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칩거중인 문재인 전 대표와 양산에서의 2시간 동행

강태화 2016. 2. 1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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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여사 "밥이 별로 없는데, 조금씩만 드세요~"

내(나)다!”
설 연휴 마지막날인 10일 오후 2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경남 양산 자택의 초인종을 눌렀다. 문 앞에 기다리고 있던 기자의 손을 끌고 집안으로 들어온 그는 “밥줘. 나 배고파, (기자 몫까지)한 그릇 더!”라고 했다. 기자와 동행한 문 전 대표를 본 부인 김정숙 여사는 “밥이 별로 없는데. 조금씩만 드세요~”라고 했다.

지난달 27일 더민주 대표직을 내려놓은 뒤 칩거중인 문 전 대표의 양산집 대문이 언론에 처음으로 열렸다. 입고 있던 양복을 갈아입은 문 전 대표는 “인터뷰는 아닙니다”라고 확인하고서야 기자와 마주 앉았다.그는 “혼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한 뒤 권양숙 여사와 만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권 여사가 원래 설날은 (아들이 있는) 중국에서 보내는데 올해는 모친 때문에 봉하에서 지내기로 했다. 권 여사가 특별한 말씀은 하지 않으셨다”고도 말했다.

김 여사는 평양식 ‘온반’(국수와 고기를 얹은 국밥)을 내왔다. 게장과 김치, 깍두기를 곁들였다. 문 전 대표는 ‘흥남철수’ 때 거제도로 피난온 실향민 가족 출신이다.

문 전 대표는 식사 내내 말을 아꼈다. 그러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얘기를 꺼내자 눈이 휘둥그래져 “폐쇄요? 정말?”이라고 되물었다. “참, 큰일이네…. 대북 제재는 중국과 공조해야 할텐데 말이야”라고도 했다.

대화 중 그는 정치현안을 물어도 개성공단 얘기로 답했다. “개성공단 폐쇄건은 진짜 그렇게 결정하면 안 되는데. 지난번에도 ‘정치와 무관하게 공단은 지속한다’고 합의하고 재개하지 않았었나요”라고 했다.

그는 11일 양산시청에서 열린 서형수 전 한겨레신문 사장의 양산 출마 선언식에 참석해서도 “북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정부가 사드 배치와 개성공단 폐쇄로 대응했는데 이것이 박근혜 대통령이 늘 강조한 통일대박이냐”며 “개성공단 폐쇄는 남북간 마지막 끈이 끊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페이스북에도 “한반도가 6ㆍ25전쟁 이후 최악의 총체적 안보 위기 상황”이라며 “국제공조에 가장 중요한 지렛대는 중국인데 사드배치로 중국을 노골적으로 자극하고 국제공조를 어렵게 만드는 게 정부의 외교전략이고 대북정책인지 한심한 일”이라는 글도 올렸다.

▶관련 기사
① [단독] “노무현·김정일 수시로 직접 통화했다”
② 손학규 “박 대통령, 평화 위해 북한 정권 인정해야”

문 전 대표는 ‘언제 여의도 정치에 복귀할거냐’는 질문에 “우리 당 문제면 안 가도 될 것 같은데,(2월) 국회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어쩔수 있나요”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임시국회는 시작됐는지 물었다. 이날 국회는 본회의에서 대북규탄결의안을 채택했지만 모르고 있었다.
오늘 본회의에선 뭐하나?"(문 전 대표)
대북결의안만 처리한다고 하자 "그거만 한다고 본회의를 열어요? 대단하네"라고 받았다.

2월 국회는 15일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시작으로 일정이 이어진다. 17일엔 외교ㆍ통일ㆍ안보에 대한 대정부질문 일정도 잡혀 있다. 문 전 대표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이다. 어떻든 2월 임시국회를 중앙무대 복귀 시점으로 생각하는 듯 했다.

