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에 브랜드이미지 실추까지' 급증하는 해외역직구의 그늘

김희래,백상경 2016. 2. 1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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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직구 업자 수억원 팔아도 수출통계에 잡히지 않아 세금탈루 가능해유명기업 제품도 마구잡이식 판매 브랜드 관리에 타격 있다는 지적도

전국에서 해외배송 물량을 두 번째로 많이 취급한다는 서울 양천우체국. 건물 1층에 위치한 해외배송 접수처는 출고를 기다리는 수백개의 우편물 박스로 가득했다. 지난 해에만 72만여 건(320억 원 상당)의 우편물이 이곳에서 해외로 나갔다. 이 중 약 120억 원은 중국으로 가는 화장품이었다. 특정 품목의 ‘쏠림현상’에서 중국 바이어에게 보내는 수출 물품으로 보여지지만 수출신고를 한 사례는 거의 없다. 우체국 관계자는 “개인 간의 단순배송인지, 수출목적인지를 우리가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외 역직구(해외 소비자들이 국내 제품을 사는 것) 시장이 급격히 커진 반면 이를 관리하는 법은 허술해 편법 판매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관절차의 허점을 이용해 판매실적을 숨기고 탈세를 저지르는가 하면 유명 기업의 제품을 마구잡이로 팔아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해외역직구 수출 규모는 2013년 2396만 달러에서 2014년 4459만 달러로 80% 이상 성장했다. 이어 2015년 8월까지 8616만 달러로 집계돼 전년 총액과 비교해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문제는 이들 중 대다수가 ‘판매용’ 물품을 해외로 내보내면서 정식 수출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목록통관(소액 물품에 대해 송장만으로 통관토록 하는 제도)’이나 ‘우편배송’을 통해 정확한 매출액 집계를 피해가고 있는 것이다.

현행 통관절차는 ‘200만원 이하’의 물품에 대해서는 정식 수출신고 의무가 없어 우편배송을 이용하면 발송자와 배송목적에 대한 파악이 어렵다. 이 때문에 해외역직구 셀러들이 정보를 나누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해외 판매를 위한 대량의 물품을 200만원 씩 나누어 여러 차례에 걸쳐 보내는 식의 편법을 권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법무법인 화우의 장기현 관세사는 “최근 해외역직구가 활성화되고 있는데 전자상거래 대상업체가 정상적인 수출신고를 거치지 않는다면 각종 통계에서 누락되거나 거래대상자 혹은 수출물품이 특정되지 않아 국내소득에 대한 세금탈루가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해외역직구를 통해 재산증식을 했더라도 매출규모 파악이 어려워 세금탈루가 용이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우리 회사를 이용하는 400여 개 역직구 업체 중 수출 통계에 들어가 있는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며 “작년 역직구 수출규모가 1000억 원을 돌파했다는 통계가 있는데 드러나지 않는 실제 거래 규모는 통계 수치에 최소 두 세 배는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상당수의 역직구 업자들이 해외에서 유명세를 얻은 국내 화장품 또는 완구 제품을 제조사의 동의없이 마구잡이 식으로 판매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의 브랜드 이미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해외로 판매할 화장품이나 완구류를 국내에서 인터넷 최저가로 구매한 뒤 이에 웃돈을 얹어 아마존이나 이베이같은 해외직구 사이트에 매물로 올리다보니 사이트에 올라온 제품들의 가격도 제각각 천차만별이다. 심지어 역직구 업자가 해외로 팔기 위해 올린 매물 중에는 아직 해외 수출계획이 없는 회사의 제품도 있었다. 설화수, 이니스프리 등 화장품 브랜드는 물론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뽀로로’도 이 같은 방식으로 팔리고 있다.

뽀로로의 브랜드 전략을 담당하는 아이코닉스는 “뽀로로는 마케팅의 4P(Product·Place·Promotion·Price) 요소를 고려해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브랜드”라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뽀로로가 정돈되지 않은 채널과 가격으로 해외로 팔려나가면 브랜드 관리에 큰 타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외역직구 시장의 이 같은 부작용에 대해 “과거 B2B 베이스로 짜여진 관련 법들이 B2C나 C2C로 다양화한 전자상거래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며 “당장 전자상거래 관련 법령에서 수출 부분의 거래 유형을 확대해 탈세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상경 기자 /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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