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배운 한' 풀고 사회복지사 된 69세 만학도

2016. 2. 1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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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해보건대 사회복지과 졸업생 김복주씨

춘해보건대 사회복지과 졸업생 김복주씨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학교'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눈물이 납니다. 졸업장 받은 것이 믿기지 않네요."

12일 울산 울주군 춘해보건대학교 졸업식장에는 대부분 스무 살을 넘긴 앳된 표정 사이에 주름진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69세에 사회학과를 졸업한 김복주(여)씨다.

김씨는 울산 청량중학교를 중퇴하면서 학교와 인연이 끊어졌다가 50여년 만에 대학을 다니게 됐다.

"여자라고 부모님이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는 그는 결혼하고 자녀도 낳았지만 학교를 다니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나 그녀가 32세, 아들이 7세, 딸이 3세이던 해 남편이 과로로 숨지면서 공부의 꿈을 접고 생활전선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우유 배달을 하려는데 지원자격이 고등학교 졸업자였다. 회사에 사정해서 겨우 배달을 하게 됐지만, 중학교를 중퇴했다는 것이 한이 되더라"고 회상했다.

이후 우유대리점을 맡아 운영하면서도 직원들보다 자신이 못 배웠다는 사실이 늘 마음에 걸렸다. 그러던 중에 중구 반구동에 있던 '어머니학교'를 알게 돼 공부를 시작했다.

고등학생 아들의 도움을 받아 3년 과정을 마쳤지만, 정식 과정이 아니어서 대학에 입학할 수 없었다.

이후에도 자녀들을 뒷바라지 하면서 틈틈이 공부했다. 자녀들이 장성하고 여유가 생기면서 66세 되던 해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도전, 1년 만에 통과하고 춘해보건대 사회복지학과 새내기가 됐다.

그는 "그때 엄마와 함께 공부한 아들, 딸이 지금 모두 한의사가 됐다"며 "엄마가 공부하는 모습만큼 좋은 교육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공부가 쉽지 않았지만 열심히 했다.

김씨는 "수업 내용을 기억하지 못해 녹음기 3대를 구입, 교수님 말씀을 모두 녹음하고 잠자기 전까지 다시 들었다. 조금씩 알고 이해할 때마다 희열을 느꼈다"고 웃었다.

이 대학은 80학점을 이수하면 졸업 조건을 충족하지만 김씨는 95학점을 수료했다.

서화정 학과장은 "언니는 항상 가장 먼저 강의실에 와서 가장 마지막에 나가는 학생이었다"고 소개했다.

김씨는 재학 중 아동심리상담사 2급 취득, 실버서비스 보건의료전문가 과정, 여성가족부 주관 성폭력 상담원 교육 과정 수료, 수화동아리 활동 등으로 졸업식에서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그는 "남을 돕고,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어 사회복지과를 졸업했다"며 "당당한 사회복지사로 여생을 의미 있게 보내겠다"고 말했다.

can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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