문 전 대표의 양산 자택은 노무현정부가 끝날 무렵이던 2008년 1월 한 조각가의 작업실 겸 전시관을 매입해 새로 꾸민 집이다. 30분에 1대씩 다니는 버스가 오가는 큰길에서 차 1대가 겨우 지나갈만큼 좁은 시골길을 1km 넘게 들어가야 한다. 집안의 각종 집기 등은 문 전 대표 부부가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문 전 대표는 “작업실로 쓰던 집이라 외형은 예쁘게 지어놨지만 쓰기에는 불편하다. 난방도 잘 안되고…”라고 했다. 실제로 응접실엔 온돌이 깔려있지 않은지 벽에는 작은 난방기기가 걸려있었고, 김 여사는 실내에서도 두꺼운 패딩 조끼를 입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자 문 전 대표는 대뜸 “구두 신고 왔죠?”라고 물었다. “운동화를 신었다”는 대답에 그는 “그럼 같이 나가자”며 직접 깎아 만든 나무 지팡이를 집어들었다. 김 여사에게 “커피는 밖으로 주세요”라고 말했다.

커피가 나오자 문 전 대표는 마당 테이블에 앉았다. “당에서 총선에 어떤 역할을 할지 요청이 곧 올텐데. 어떤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묵묵부답으로 커피를 마셨다. 김 여사가 테이블 옆으로 늘어진 나뭇가지를 정리하려고 하자 문 전 대표는“이건 필요없는 가지네”라며 직접 가지를 치기도 했다.

당내 분열의 계기로 평가받는 지난해 4ㆍ29 재ㆍ보선 패배후 구기동 자택에서 울음을 터뜨렸던 김 여사의 일화를 기자가 언급하자 김 여사는 웃으며 “왜 그런 이상한 기사까지 썼느냐”고 했다. 하지만 “그래도 그날 아침은 많이 슬프고 속은 많이 상했어요. 정말 열심히 했는데…”라고 했다. 김 여사의 말을 듣고 있던 문 전 대표는 “허허”하며 웃었다.

문 전 대표는 “산책로가 있는데 함께 가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려견인 9살된 풍산개 ‘마루’를 앞세웠다. 마루는 문 전 대표와의 산행이 익숙한 듯 먼저 달려가 길을 안내했다. 말 없이 걷던 그가 물었다.
우리당 요즘 잘 돌아갑니까?”“요즘은 언론 안보고 지낸다”면서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북한 궤멸’ 발언과 영입한 조응천 전 청와대 비서관에 대한 당내외 논란 등을 전하자 웃으며 “이제 (당) 자체가 달라졌죠. 김 위원장도 모셨는데 누군들 (조응천 전 비서관인들)안 됩니까”라고 했다.
영입작업이 주목을 받은 것에 대해 문 전 대표는 "정치인들보다 유권자들 생각이 더 건강한거죠"라고 말했다. 자연스레 선거 얘기로 넘어갔다.

Q : 영입인사중 영남쪽 인사는 잘 안보이는데요..
A : “동부벨트(영남ㆍ강원)는 좋은 사람 데려오기 어려워요. 데려오려면 좀 더 희망을 줘야하는데. (당에서)호남·비호남 구분은 굉장히 가슴 아픈 거예요. 이쪽(야당 영남후보)은 지역에서는 호남(당 후보)이 돼버리고….”

Q : 여당의 과반 저지를 목표로 언급했는데요.
A : “뭐…그게 쉽나요. 야권 분열이 안 돼도 정치 지형상 어렵죠. 실제로 우리가 과반 가져본 게 탄핵 이후뿐이니까."

Q : 안철수 의원의 탈당을 막지 못했습니다.
A : “(말을 흐리며)뭐, 그것도…. (국민의당이)교섭단체를 못 만들어서 국고 보조금 못 받는다고 하죠? 이제 선거로 교섭단체가 되든지 해야겠네요.”

Q : 대구에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에게 비대위원장 제안을 했다 거절당했는데요.
A : “(중앙정치보다 지역에 집중하는)김부겸 의원 본인의 스탠스가 지금 대구에서 성공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니까. 실제로 성공 가능성도 있고. (여권과)각 세우려는 (비대위원장)역할을 하려고하지 않지. 걱정인 게 노무현 전 대통령도 총선 전에는 20%까지 앞서다 막판에 점점 더, 끝내 지는 걸 봐왔기 때문에…. 그래서 그분에게 좀 더 크게 놀아라(라고 제안했다는 의미)….”

