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훈 인터뷰] '546:1' 뚫은 최유상 "저도 청춘FC 지원했을거예요"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입력 2016. 2. 12. 16:05 수정 2016. 2. 1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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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남해=이재호 기자] "시기적으로도 딱 맞았고, 아마 서울 이랜드 FC에 입단하지 못했다면 저 역시 청춘FC에 지원했을 거예요. 물론 합격했을지는 불확실하지만요. 하하."

그의 말이 결코 허언으로 들리지 않았다. 그의 살아온 인생 역경을 보면 아마추어 축구선수들을 모아 '두 번째 기회'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던 KBS2TV '청춘FC'에 정말 최유상(27·서울 이랜드 FC)은 지원했을 것이다. 마침 군 복무가 끝난 시기가 청춘FC가 선수 모집을 하던 시기와 일치했으니 타이밍마저 절묘했다. 그러나 최유상은 청춘FC에 지원할 수 없었다. 바로 자신의 팀이 생겼기 때문이다.

'디 오퍼(The Offer)'라는 서울 이랜드 FC의 축구선수 오디션 프로젝트를 통해 무려 546:1의 경쟁자들을 뚫고 최유상이 당당히 선발된 것. 546:1을 뚫은 스토리도 참 흥미로웠다.

▶실패한 프로생활, 공장에서 일하며 깨달음을 얻다

최유상의 인생은 특별할게 없었다. 축구부가 있는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에 축구 특기생으로 뽑혀 드래프트로 프로(대구FC)에 입단했다. 많은 한국 축구선수들이 밟는 '평범한 축구선수 코스'였다.

하지만 2011년 대구 입단 후 단 한경기도 나오지 못한채 방출됐고, 내셔널리그 용인시청을 갔지만 그곳에서도 큰 활약은 하지 못했다(6경기 0골). 스스로 '의지박약'이라고 부르던 만 21세의 최유상은 축구를 포기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군대나 다녀오기로 생각했다. 4급 판정으로 공익근무가 확정이었지만 방위산업체로 가기 위해 공장에서 일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장에서 생산업무를 본 일주일동안 최유상은 살아생전 단 한번도 해본적 없던 공장 생산 업무를 하는 자신을 발견했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그리고 망치에 맞은듯 일을 그만두고 아동센터에서 일하는 공익근무를 하며 K3(4부리그)리그의 청주 직지FC에 입단한다. 업무시간에는 아이들을 돌보며 일을 했고, 저녁에는 팀훈련에 참가해 몸을 만들었다.

공익생활을 하며 아이들을 돌보고 자신의 인생을 다시 되돌아본 최유상은 코치 자격증, 생활체육 지도자 자격증도 따며 선수로서 잘 되지 않더라도 살아갈 자산을 마련한다. 최유상은 "공익을 하며 보냈던 2년의 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진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K3 청주에서 뛰던 당시의 최유상. 대한축구협회 제공

▶546:1의 도전, 합격한 자신을 보고 마틴 레니 감독이 건넨 첫 마디

공익생활이 서서히 끝나가던 2014년 12월. 최유상은 서울 이랜드가 창단하고 공개선발을 통해 선수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한다. 이에 청추FC 선수들과 함께 지원서를 쓰며 홀로 훈련하며 몸을 만들었다.

546명이나 지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서류 심사에서 떨어질 줄 알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린 최유상은 테스트가 열리는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재밌지만 안타까운 광경을 목도한다. 바로 학교 선후배, 동기, 축구하면 알게된 사람들이 모두 그곳에서 프로선수가 되기 위해 모인 것. "마치 동창회에 온 것 같았다"고 말한 최유상은 자신만큼이나 간절하고 프로가 되는데 실패한 선수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2차 테스트까지 붙은 최유상은 다음날 열리는 3차테스트에 붙을거라고 생각지 않고 2차 테스트 후 곧바로 KTX를 타고 청주로 내려왔다. 하지만 청주에 도착하자마자 '3차 테스트에 합류하라'라는 문자를 받고 황당하기보다 희망을 가졌다고 한다. 결국 3차 테스트 후 결과를 모른채 사우나에 들른 최유상은 모르는 번호로부터 온 전화 한통을 받게 된다.

그 전화는 '서울 이랜드 스카우터'로부터 온 것이었고 그냥 아는 친구 얘기를 하자며 커피나 마시자는 용건이었다. '혹시'싶었지만 '합격한 것은 절대 아니다. 그냥 친구가 잘봐달라고 해서 얼굴이나 보자'는 말에 마음을 내려놓고 스카우터를 만나 얘기를 나눴다.

