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간 범죄 급증.. 그들은 왜(下)>'자식 = 내 것' 소유욕이 참극의 불씨

강승현 기자 2016. 2. 1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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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적 특수성이 큰 영향

부모의 경제적 빈곤도 한 몫

존속살해가 전체 살인의 5%

美·英 등 선진국의 3 ~ 4배

자녀를 상대로 한 부모의 범죄는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 특수성과 소유욕이 주요 요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부모 등 존속(尊屬)에 대한 범죄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범행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고, 부부간의 다툼은 배신감이 주요 원인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녀를 향한 범죄, 과도한 소유욕이 비극 원인= 12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소속 정성국 박사의 ‘한국의 존속살해와 자식살해 분석’ 보고서는 2006년부터 2013년 3월까지 국내에서 일어난 친족 간 살인사건 611건 가운데 자식살해는 230건이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 사건’ 등에서 드러난 가정폭력에 대해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보는 한국사회의 가부장적 특수성이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1월 26일 친족 간 범죄에 대해 “구성원을 소유물로 여기는 심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학회는 “부모와 자녀의 경계를 구분하고, 사랑을 내세워 아이를 때리거나 과잉보호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가장이 일가족을 살해한 사건에서는 가족 구성원을 하나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동시에, 자신이 없으면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불안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윤석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유교에선 부모가 자식을 꼭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자식의 평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과도한 책임감이 이 같은 비극을 부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부모의 ‘경제적 빈곤’이 극단적인 가정폭력으로 번지기도 했다. 정 박사는 “자식살해의 경우 빚 또는 사업실패 등 ‘경제 문제’가 원인이 된 비율이 전체의 27%로 높게 나타났다”고 보고서를 통해 분석하기도 했다.

◇부모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정 박사는 또 “국내 전체 살인사건에서 존속살해가 차지하는 비중은 5% 수준으로 미국(2%)이나 영국(1.5%)의 3∼4배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부모를 폭행하는 자식의 경우 과거 부모로부터 ‘지속적인 학대’를 당하거나 ‘가정불화’를 겪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부모가 지속적으로 공정하지 못한 훈육을 하거나 비인간적으로 자녀를 대할 경우 극단적인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부간 폭력, ‘배신감’이 주요 요인= 부부간 폭력의 경우 애정 문제로 인한 배신감 등이 큰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부부간 폭력은 다른 친족 대상 범죄에 비해 분노의 정도가 높아 더 잔혹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부부간 범행은 배신감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애정이 있으면 그만큼 증오가 따르기도 쉽다”고 분석했다.

이웅혁 교수는 “배신감 등에서 비롯된 부부간 범죄에서는 흉기로 여러 번 찌르거나 안면 등을 훼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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