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박 마케팅에 피곤한 대구, 2개의 야당에 갈피 못잡는 광주

추동훈,박진주 2016. 2. 1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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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주 민심 현장을 가보니

전통적인 여야의 텃밭으로 ‘공천=당선’ 등식이 성립돼 전혀 관심을 끌지 못했던 대구와 광주가 20대 총선의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대구의 경우 19대 현역의원들에게 이른바 ‘친박 후보’들이 ‘진박 마케팅’을 펼치면서 ‘현역 vs 진박’이라는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야권의 심장부 광주에서는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시소게임’을 벌이며 ‘야권의 적자’경쟁을 펼치고 있다. 매일경제는 설 연휴를 전후해 대구와 광주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 “진박은 지는 박” 흔들리는 대구민심

“요새 사람들은 ‘진박(眞朴)’후보들을 경선에서 진다고 해서 ‘진 박’이라 한다 아임니까. 지는 박이라고요. ”

대구에서 만난 택시기사 박형구 씨(55)는 “박근혜 대통령을 힘입어서 국회의원 한번 해볼라꼬 하는가 본데 대구 사람들이 그래 만만하지 않십니더”라며 이렇게 말했다.

새누리당의 텃밭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다. 박 대통령이 선택한 진실한 사람을 뜻하는 ‘진박’ 후보들이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며 ‘현역 물갈이론’이 동력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진박 후보들은 최근엔 ‘진박 6인 회동’을 열었다 ‘패거리 정치’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구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에서 만난 주부 김지현 씨(39)는 “요새 대구에서 진박은 박 대통령게 짐만 된다는 ‘짐박’이라는 이야기도 우스갯소리로 한다카더라고요”라며 대구 민심을 전했다.

반전을 꾀하기 위해 진박 실세 최경환 의원이 2월초를 전후해 진박후보 선거사무실 개소식을 빠짐없이 참여해 힘을 보탰지만 역부족이었다. 대구 달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종희 씨(44)는 “총선 출마를 결심한 후보 개개인의 역량이 부족하니 박 대통령이나 최 의원의 힘을 빌려 판세를 뒤집을라 카는거 같은데 그거 쉽지 않을낍니더”라며 “대구 시민들이 이젠 누가 진정성이 있는지, 어떤 후보가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지를 꼼꼼히 따지고 있습니데이”라고 설명했다.

진박 후보에 대한 반감이 전반적으로 퍼진 가운데 다른 생각을 가진 주민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동성로에서 만난 화장품 가게 점원 김순희 씨(46)는 “대구 아니면 어디가 박 대통령을 도와주겠심니꺼”라며 “어찌 저찌 해도 결국엔 박심이 통하는 곳이 바로 대구일낍니다”라고 진박 위기론을 반박했다. 대구 중구 약령시장에서 만난 박칠수 씨(75) 역시 “박 대통령 돕겠다고 나온 사람들이 진박이데이”라며 진박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변화에 갈증을 느끼고 있는 대구 민심은 굳건했던 새누리당 간판조차 바꿀 기세다. 야당인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선전하고 있는 대구 수성갑이 바로 그곳이다. 김 전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약 10%p 차로 앞서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좁혀질 것이라던 기존 예상과 달리 좀처럼 그 격차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대구 범어동에 거주하는 세무사 김 모씨(48)는 “이쯤되면 더불어민주당에 한 자리는 내준다고 봐야 안되겠습니까”라며 “이제는 바꿀때가 된거 아잉교”라고 말했다. 수성구 소재 신천시장의 한 상인은 “한번 2번찍어본 사람이 또 2번 못 찍겠습니꺼”라며 “이번엔 김부겸이 될낍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그래도 결국엔 새누리당이 이길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었다. 새누리당 소속 당원 최 모씨는 “암만 그래도 결국엔 김 전 지사가 이길겁니데이”라며 “당원을 중심으로 점점 결속력이 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 추동훈 기자]

◆ 광주, 야권 적자 경쟁은 결국 인물 싸움될 것

“문재인은 밉고, 안철수는 믿음이 안 가는디…”

10일 오전 광주 송정역 대합실. 서울에 사는 형을 배웅 나온 박종호씨(43)에게 지지 정당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박씨는 “이번 총선에서는 최선은 없고 차선만 있다”고 말끝을 흐렸다. 마음에 맞는 정당을 찾기 어렵다는 뜻으로 읽혀졌다.

설 연휴 전후로 만난 광주시민들의 마음은 갈대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지난해 말 문재인 전 대표에게 실망해 국민의당으로 눈길을 돌렸지만 국민의당도 광주 시민들의 전폭적 지지를 얻는데 실패했다. 창당 준비 작업에 돌입하던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임내현·김동철·권은희·장병완 의원 등 광주의 더불어민주당 현역의원들이 잇따라 탈당하면서 대세가 국민의당으로 기우는 듯 했지만 최근 서구갑의 박혜자 의원이 더민주 잔류를 선언하면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양보할 수 없는 일전불퇴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광주 송정역 대합실 TV에서 정치뉴스가 나오자 여기저기에서 가족끼리 웅성웅성 소리가 흘러 나왔다. 공무원인 이모씨(53)는 “지난 대선서 문 전 대표한테 몰표(91.7%) 줬는디 돌아오는 건 소외감 밖에 없었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 보다는 국민의당에게 야권의 주도권을 넘겨 정치판을 뒤흔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송정역에서 양동시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택시에 올랐다. 택시기사 최성민씨(56)는 “안철수에게 기대는 하고 있는데 국민의당 창당 이후에 맘에 안 들어”라고 말문을 열었다. 최씨는 “교섭단체 보조금 받을라고 아무나 입당시킨 건 잘못이여”라고 했다. 승객들이 생각하는 반응을 물어보니 “갈피를 못 잡고 있어.”라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광주를 포함한 호남민심도 요동치고 있다.

한국갤럽 1월 첫째 주 지지율 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은 41%로 더불어민주당(19%)을 두 배 이상 앞섰다. 그러나 보름 뒤 국민의당 명칭으로 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32%로 6% 차이로 뒤집었다. 지난주 조사에서는 국민의당이 30%로 더불어민주당을 4%차이로 제쳤다.

두 당의 지지율이 막판까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경우 결국 후보의 인물 경쟁력이 총선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양동시장에서 야채장사를 하는 문성국씨(57)는“어차피 대선 때 합쳐질 것 아니냐고. 더불어민주당이든 국민의당이든 어떤 후보를 내느냐가 중요한 거제”라고 ‘인물론’을 강조했다.

결국 더민주 영입 인사인 오기형 전 법무법인 태평양 상해소장,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와 경제 전문가인 이용섭 전 국세청장 등에 맞서 국민의 당이 얼마나 참신한 인물을 내세우느냐가 총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을 지지한다는 김소은씨(23·전남대학교 4년)는 “안철수의 새정치에 따라 광주지역 정치인들의 세대교체를 강력히 원한다”면서 “그러나 기존 현역 정치인들을 또 다시 공천한다면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광주 = 박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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