 이끌어” 비판

유럽과 일본이 경기 부양을 위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통상 금리를 내리면 시장에 돈이 풀려 자국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지만 일본과 유럽은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의 역설에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29일 사상 첫 마이너스 기준금리(-0.1%) 도입을 발표하자 닛케이225지수는 이틀에 걸쳐 4.1% 상승하며 화답했다. 엔·달러 환율은 120엔대로 오르며 연초부터 지속된 엔화 강세가 진정되는 기미를 보였다.

그러나 이달 들어 상황이 돌변했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우려와 달러 약세가 맞물리면서 기축통화 중 하나인 엔화의 가치가 다시 치솟았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1일 120.99엔에서 11일 112.42엔으로 열흘 만에 7% 이상 하락했다. 닛케이225지수는 9~10일 7.7%나 폭락한 데 이어 12일에도 4.84%나 빠져 1만 5000선이 무너졌다. 전날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1%까지 금리를 끌어내릴 수 있다고 밝혔지만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마이너스 금리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은행 등 금융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 최대 금융그룹 미쓰비시 UFJ와 스미토모 미쓰이의 주가는 이달 25%나 빠졌고 신세이은행과 노무라홀딩스 등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시기가 좋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환시장은 주식시장과 달리 한쪽이 이득을 얻으면 다른 쪽은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라며 “위안화 약세가 지난해부터 지속된 상황에서 마이너스 금리라는 초강수를 뒀으나 밀려오는 엔화 절상 압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마이너스 금리는 죽을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 독성이 있는 비상약을 쓰는 것과 같다”며 “지금 일본은 금융권 부실 위험이 있더라도 더 강력한 통화완화 정책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4년 6월부터 마이너스 예금금리를 도입한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12월 -0.2%에서 -0.3% 포인트로 0.1% 포인트 추가 인하를 단행했다. 그러나 달러에 대한 유로화의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3.98% 상승했고 유럽 12개국 우량주로 구성된 유로스톡스50지수는 20% 가까이 빠졌다. 특히 독일 도이체방크, 프랑스 BNP파리바,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 등 글로벌 은행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9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도이체방크는 내년 조건부 후순위 전환사채(이하 코코본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마저 나돌고 있다.

김정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이체방크가 2200억 유로의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어 부도 위험은 낮지만 그간 양적완화로 부실해진 유로존 은행의 건전성이 부각되는 등 풍선효과가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마이너스 금리가 은행 수익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도 “마이너스 금리가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이끌었다”고 비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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