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Watch] 명동서 잘나가는 뷰티숍? 유커 파워블로거에 물어봐

김민정·이지윤기자 2016. 2. 1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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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직구·한국관광 쥐락펴락' 中 파워블로거

■ 유커 파워블로거는 누구
SNS 친숙한 2030세대 '바링허우'
연예인 못지않은 두터운 팬덤 형성
여행·제품후기 등 엄청난 홍보 효과

■ 국내 유통가선
"입소문 내 젊어진 관광객 잡아라"
갤러리아면세점·롯데·신세계百
中 '크리에이터' 초청행사 잇따라

"한국의 명동은 마치 상하이처럼 인파가 끊임없이 이어져 친밀감이 느껴지는 장소다. 명동을 갈 때마다 다양한 호텔에서 묵지만 이번에 묵은 'L7 명동'은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올 초 막 문을 연 곳으로 호텔 앞으로 공항버스와 직통버스가 수차례 오가니 짐이 많다면 지하철을 이용하기보다 버스를 선택하는 게 좋겠다. (중략) 한국에 와서 롯데백화점에 안 가는 이들이 있을까. 내가 명동에만 머무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명동(본점) 지하 1층 식품관에 자리한 '키스더티라미수'를 가장 추천한다. 상하이에는 없는 브랜드다. 어서 상하이에도 입점 됐으면 좋겠다."

'따토우구이'라는 예명을 쓰는 26살의 한 중국인 여성 파워블로거가 '키미스닷컴'이라는 패션·뷰티 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키미스닷컴은 최근 중국 2030세대에게 주목받는 뷰티 정보 공유 사이트다. 따토우구이는 지난 1월19일부터 21일까지 롯데백화점이 마련한 '럭셔리 블로거 팸투어'에 초대돼 2박 3일간 한국에서 망중한을 즐겼다. 신규 오픈한 부티크호텔 L7에 투숙하며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 잠실점 에비뉴엘 등에서 럭셔리 쇼핑을 체험했다. 여행 경비 일체는 롯데 측이 댔다. 비용을 들여서까지 국내로 '모셔와' 팸투어를 연 데는 웨이보 등 중국 내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50만명 이상 팔로워를 확보하고 있는 그의 '입김'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은 7일부터 시작된 중국 춘제를 앞두고 따토우구이를 포함해 파워블로거 3인을 초청해 사전 홍보에 나섰다. 이들이 블로그에 남긴 각종 후기들이 춘제 연휴 기간 한국을 찾는 중국인 개별 관광객에게 상당한 홍보 효과를 발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실제로 따토우구이는 한국 방문 이후 웨이보 등 자신이 이용하고 있는 중국 내 갖가지 SNS에 롯데백화점 및 영플라자 쇼핑 후기와 사진들을 세세히 올렸다. 관련 내용은 2월5일까지 리트윗 299회를 기록했고 '바로 한국에 쇼핑하러 떠나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동한다' '곧 있을 한국 여행 시 참고하겠다'는 등의 300건이 넘는 답글이 달리며 회자됐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2010년 처음으로 파워블로거 초청행사를 진행한 후 지난해 2월(춘제 기간)부터 정례화하기 시작했다"며 "모바일 이용과 정보 검색에 능한 젊은 유커(중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파워블로거의 입김이 점점 세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이들을 초청하는 팸투어 행사는 물론 국내 중국인 유학생 혹은 중국 현지 인력으로 구성한 '사이버 기자단'을 꾸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관련 콘텐츠를 바로 가공해 올려 온라인상에 배포될 수 있게 하는 등 파워블로거를 한층 전문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유커 파워블로거가 역직구는 물론 한국 관광·쇼핑을 이끄는 마중물로 자리잡고 있다. 유커 관광의 중심축이 온라인·모바일을 통한 정보 취합에 익숙한 바링허우(1980년 이후 출생자)세대로 넘어가는 등 유커 관광 트렌드가 바뀐 탓이다. 이들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기본 4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이 넘는 여행 경비를 지원하며 팸투어를 제공하는 등 홍보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려는 국내 유통사들의 움직임도 더 활발해졌다.

◇유커 파워블로거 그들은 누구인가=입김이 상당한 유커 파워블로거 대부분은 2030세대 '바링허우'다. 연예인 뺨치는 외모까지 겸비하며 뷰티·패션·여행 등 크게 세 가지 부문에서 두터운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프랑스 등 유럽 명품 콜렉션은 물론 해외 관광청으로부터 초청받아 다수 행사에 참여하고 있고 심지어 개인 전문 사진사까지 고용해 데리고 다닐 정도로 준전문화된 직업이다. 이들의 주 활동무대는 블로그 웨이보, 중국판 카카오스토리라 일컫는 위챗 모멘트, 각종 패션 뷰티 사이트의 게시판 등이다.

