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家 '손가락 해임'.. "美선 가상공간에만 존재"

윤승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 2016. 2. 1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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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윤승영의 아메리카Law] "해임권 남용땐 주주 보호에 심각한 위해"

[머니투데이 윤승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 ] [[the L][윤승영의 아메리카Law] "해임권 남용땐 주주 보호에 심각한 위해"]

롯데가 경영권 분쟁의 서막은 2014년 12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직에서 해임되고 지주사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이사직에서도 해임되며 시작됐다. 이후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과 일본롯데홀딩스를 방문해 신동빈 회장을 포함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일명 '손가락 해임'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됐다. ©머니투데이 이동훈기자

◇더 엘(The L) / Law Cafe

롯데가 경영권 분쟁의 서막은 2014년 12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직에서 해임되고 지주사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이사직에서도 해임되며 시작됐다.

이후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과 일본롯데홀딩스를 방문해 신동빈 회장을 포함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일명 '손가락 해임'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됐다. 그렇다면 과연 미국에서도 대기업 오너가 CEO(최고경영자)를 비롯한 이사들을 '정당한 이유' 없이 손가락으로 찍어서 해임할 수 있을까?

이사를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은 우선적으로 주주에게 있다. 주주에게 이사를 해임할 고유의 권한을 인정하는 이유는 주주가 이사회에 대해 일상적인 업무와 관련된 지시를 할 수 없고 정책을 수립하는 권한도 주주가 아닌 이사회에 있기 때문이다. 주주는 단지 주주총회에 참여해 투표를 통해서 이사를 선임 및 해임하거나 중요한 거래를 승인하는 등의 간접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주주총회의 결의에 의해 이사를 해임할 수 있지만 당해 이사 및 그를 지지하는 주주가 해임안건을 부결시킬 정도의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주주총회결의에 의한 이사해임이 불가능하므로 법원판결에 의한 이사해임 절차도 필요하다.

이사해임권은 주주에게 속하고 법원은 주주의 이사해임에 대한 정당성을 심사할 뿐 법원이 직접 이사를 해임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미국에서는 특히 주 제정법에 법원의 이사해임권에 대한 근거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법원이 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법원의 전통적인 입장이다.

보통법상 주주는 제정법, 기본정관 또는 부속정관에 명시적 규정이 없더라도 정당한 이유에 의한 이사해임을 할 수 있는 고유권한이 있다. 이사뿐만 아니라 임원도 기본정관, 부속정관에 근거규정이 없어도 정당한 이유가 있는 한 해임할 수 있다. 보통법상 정당한 이유에 의해 이사를 해임할 수 있는 원리를 '해임·파면의 원칙'(Doctrine of amotion)이라고 한다.

이사해임 이유의 정당성 여부는 사법심사의 대상이다. 일반적으로 이사의 권한남용, 부정행위는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는데 △회사가 자산을 유용한 경우 △이사회의 결정에 반하여 리베이트를 지급한 경우 △경쟁회사를 설립하거나 경쟁회사에 취업하는 경우 등은 판례에서 해임의 정당한 이유로 인정된 예이다.

우리나라 대법원도 ‘정당한 이유’에 대해 신뢰관계가 상실된 경우에도 불화와 같은 단순한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법령위반, 정신적·육체적 결격사유, 경영능력부족과 같은 객관적 사정을 요하고 있다.

미국 각 주의 제정법은 일반적으로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경우에도 이사의 해임을 허용하는데 구체적인 규정방식은 제정법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델라웨어를 비롯한 많은 주의 제정법은 이사의 해임에 관해 정당한 이유의 유무나 해임의 결의요건에 대해 정관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특별히 정한 바가 없으면 이사 선임과 마찬가지로 해임결의도 보통결의 사항으로 하고 있다.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은 2015년 12월에 열렸던 In re Vaalco Energy S'holder Litig., C.A. No. 11775-VCL 재판에서 이 부분에 대한 입장을 더욱 명확히 했다. 래스터 판사는 "정당한 이유가 없더라도 주주의 이사해임 권한을 정관 및 부속정관에서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델라웨어 주 회사법 141(k)항을 위반한 것이다"라고 판시했다.

다만 종류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이사는 그 종류주주총회에서만 해임할 수 있고 집중투표제도에 의해 선임된 이사의 해임은 집중투표로 이사선임에 충분한 의결권의 수만큼의 반대표가 있으면 그 이사를 해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사를 해임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상법은 어떠한 제한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회사는 언제든지 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사의 해임을 자유롭게 할 것인가 아니면 일정한 제한을 하고 경영의 안정성을 택할 것인가는 여러 가지 요건들을 고려해 경영진이 판단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이사해임을 자유롭게 하더라도 미국의 경우처럼 합리적인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임권이 남용되면 소수주주의 보호에 심각한 위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법도 집중 투표제에 의해 선임된 이사에 대해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해임의 결의요건을 강화해 집중투표제의 취지를 살려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해임되는 이사에게 이사해임 사유를 통지하고, 이사의 반론 내용을 주주총회소집통지서에 기재하고, 주주총회에서 일정한 의견 진술권을 보장 하는 등의 방어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도 이러한 '손가락 해임'으로 유명해진 인사가 있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당신은 해고야"(You’re fired)를 외치며 출연자들을 탈락시켰던 미국의 공화당 대선주자인 도날드 트럼프가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막말과 좌충우돌로 유명한 트럼프에게도 '손가락 해임'은 현실의 이사회가 아닌 TV 속 가상공간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인 것이다.

2016년 롯데그룹의 임원인사는 롯데의 경영권 분쟁을 촉발시킨 이러한 ‘손가락 해임’과 차별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롯데 경영진은 투명성과 준법 경영, 소유·경영 분리 원칙에 입각한 인사 시스템을 적용했다고 발표하였다.

다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롯데의 임원 인사는 투명한 지배구조 체제 강화에 대한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앞으로 임원 인사평가 시 비재무적 성과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경영성과 항목) 평가결과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가 경영권 분쟁으로 얼룩진 그룹 이미지 개선 시도에만 머물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Who is]
윤승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한국외대 법학사,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법학석사, 미국 워싱턴대 법학박사 학위와 미국변호사(D.C.)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기업지배구조와 금융법 등에 대한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법을 읽어주는 친절한 도우미 '머니투데이 더엘(the L)' 바로가기] 이 기사는 더엘(the L)에 표출된 기사로 the L 홈페이지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기사를 보고 싶다면? ☞ 머니투데이 더엘(the L) 웹페이지바로가기

윤승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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