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학 → 전파 → 중력파 망원경..진화하는 '인류의 눈'

박효재 기자 2016. 2. 12.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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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LIGO “중력파 확인”…우주의 비밀에 다가선 ‘역사적 발견’

인류는 태곳적부터 별을 보고 계절과 날씨의 원리를 체득하며 생존법을 찾았다. 17세기 망원경의 발명은 지구 밖을 보기 위한 인간의 노력에 새로운 시대를 열어줬다. 유리와 거울을 이용한 망원경은 전파, X선, 감마선, 열감지망원경 등으로 발전했다. 이제는 이론적으로는 볼 수 없는 블랙홀의 움직임까지 알아내는 수준에 이르게 됐다. ‘중력파’를 마침내 확인한 덕분이다.

국제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미국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력파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LIGO의 데이비드 라이츠 실험책임자는 “우주가 중력파를 통해 우리에게 처음으로 말을 걸어왔다”고 말했다.

질량을 가진 물체는 주변 공간에 ‘중력장’을 형성한다. 물체가 강력한 충격을 받으면 중력장이 일그러져 시공간에 미세한 변화가 온다. 만일 이 물체의 질량이 매우 크다면 중력장의 일그러짐, 즉 중력파를 관측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중력파는 아주 미세한 파동이어서 지금까지 확인된 적이 없었다.

LIGO 연구진은 터널형 연구시설에서 레이저를 서로 수직 방향으로 분리시켜 보낸 뒤, 거울에 반사된 빛을 다시 합성했다. 이렇게 해서 중력파를 만나 미세하게 빛의 경로가 바뀐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확인한 중력파는 13억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블랙홀 2개가 서로 충돌하기 직전에 생겨난 것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중력파의 존재를 예견한 이후 처음 이뤄낸 개가로 과학계는 평가한다. 중력파를 통해 과학자들은 블랙홀이라는 ‘볼 수 없는 존재’를 ‘보는’ 눈을 갖게 됐다. 질량이 큰 별의 생성과 진화, 우주 초기 천체들의 특성 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망원경을 처음 만든 사람은 1608년 네덜란드의 안경 제조업자 한스 리페르헤이다. 가게 앞을 지나던 아이들이 안경 렌즈 2개를 겹쳐 보니 교회 탑이 크게 보인다고 하는 것에서 착안했다는 일화가 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리페르헤이가 만든 것과 같은 망원경을 제작해 천체를 관찰했다. 갈릴레이는 1610년 망원경으로 목성 주위에 4개의 위성이 돌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요하네스 케플러는 굴절망원경을 고안, 망원경의 좁은 시야를 크게 넓혔다.

1931년 미국의 물리학자 칼 얀스키가 만든 전파망원경은 보이지 않는 세계까지 탐지할 길을 열어줬다. 이제 인류는 우주 공간에 직접 천문관측장비를 보내고 있다. 1990년 발사된 허블우주망원경, 2009년 발사된 케플러우주망원경 같은 것들이다. 일본 연구팀은 폐광 지하에 설치한 검출기로 우주에서 날아온 극미세입자인 ‘중성미자’를 찾아냈다. 중성미자 검출기나 중력파 관측소는 렌즈를 이어붙인 광학망원경이나 고전적인 원반형 전파망원경과는 다르지만 우주를 보는 새로운 길임에는 틀림없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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