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앙 FOCUS] 저평가된 감독 블랑의 '은근한 질주'

풋볼리스트 2016. 2. 1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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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로랑 블랑 감독보다 실력이 좋은 감독은 많지만, 더 저평가 받는 감독은 없다.

블랑은 2013년 파리생제르맹(PSG) 지휘봉을 잡은 이후 계속해서 경질설에 시달렸다. 우승(리그 2회, 프랑스컵 1회, 리그컵 2회)도 소문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PSG가 리그앙 우승을 차지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주제프 과르디올라, 주제 무리뉴와 같은 감독들의 차기 행선지가 거론될 때마다 ‘블랑이 쫓겨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PSG는 11일(이하 현지시간) 모든 뜬소문을 잠재웠다. 블랑 감독과 2018년까지 재계약 했다. 2015/2016시즌을 압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블랑을 자를 명분은 없지만, 이어나갈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상상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할 수 있다. 나세르 알켈라이피 PSG 회장은 “나는 그의 능력을 믿는다”라고 했다.

#늦은 데뷔, 빠른 성공
블랑은 지휘봉을 상대적으로 늦게 잡았다. 디디에 데샹과 같은 동료들이 선수생활을 마치고 바로 지휘봉을 잡은 것과는 달랐다. 블랑은 만 42세인 2007년 처음으로 감독직에 올랐다. 지롱댕도보르도 감독이 됐다. 블랑의 등장에 많은 이들의 물음표를 띄워 올렸다. 블랑은 선수시절 ‘대통령(Le president)’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리더십을 인정 받았지만, 지도자 생활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보르도는 정상급 팀은 아니었다. 2006/2007시즌 6위를 차지했다.

블랑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막대 사탕을 물고 지시하는 모습은 블랑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블랑은 보르도를 생각보다 빨리 궤도에 올려놨다. 블랑은 4-4-2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팀을 이끌었다. 노장인 페르난도 카베나기와 조앙 미쿠를 중앙과 최전방에 놓고, 젊은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줬다. 블랑은 보르도를 데뷔 시즌에 2위로 이끌었고, 최우수 감독상을 받았다.

2008/2009시즌은 블랑의 시즌이었다. 블랑은 AC밀란에서 실패하고 돌아온 요안 구르퀴프를 중심으로 팀을 다시 꾸렸다. 블랑은 4-3-3 포메이션을 썼고, 마루안 샤막과 웬델 그리고 요앙 구프랑을 최전방에 배치했다. 블랑은 구르퀴프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썼다. 구르퀴프 밑에 알루 디아라와 페르난도를 세우며 수비적인 부분의 부담을 덜어줬다.

블랑의 보르도는 간결하고 효과적이었다. 구르퀴프는 플레이 상황과 프리킥 상황에서 모두 강한모습을 보였다. 최전방으로 나가는 킬러 패스를 넣어줬고, 중거리슛과 프리킥으로 많은 골을 뽑았다. 구르퀴프는 당시 15골과 8개의 도움을 기록하면서 리그앙 최고 선수로 발돋움했다. 블랑은 동료이자 라이벌인 데샹이 이끄는 올랭피크드마르세유를 제치고 우승했다.

#프랑스 대표팀, 2% 결핍
블랑은 ‘2010 남아공 월드컵’이 끝난 뒤 프랑스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블랑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이었다. 프랑스는 남아공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했고, 그 와중에 감독과 선수 그리고 선수와 선수 간의 불화가 불거졌다. 블랑은 남아공월드컵에서 문제가 불거진 것을 지적하며 자신의 데뷔 경기에서 월드컵 엔트리 23명의 선수들을 모두 제외시키는 징계를 했다. 그는 “존경하고, 존경 받는 지도자가 되겠다”라고 선언했다.

출발은 좋았다. 블랑은 무엇보다 화합을 강조하며 무너진 팀을 일으켜 세웠다. 블랑은 ‘유로 2012’ 예선에서 조1위를 차지했고, 대회 개막을 앞둔 시점까지 A매치 21경기 무패 기록을 세웠다. 본선은 조금 달랐다. 프랑스는 1승 1무 1패로 8강에 진출했는데, 8강에서 우승팀 스페인에 0-2로 패했다. 블랑은 스페인전 전술 때문에 비판 받았다. 마티외 드뷔시를 측면 공격수로 세우는 보수적인 전략을 펼쳤고, 결국 스페인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후 제레미 메네스, 사미르 나스리, 아템 벤 아르파 그리고 얀 음빌라가 대회 도중에 팀 내에서 불란을 일으킨 게 발각되면서 다시 한 번 대표팀이 도마에 올랐다. 블랑은 대회가 끝난 후 조용히 대표팀과 헤어졌다. 2년 계약을 이행한 후 조용히 물러났다.

#PSG에서 만개한 블랑
블랑은 2013/2014시즌을 앞두고 PSG 지휘봉을 잡았다. 예상치 못한 행보였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물러난 후 주제 무리뉴 등이 물망에 오르던 시기였다. 블랑은 PSG에 부임한 후 모든 이들의 의혹을 조금씩 걷어냈다. 그는 4-3-3 포메이션을 사용했고, 미드필더를 역삼각형으로 배치하며 공격적으로 경기했다.

블랑이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점유율이다. 블랑은 미드필드 높은 지역에서 공을 점유하고 상대를 몰아 붙이는 축구를 한다. 최전방 공격수들도 좌우로 넓게 세우는 게 아니라 좁혀 세우고, 측면 풀백들이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전술로 상대를 압박하길 바란다. 블랑은 티아고 모타를 꼭지점에 세운 이후 마르코 베라티와 블레즈 마튀디를 좀 더 뜻대로 사용하고 있다.

2015/2016시즌, 블랑은 지도자 데뷔 후 가장 위협적인 팀을 만들었다. PSG는 시즌 개막 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레알마드리드에 단 한 번 패했다. 리그에서는 25라운드 현재 2위 AS모나코에 승점 24점이 앞선 선두다. 모두 다른 팀들의 경쟁력 없음을 지적하고 있지만, PSG는 챔피언스리그 우승후보로도 손색없는 강력함을 갖추고 있다.

블랑은 말을 많이 하는 지도자가 아니다. 한 번은 무리뉴에게 “말은 무리뉴의 무기”라고 쏘아 붙인 적도 있다. 블랑은 뒤늦게 출발한 지네딘 지단 감독보다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그는 계속해서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은근한 질주일 뿐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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