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영의 다른야구] 故 톰싱어, 그가 남긴 강정호 이야기

서지영 2016. 2. 1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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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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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가 가장 사랑했던 기자를 잃었다'. MLB.com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기자를 보내며 이렇게 썼습니다. 풍부한 스토리 와 밀도 깊은 기사로 대중은 물론, 선수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던 노(老) 기자를 떠나보내는 것이 못내 아팠던 모양입니다.

메이저리그의 피츠버그 전담 톰 싱어 기자가 지난 9일(한국시간)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67세. 그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나흘이 지난 뒤였습니다. 모두에게 갑작스러웠습니다.

그의 아내 말비나는 "싱어가 아픈 기색이 없었다. 우리는 아직 그를 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평소 다스리던 지병은 있었으나 이렇게 빨리 작별을 고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알려집니다.

싱어는 15년 전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MLB.com이 뽑은 첫 기자였던 그는 4년 전부터 피츠버그를 담당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피츠버그를 전담하면서, '베테랑' 기자로서 무르익은 취재력을 자랑했습니다.

그를 추억하는 모든 이들이 같은 추도사를 남겼습니다.

칼럼니스트 딘 맨은 "싱어는 우리와 지난 15년 동안 함께한 사랑받던 세계적 수준의 기자이자 동료였다. 일생을 야구와 자신을 사랑한 사람에게 헌신했으며 특별한 스토리텔링을 한 기자였다"고 했습니다. 강정호 또한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평화 속에서 쉬세요, 톰 싱어. 그리울 거에요(Rest in peace, Tom Singer. You will be missed)'라고 글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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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또한 지난 9월 피츠버그에서 싱어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백발의 노인이었던 그는 인자한 모습으로 한국에서 온 취재진에 인사를 건네곤 했습니다. 다리가 불편한 그는 걸음이 느리고 약간 절뚝였습니다.

하지만, 경기 뒤 라커룸과 감독실에서 이뤄지는 인터뷰 현장에 늦거나 빠진 적이 없었습니다. 늘 평온한 표정으로 기자실 두 번째 줄 가운데 자리에 앉아 그라운드를 내려봤습니다. MLB.com은 싱어와 함께 또 다른 젊은 기자를 붙였습니다. 그의 곁에서 보고 배우는 '수습'의 시간을 가지라는 뜻은 아니었는지, 예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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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는 한국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엄밀히 따진다면, 강정호를 눈여겨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당시 저는 싱어와 강정호를 주제로 10분가량 인터뷰를 했습니다. 싱어는 강정호의 재능과 적응력에 시종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자신이 보는 그가 아닌, 동료와 코칭스태프가 평가하는 '킹캉'을 객관적으로 전할 때는 그가 얼마나 성실하게 취재를 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한국으로 떠나기 전 작별인사를 고하자, 그는 자신의 이메일을 적어줬습니다. "언제라도 연락하세요." 저는 "또 보자"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그 약속을 이제는 지키지 못하게 됐습니다. 당시 싱어와 가졌던 인터뷰를 그대로 전합니다. 이미 시간이 많이 흘렀고 또한 강정호가 부상으로 시즌 아웃 되기 전이라 어색한 부분이 많습니다. 하나, 한국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싱어가 강정호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강정호를 어떻게 평가하나요. 강점이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강)정호는 정말 좋은 선수에요. 무엇보다 강한 힘을 지녔습니다. 또 수비를 잘하는 방법을 알고 있고요. 또한 베이스 러닝도 잘하는 선수에요. 굉장히 똑똑하게 뛰죠."

-너무 과감하게 뛰어서 주루사를 당할 때도 있어요.

"물론, 이따금 실패할 때도 있어요. 누구나 도루를 하면 실패하기도 하죠. 그러나 강정호는 투수를 잘 보고 좋은 때를 선택해 뛸 줄 아는 선수입니다. 특히 2루에서 3루로 가는 건 리그에서도 톱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약점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음…. 약점이라면 인사이드 코너로 들어오는 변화구, 가령 커브볼에 약점이 있는 건 맞아요. 하지만 (2015년은) 첫 시즌이었어요. 반복된 경험을 쌓는다면 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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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천후 내야 멀티 플레이어로 뛰었는데요.

"수비에 있어서는 3루수로 뛸 때가 유격수로 나설 때보다 더 좋아 보입니다. 3루는 타구가 정말 빨리 가는데, 강정호가 막는데 적합해요."

-신인왕 후보에 오를까요?

"신인왕 후보군에 오르는 건 당연하다고 봅니다. 다만, 다른 후보인 크리스 브라이언(시카고컵스)의 워낙 성적이 좋습니다. 물론 강정호도 메이저리그 첫 데뷔에 좋은 성과를 내고 있고 언어 소통의 벽을 넘었죠. 그러나 (신인이라고 보기에 다소 어렵게도) KBO에서 뛰었습니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 적응했다고 보세요?

"완전히 적응했어요. 처음에는 조금 어려운 시기를 가지기도 했어요. 정호는 정말 좋은 학생이에요. 경기가 녹화된 비디오 테이프를 보면서 공부를 한다고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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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수준을 마이너리그 정도로 보는 시선도 있었는데요.

"KBO가 더블A나 트리플A 정도 사이에 있을 수 있지만, 정호의 야구 수준은 그보다 훨씬 높습니다. 스카우트들을 통해 강정호와 같은 수준의 선수들이 KBO에 더러 있다고 들었어요."

-강정호가 올 시즌(2015년) 얼만큼의 기록을 남길까요.

"남은 모든 경기에 나선다고 가정할 때 타율은 2할8푼대, 홈런도 20홈런은 기록할 것으로 보여요. 한국 시절 보다는 낮겠지만 첫 시즌에는 상당히 좋은 성적입니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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