합격이 아니라는데 계속 현재 최유상의 상황이나 상태에 대해 묻던 도중 갑자기 마틴 레니 감독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레니 감독은 합격이라는 말 이전에 '너는 어떤 인생을 살아왔느냐'는 말을 가장 먼저 건넸다. 최유상은 감격했다.

몰래카메라 같은 합격 발표에 최유상은 세상 모든 것을 얻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서울 이랜드 측은 보안 유지를 위해 함구해달라고 부탁했고 최유상은 혼자만 아는 테스트 합격 소식으로 세상 최고의 기분을 만끽한다.

서울 이랜드 FC 제공

▶잊히지 않는 프로 데뷔전 '3분'… 난 이제 어엿한 '프로'

4월 소집해제 후 최유상은 서울 이랜드에 합류해 후반기 선수등록을 기다리며 훈련했다. 아마추어였기에 프로의 훈련을 따라가기에 벅찼다. 하지만 코치진은 '당연한거다. 낙심하지 말라'며 최유상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줬다. 프로의 벽에 부딪쳤지만 최유상에게는 546명의 꿈을 대신할 짐이 있었다.

"사실 제가 무슨 아마추어나 힘든 선수들의 대표인양 얘기하는 것은 조심스러워요. 저보다 힘든 선수도 더 많고 제 고생은 아무것도 아닌걸 수도 있으니까요. 그냥 전 제 몫을 다하면 자연스레 다른 분들도 '쟤도 했는데 나라고 못 하겠어?'라는 생각을 가져주면 그걸로 족해요."

최유상은 담담히 말했다. 분명 자신도 서울 이랜드 FC에 합격하지 못했다면 청춘FC에 지원했을 것이라고. 실제로 청춘FC의 선수들과도 친분이 있는 최유상은 청춘FC와 맞대결을 펼쳤을 때 남다른 기분이었다며 그 누구보다 응원하는 마음이라고 한다.

프로선수가 된 최유상은 지난해 7월 고양 Hi FC와의 경기에서 경기 종료 직전 투입돼 약 3분간의 프로데뷔전을 가졌다. 최유상은 "그 3분이 그렇게 소중할 수 없었다. 드디어 프로라는 곳에, 늘 꿈꾸던 곳에 뛰니 공 한번 못잡고 끝난 3분이었는데 영원히 잊혀질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날만 기억하면 여전히 감정의 여운이 남는다는 최유상이다.

최유상은 선발 데뷔전에서는 데뷔골까지 터트렸고 결국 시즌 종료 후 4경기 2골이라는 작지만 알찬 성과를 받아들고 프로 데뷔시즌을 마쳤다.

서울 이랜드나 최유상은 '처음'이라는 말로 2015시즌의 모든 것이 용서됐다. 하지만 팀도, 최유상도 이제 2년차다.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는 시기다. 최유상 역시 언제까지 '미생에서 완생'의 스토리로 남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는 저도 아마추어 출신이라는 것은 벗고 프로로서 인정받아야죠. 그러기 위해서는 경기에 나가야죠. 물론 주민규-타라바이-벨루소로 이어지는 공격이 건재하지만 제가 뛸 기회도 있다고 봐요. 그 선수들을 이기지 못하면 프로에서 살아남지 못하겠죠. 욕심이겠지만 전 베스트11까지 노리고 있어요. 항상 그래요. 목표를 크게 잡으면 반이라도 하더라고요. 전 경기장에 나가면 늘 해트트릭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나가요. 그러면 한골이라도 넣는 법이거든요. 목표를 크게 잡을래요."

최유상은 내셔널리그나 K3리그에서 뛰면서는 많은 팬들의 환호를 받아보진 못했다고 했다. 그렇기에 서울 이랜드에서 뛰면서 경험한 팬들의 응원이 늘 힘이 된다고 했다. 올 시즌부터 등번호 13번으로 바뀌는 자신의 유니폼을 입고 오는 팬이 있다면 열 번이고 사인을 해줄 수 있다고 말하는 최유상에게서 이제 아마추어를 벗고 프로로 나아가는 선수의 모습이 보였다.

"데뷔전을 가지고 팬이라는 존재가 많이 힘이 됐어요. 제가 뛰는 곳이 마침 터치라인 근처라서 관중석의 목소리가 잘 들리는데 제가 실수를 해도 '최유상 괜찮아'라는 말을 들으면 정말 힘이 나더라고요. 작년에는 경기에 많이 나오지 못했지만 올해는 많은 준비를 해서 최대한 많은 경기를 나갈 테니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많은 팬분들이 제 등번호 13번을 달고 오신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네요. 사인이든 뭐든 다 해드릴거예요. 정말."

서울 이랜드 FC 제공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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