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 '렛미인' 박소담 "진짜 '검은사제들' 찍은 애 맞냐고요?"

2016. 2. 1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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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충무로의 괴물 신인'이라 불리며 화려하게 나타났다. 배우 박소담은 20대 여배우 기근 속에 나타나 충무로를 그야말로 집어 삼켰다. 영화 '경성학교'로 제대로 눈도장을 찍더니 영화 '검은사제들'을 통해 폭발적인 연기력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영화 '사도', '베테랑', 드라마 '처음이라서' 등 이 괴물 신인은 무서운 속도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접수해 갔다. 쉴 틈 없이 달렸다. 제대로 속도가 붙었다.

그러나 박소담은 더 속도를 내지 않았다. 빠른 시간 내에 이룬 결과물에 도취되지 않고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영리한 선택을 했다. 연극 '렛미인' 오디션에 지원해 서류 심사까지 총 4차 오디션을 거치며 6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일라이 역을 따냈다.

연극 '렛미인'은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와 외톨이 소년 오스카의 가장 매혹적이고 잔인한 사랑 이야기로 박소담이 연기하는 일라이는 몇 백 년 동안 소녀로 살아온 뱀파이어다.

사실 영화 및 드라마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박소담이 돌연 연극을 선택한 것은 업계는 물론 대중까지 놀라게 했다. 바쁘게 활동하고 있는 그녀가 많은 시간과 감정이 요구되는 연극을 선택한 것이 다소 의아했기 때문. 그러나 박소담은 "내겐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원래 시작을 연극 무대에서 시작했어요. 학교도 연극원 연기과로 졸업을 해서 연극 무대가 저한테는 익숙한 공간이기도 하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물론 이렇게 큰 무대에 섰던 적은 없어요. 학교에선 소극장 무대라 많아야 150명이었거든요. CJ토월극장이 1004석이라는 소리를듣고 놀랐어요. 이 공간을 어떻게 채워 나가야 할지 고민도 있었는데 연습하면서 그 고민은 자연스럽게 풀었어요."

박소담은 연극이 자신의 시작인 만큼 연극이 주는 매력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는 "관객들의 반응이 실시간으로 바로 오다보니 가끔 멘붕에 빠지기도 하고 욕심을 더 내기도 하지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순발력을 기를 수 있는 것 같다"며 "학교에서 네 편의 연극을 하면서 바로 바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 배우는 보여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들리는 것도 중요한데 연극 무대를 통해 그런 부분을 더 훈련할 수 있고, 배우들끼리도 더 같이 호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소담에게는 고향과도 같은 곳이지만 스크린과 브라운관의 박소담이 익숙한 대중에겐 그의 선택이 아무래도 놀라웠다. 그의 오디션에 더 큰 관심이 쏠린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른 어떤 작품을 선택했던 것보다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됐던 것도 사실이에요. '검은 사제들' 캐스팅 전까지만 해도 그런 부분에는 부담을 느끼지 않았어요. '검은 사제들' 때만 해도 삭발에 대한 부담과 우리 나라에서 흔하지 않은 이 장르를 어떻게 잘 표현해야 하나, 인간이 아닌 몇천살 먹은 인물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등의 부담 뿐이었어요. 근데 '렛미인'은 시작 전부터 관심을 받다보니 부담이 되더라고요. 하지만 제가 하고싶어서 선택을 했던 거였고, 팀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부담을 덜 수 있었어요. 뭘 보여줘야 하고 뭘 해야 한다는 것보다 제가 처음에 연기를 하려고 예술학교에 들어갔을 때의 감정들을 다시 느낄 수 있었죠.

물론 자신에게만 집중된 스포트라이트가 동료들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자신보다 무대 경험이 많은 선배들에게 죄송한 마음도 들었고, 그래서 더 폐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오랜만에 서는 무대고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을 거기 때문에 더 많이 물어보고 더 열심히 하려고 했다"고 고백했다.

함께 일라이 역을 맡은 이은지를 비롯 동료 배우들은 부담을 느낀 박소담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 특히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보여주는 이은지 덕에 얻은 것이 많다.

