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CEO의 눈물, "폐쇄보다 더 서러운 건.."

전병윤 기자 2016. 2. 1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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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현장클릭]]

정부가 개성공단 운영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한지 하루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중회의실에서 열린 개성공단기업협회 긴급 이사회에서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이 '북한, 개성공단 남측인원 전원추방, 남측자산 동결' 소식을 참석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개성공단에 입주한 스테인리스 식기 제조업체인 C사의 P대표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개성공단입주기업 긴급이사회를 마친 후 상기된 표정으로 "모든 게 끝났다"고 망연자실했습니다. 그의 마음을 무너지게 만든 건 개성공단 폐쇄나, 자산 동결로 인한 금전적 손실 때문만은 아니라고 합니다.

올해로 칠순을 맞은 P대표의 고향은 평양입니다. 남북간 경제협력을 통해 민족화해의 작은 징검다리를 놓는 것이 그의 마지막 소망이었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빨리 기술을 배워야 한다. 그래야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지 않냐." P대표는 이처럼 개성공단 내 북측 근로자와 스스럼없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얘기를 나눌 수 있기까지 지냈던 세월, 북한 당국의 거부감에도 부식차에 초코파이를 가득 싣고 와 민족적 동질감을 전파했던 일들,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도 남북관계의 최후의 보루를 맡고 있다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자부심이 대단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부 발표 후 자긍심은 속절없이 무너졌습니다. 그는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발표하면서 마치 입주기업이 북측에 6000억원의 현금을 지급해 핵 개발을 하게 된 원흉처럼 몰고 갔다"며 "개성공단 가동 후 12년간 남북경협 과정에서 있었던 수많은 일이 고작 연간 1억달러의 가치만도 못한 셈이 됐다"고 탄식했습니다.

또 근로자 월급과 공단 운영비 등을 제외한 금액이 북측에 갔을텐데 정부가 사실관계마저 왜곡한 것이란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희망도 없고 한 순간 좌절된 느낌이라고 하소연합니다.

정부가 설 연휴 마지막날 군사 작전하듯 서둘러 발표한 것도 이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합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S사 대표의 말입니다.

"지난 10일 갑자기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과 면담을 한다고 해서 의아했죠. 다들 내심 걱정하면서도 최근 남북 갈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을 위로하려는 차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난데없이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통보했고 2~3시간 뒤 전격 발표했습니다. 원부자재라도 갖고 와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달라고 해도 들어주지 않고요. 심지어 짐 싣고 오는데 화물차 1대, 운전사 1명으로 제한한 탓에 대부분 업체들이 공단에서 물품을 들고 나온 게 없습니다. 기업은 늘 뒷전이면서 융자 지원을 한다고 합니다. 그게 지원 맞습니까?"

전병윤 기자 byje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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