Q : 최근 부산 사상 배재정 의원 사무소에 갔나요?
A : "(지역)위원장 넘기고, 후보도 넘기니까, 애프터서비스도 해달라는 거지.(웃음)"
산길을 걸으며 문 전 대표는 “여기를 10번을 산책하면 9번은 중간에 사람을 못 만나요. 주말에 간혹 나물캐러 올라오시는 분들을 만나지만 거의 내 전용이에요”라고 했다. 그날은 2명의 주민과 마주쳤다. 문 전 대표는 멈춰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반갑게 얘기를 나눴다.
그는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당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영도 출마’를 명시하자고 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당) 젊은층에선 ‘김 대표를 깨든지, 깨져도 의미가 있다’고 했지만 권노갑ㆍ김원기ㆍ임채정 씨 등 원로들이 ‘상대 당 대표는 배려해야 한다. 정치를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만류했지요.”
총선에 출마할 건지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지난 총선때는 나도 첫 출마라 부산과 울산, 경남 김해ㆍ양산까지는 (지원)했지만 창원마저도 지원하지 못했는데, 선거가 끝나고 수도권 지원을 안 했다는 게 공격 포인트가 되더라고. 그렇다고 (내가 출마한)‘낙동강벨트’도 성공한 것도 아니고. 수도권에서 5% 이내 진 승부가 많았으니 그런 소리할만하죠. 그래서 이번에는 내 선거를 안 한다고 했더니, 거꾸로 출마하라는 건데, ‘부산에 출마하라, 서울에 하라' 다 달라가지고….”
실제 당시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손학규 전 대표 등은 문 전 대표를 향해 “자기 선거구에 얽매어 총선에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했다.

문 전 대표의 거취는 아직 뚜렷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측근들은 '출마' 보다는 '지원유세'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문 전 대표는 하위 20% 현역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컷오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얼굴에 미소를 보이며 “평가를 하면 내가 탈락되겠더라고"라고 했다. 이 말을 하며 그는 크게 웃었다.
사실 우리당 의원들이 만든 법안이 대부분 내 대선공약을 구체화한 건데, 정작 나는 입법활동이 적잖아. 평가 항목에 기여도가 거의 유일한데 대표를 했으니까 최고점을 받아도 포션이 7%정도밖에 안되요, 그래도 내(나)까지 불평하면 안 되니까….”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풍산개 ‘마루’가 문 전 대표를 끌고가다시피하며 이리저리 냄새를 맡았다. 문 전 대표는 “진돗개도 키워봤는데 풍산개가 한배 반은 더 커요. 급소를 무는 건 진돗개가 영리한데, 뚝심이나 이런 건 풍산개가 낫지요. 진돗개는 주인에게 잘하지만, 풍산개는 사람을 굉장히 따라요”라고 설명했다.

외진 곳에 살아 김 여사가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자 “나가면 바로 마트도 다 있고 불편하지 않아요”라고 했다. 함께 장도 보느냐고 했더니 “나는 차 태워주고 주차장에서 기다리지”라며 껄껄 웃었다.

1시간여 산길을 동행한 뒤 돌아온 집앞에는 최근 경남에서 출마를 선언한 더민주 예비후보가 예고없이 찾아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대표님께 ‘어떻게 하면 (당선이) 되겠노~’라는 걸 들어보려고 안 왔습니꺼”라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처음 만난 후보자 일행에게 “일단 함께 올라갑시다”라고 웃으며 대문을 열어줬다. 문 전 대표를 찾아온 후보자 일행은 “사진을 찍으면서 대화하자”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이날 문 전 대표는 마당에 있는 금목서와 은목서 나무를 기자에게 소개했다. 지난해 추석에 양산집에 왔을 때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던 “(산책로에) 물봉선과 떨어져 깨진 홍시감…마당엔 금목서와 은목서 꽃향기…이것들을 모두 버리고 나는 무엇을 얻고 있는 것일까요?”라는 글에 나오는 그 나무였다. 문 전 대표는 “(향기가 진해)만리향이라고 불린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여기 바람 한번 들면, (여의도) 가기가 싫어지죠. 쳇바퀴 돌 듯이 그 안(정치권)에 있어야 뭐든 '그러려니' 하고 가는데.”

양산=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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