"처음엔 계속 보게 되면 (이)은지 언니를 자꾸 따라하려고 하고 제 것을 못 찾을까봐 안 보려고 했어요. 근데 계속 보다보니 오히려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알 수 있더라고요. 더블이 처음이었는데 같이 얘기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보니 되게 좋더라고요. 다른 분들도 부담을 덜어주시려 했고, 편하게 해주셔서 온전히 즐길 수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너 진짜 검은 사제들 찍은 애 맞냐?'고 얘기할 정도로 저의 원래 모습이 나왔죠. '검은 사제들' 보면서는 무서우셨대요. 전 아직도 이해가 안 가요. 왜 그렇게 많이들 무서워 하셨는지."(웃음)

'검은사제들'에서 악령에 씌인 영신 역에 이어 '렛미인'에서 뱀파이어 역을 맡은 박소담. 역할로 인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박소담은 "단순한 뱀파이어의 모습만 생각했다면 고민했을텐데 대본을 읽었을 때 고독하고 외로운 소년과 소녀가 만나 서로를 치유해 가는 과정이 아름답고 따뜻하게 다가왔다"고 털어놨다.

"대본을 읽고 너무 마음이 따뜻해졌고 치유 받는 느낌이 있었어요. 단순히 무서운 뱀파이어가 아닌 둘의 아름다움을 표현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무서운 것만 걱정하진 않았어요. 순수한 일라이의 모습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충무로 괴물'이라 불리는 만큼 박소담은 '렛미인' 오디션 일화로도 주목 받았다. 오디션 중 갈증을 호소하는 뱀파이어를 표현하라는 주문에 온 바닥을 기어다니면서 오디션장 바닥을 핥았다는 것. 박소담은 "어떻게 그 이야기가 인터넷에 뜨게 됐는지 나도 궁금하다"며 웃었다.

"그 이야기가 뜨고난 뒤에 그걸 캡처해서 엄청나게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런 이야기가 인터넷에 올라간지 전 몰랐어요. '이게 뭐야' 했죠. 근데 학교에서 그런 것들을 되게 많이 했었어요. 움직임 수업을 할 때 어떠한 주제를 놓고 즉흥적으로 하거나 스토리를 짜서 보여주는 수업을 많이 했었죠. 그래서 학교에서 배웠던대로 했던 거예요. 그게 그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피가 엄청나게 필요한 상황인데 피를 발견하고 돌진하다가 햇빛을 보고 몸을 막 움츠리고 그러면서도 필사적으로 갈구하는 부분을 표현한 거였어요. 누가 올리지 저도 궁금해요. 알고싶어요. 시작이 어딘지."(웃음)

다른 이들에겐 충격을 줬던 연기를 펼친 결과, 박소담은 일라이 역을 맡게 됐다. 오로지 자신의 연기력으로 얻어낸 결과였다. 스크린에서 인정 받은 연기력을 무대 위에서도 인정 받은 셈이다.

오디션에 합격한 뒤 더 어려운 연습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라이의 감정을 분석하는것은 물론 무브먼트 연습에도 집중해야 했기 때문. 매일 오전 10시 연습실에 나가 서로 아무 말도 안 할 정도로, 일명 혼이 나갈 정도로 움직임을 연습했다.

"처음엔 너무 힘들었어요. 근데 점점 연습실 공기가 달라지더라고요. 처음엔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땀을 쫙 뺀 후에 오는 엄청난 희열과 만들어가는 과정들이 너무 좋았어요. 몸을 썩 잘 쓰는 편이 아니라 힘들었지만 춤이 아닌 움직임이었기 때문에 부담이 덜 했던 것 같아요. 또 서로를 믿고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제가 느꼈던 공포나 걱정들을 날려버릴 수 있게 해줬어요. 선배님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고 용기를 얻을 수 있었죠."

일라이의 감정 해석은 어땠을까. "일라이의 감정이 도대체 뭐지 너무 어려웠다. 두 남자를 모두 사랑하는 것이 제일 어렵다"고 운을 뗀 박소담은 "어쨌든 하칸과 오스카를 둘 다 사랑하는 건데 그걸 이해하지 못해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존 티파니 연출님이 해주신 말을 듣고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어쨌든 일라이는 오스카와 하칸을 다 사랑하는 거예요. 일라이는 이제까지 오랜 시간을 지내 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거쳤고, 또 많은 사람들을 떠나 보냈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외롭고 고독함을 느꼈을 거고, 그래서 계속 사랑을 갈구하는 거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너무 현실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일라이가 지금 얼마나 괴롭고 고독하고 절실할지를 생각해보라고 하셨어요. 일라이도 정말 외로운 존재라는 걸 알게 됐죠. 사실 새로운 사랑을 맞이하는 것 자체도 되게 어려운 일이잖아요. 이해하는데 오래 걸리긴 했지만 이야기 자체가 가슴 아팠고, 그 가운데서도 따뜻함을 줘서 일라이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일라이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부분도 발견했다. 감정에 솔직하다는 점이다. 박소담은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내 장점이자 단점인 부분인데 일라이의 그런 모습을 보고 비슷한 부분을 느꼈다"며 "하지만 일라이는 아직도 너무 어렵다. 깊이가 깊어질수록 '일라이 진짜 보통 애가 아니구나' 알게 된다"고 털어놨다.