일례로 중국 내 뷰티 부문 파워블로거로 꼽히는 치우이링씨는 중국 상하이경제대·국제교육대학원을 졸업한 촉망받는 인재다. 대학생 때부터 모델 활동을 하면서 직접 화장품을 사용해 보고 올린 후기들이 유명세를 타며 현재 웨이보 팔로워 수만 13만명, 유쿠(중국판 유튜브) 평균 시청회수만 3만회에 달한다. 그가 개인 SNS 계정에 올린 한국 화장품을 이용한 다양한 화장법을 보고 해당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댓글이 이어지는 등 대표 '한류 파워블로거'로 꼽힌다.

한국 기업의 중국 계정보다 더 높은 인기를 얻어 엄청난 홍보 영향력을 내뿜는 파워블로거도 있다. 최근 중국 여성들 사이에서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는 블로거 '화방샤오따이따이'가 그 주인공이다. 패션 전공자인 그는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라네즈의 '투 톤 립바' 사용 후기를 올렸는데 해당 제품을 광고하는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 중국' 웨이보가 10회 안팎의 리트윗과 답글에 그친 반면 이 파워블로거의 글은 리트윗 742회, 답글 185개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파워블로거의 글에 해당 제품의 발색력과 활용법 등을 자세히 묻는 문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 현지 소비자들과 상호 소통하며 관련 제품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히 알리고 제대로 각인시키는 측면에서는 웬만한 국내 기업 계정보다 몇몇 파워블로거의 입김이 상당한 만큼 이들을 '섭외'해 주요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비용 대비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국내 유통가 유커 파워블로거 '모셔오기' 전쟁=유커 파워블로거의 입김이 거세지면서 이들을 모셔오기 위한 국내 유통가 움직임도 한층 분주해졌다. 업계가 이들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유커의 최근 변화된 관광 패턴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을 찾는 유커의 많은 수가 바링허우 세대고 이들이 국내 유통업계에서 상당한 매출을 책임지고 있다. 또 이들 대다수는 단체 관광보다 개별 관광에 익숙하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 상하이 푸둥공항 조사에 따르면 한국을 관광 목적으로 찾은 이들 중 60%는 개별 관광객이었다. 짜여진 일정 없이 스스로 숙박, 여행 계획 등을 마련해야 하는 이들에게 온라인 공간에 떠돌아다니는 각종 정보는 상당한 지침서가 될 수밖에 없다. 수시로 스마트폰을 보며 가격을 비교하고 여행지를 선정하는 젊은 유커들 사이에서 파워블로거가 남긴 각종 관광 후기 등이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파워블로거를 초청하는 데는 5인 기준 평균 2,000만원의 비용이 든다. 왕복 항공료, 숙박, 약간의 쇼핑 경비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이와 별도로 여행 후 개인 SNS에 올리는 글에 대한 비용은 게재 건수에 따라 초청하는 유통사가 별도로 지불한다.

갤러리아면세점63은 지난달 22일 중국 내 파워블로거 20인을 초청해 대대적인 SNS 홍보에 나섰다. 갤러리아는 이들을 '크리에이터'라 명명했다. '크리에이터'는 SNS상에서 쇼핑·뷰티·패션·여행 등 분야에서 동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 창작자를 일컫는다. 이날 행사에 초정된 이들은 디지털 콘텐츠기업 메이크어스 소속으로 중국 내 각종 SNS에서 총 팔로워 수 1,000만명 이상의 'SNS 인기스타'다. 이들은 갤러리아면세점63을 비롯한 63빌딩의 관광콘텐츠를 경험한 후 개인별 SNS(웨이보·웨이신)와 유쿠 등에 홍보 게시물을 올렸다. 갤러리아면세점63 관계자는 "실시간으로 현지 댓글이 이어지는 등 개장한 지 한 달여 남짓 된 면세점을 제대로 알리고 인지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인 방편이 됐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도 다음달 센텀시티 오픈 시점에 맞춰 파워블로거 초청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유형호 신세계백화점 글로벌 마케팅 과장은 "오는 5월 노동절 기간 유커 대거 방한 예정에 맞춰 여행 한 달 전 각종 SNS에 관련 정보를 퍼뜨려 포석을 깔아놓는 셈"이라고 전했다.

김민정·이지윤기자 je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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