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당 60원 유혹에 무너진 금기..근절되지 않는 1회용 주사기 재사용

음상준 기자,이영성 기자 2016. 2. 12.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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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기 재사용 금지는 의료의 기본중 기본..금전적 이유 빼놓기는 어려워 영양·비타민 주사제 처방 많은 의료기관일수록 비용 절감 커
© News1 장수영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이영성 기자 = 환자에게 C형간염처럼 돌이키기 어려운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이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 다나의원에 이어 올해 원주시 한양정형외과의원(폐업)과 제천 양의원도 주사기를 재사용했거나 그런 의혹을 받고 있어 국민들 우려가 커졌다.

일부 몰지각한 의료기관이 주사기를 재사용해 집단 C형간염이 발생해 공분이 일고 정부가 강력 대응을 예고하는 패턴이 반복되지만 근절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사기 개당 48~79원…연간 200만원 이상 절약

대다수 의사들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턴, 레지던트 5년간 수련 과정을 거치면서 감염관리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쌓는다.

주사기를 재사용하지 않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해 각종 혈액매개감염병이 전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의사가 의료계 금기로 여겨지는 행동을 하는 배경에는 금전적인 이유를 빼기 어렵다. 주사기는 개당 60~90원 정도로 비용 부담이 크지 않다.

하지만 주사기 재사용을 반복하고 연간 단위로 그 규모를 따져 보면 꽤 많은 금액을 줄일 수 있다.

서울 소재 A의원에 납품되는 주사기 단가를 조사한 결과 10cc와 5cc 제품이 각각 개당 79원, 51원이었다. 3cc 주사기는 48원이다. 수액세트 370원, 카테터는 360원이다.

A의원은 연간 10cc 주사기 6000개, 5cc 5000개, 3cc는 1만2000개 정도를 소모한다. 링거용 수액세트는 4400개를 사용했다.

이들 주사기 제품의 절반 정도를 재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230만원가량을 줄일 수 있는 계산이 나온다.

일회용 주사기./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중년층에 인기를 끌고 있는 영양·비타민 주사제 처방이 많은 의원은 그 금액이 더 커질 수 있다.

주사제를 처방한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처치 행위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 주사기가 아닌 의료행위를 보상하는 것이 현행 구조다.

매년 3000명이 넘는 의사들이 배출되고 상당수가 의료기관을 개설하면서 의료계 내부의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진료를 통해 환자를 유치하기보다는 일회용품을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손쉽게 비용을 절감하려는 검은 유혹에 언제든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사기 전수조사 쉽지 않아…보수교육·부적격 의료인 걸러내야

최근 1년 사이에 전국 단위 주사기 재사용 사고는 3건이나 터졌다. 다나의원과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 확인된 C형간염 감염자 수만 200여명에 이른다.

복지부는 의료법을 개정해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는 강수를 들고 나왔지만 근본적인 예방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정부가 전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이는 것도 사실상 쉽지 않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주사제는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다.

정부도 이 점을 인지하고 의료인 단체를 통한 보수교육 강화, 부적격 의료인 확인에 집중하고 있다.

김강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주사기를 재사용하지 않는 것은 기본에 관한 것이며 의료인 스스로 계도하고 홍보가 필요하다"며 "지역의사회와 협조해 이 부분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의료인 면허가 없는 사람이 개설한 사무장병원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의과대학 교수 출신 한 개원의사는 "정상적인 의료기관이라면 연간 200만원을 아끼려고 폐업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며 "다나의원 사례처럼 원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를 살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메르스와 다나의원 사태 이후 환자가 20% 가까이 줄었다"며 "이런 사고는 모든 의료기관 경영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의료인 단체의 자발적인 계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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