"일라이의 감정에 솔직하려고 해요. 하칸을 대할 때나 오스카를 만날 때나 목적이 뚜렷한 친구죠. 오스카를 만날 때는 얘를 어떻게 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저 호감을 표시하고 싶은 솔직한 마음을 보여줘요. 그 부분에선 순수하게 하려고 해요. 하지만 확실히 누군가를 죽여서 피를 필요로 할 때는 그에 대한 목적을 두고 행동하죠. 그렇게 일라이는 감정에 솔직해요. 근데 그렇게 감정에 솔직할 수 있는건 그만큼 순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박소담은 인터뷰 내내 '렛미인'이 전해주는 치유를 강조했다. 이유를 묻자 "살짝은 지쳐 있었던 것 같다"고 솔직한 답을 내놨다.

"많은 것들을 짧은 시간 안에 하면서 고민이 많아졌었어요. '검은 사제들' 영신이가 너무 셌었기 때문에 내가 그 다음 뭘 할 수 있을까 고민이었죠. 정말 현실감 있는 사람을 연기하고 싶기도 했고요. 저는 되게 밝고 건강한 사람인데 영화에서 보여드렸던 모습들은 다 너무 어둡고 무거운 모습들이 많아서 제 원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많이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일라이와 '렛미인'에 더 끌린 것 같아요. 물론 일라이가 사람이 아닌 뱀파이어지만 일라이가 가진 소녀스러움과 당찬 모습들이 제겐 되게 크게 다가왔거든요. 그래서 일라이를 만난게 치유가 됐어요. 또 '렛미인' 팀을 만난 것도 치유가 됐고요. 요즘 많은 의미로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요. 매번 울컥해요. '렛미인'은 저를 되돌아보고 치유받을 수 있게 해준 작품이에요."

박소담은 순식간에 지나간 그간의 활동을 되새기며 계속해서 다양한 분야에 몸담고 싶다고 했다. "무대에서만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며 "기회만 된다면 계속해서 병행하고 싶다. 이렇게 빨리 무대에 다시 서게 될 줄은 몰랐는데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부담은 매 작품마다 다 있어요. '경성학교' 할 때는 첫 주연이기 때문에 부담을 느꼈어요. '검은 사제들' 때는 이런 모습들을 내가 연기할 수 있을까, 이 낯선 장르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김윤석 강동원 두 대선배님들의 기 속에서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부담이 됐어요. 그런데 '검은 사제들' 때 두 선배님들과 작업하면서 진짜 많이 배웠어요. 배우로서 가져야 되는 책임감, 부담감을 잘 이겨내서 관객들에게 보답해야 하기 때문에 배우가 작품에 임하는 태도, 마음가짐 등을 많이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었어요. 사실 정말 많은 관심을 받아서 부담도 되고 떨리기도 하고 걱정도 되는데 그 때 배웠던 것들을 떠올리며 즐기려고 해요. 어쨌든 제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잖아요. 누가 시켜서 하기는 힘든 일이에요. 제가 즐기고 그 정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10년 후의 박소담에 대해 물었다. 박소담은 쉽게 답을 내놓지 못했다. 한참을 고민했다. 이내 "배우라는 직업이 너무 고맙고 좋은게 이렇게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거예요"라고 입을 열었다.

"제가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역할과 연기가 있잖아요. 제가 어떻게 늙고 어떤 모습으로 연기를 하고 있을지 계속 꿈 꿀 수 있는게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솔직히 어떤 모습일지는 구체적으로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하지만 아마 지금보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굉장히 훨씬 더 강해져 있을 것 같긴 해요. 바람이 있다면 그냥 제 이름을 듣고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해요. 다양한 작품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연극 '렛미인'. 공연시간 140분. 오는 2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02-577-1987

[이은지.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pres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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