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판사들] 인감도장 찍혔다고 모두 진짜?

KBS 2016. 2. 1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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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생활에서 꼭 알아둬야 할 법률 상식을 판결을 통해 알아보는 <친절한 판사들> 시간입니다.

먼저, 어떤 사건인지 영상으로 확인하겠습니다.

노래방과 식당을 운영하기 위해 건물을 임차한 A씨.

하지만 인테리어 공사 도중 자금난으로 공사를 중단하고 영업을 포기하게 됐는데요.

그런데 뜬금없이 등장한 영수증과 각서..

건물 주인의 인감도장이 찍혀 있는 영수증과 각서엔 임대차보증금을 모두 영수했다는 내용과 A씨가 지출한 인테리어 공사비를 상환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는데요.

건물 주인은 문서가 위조됐다고 주장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인감도장이 찍혀 있는 영수증과 각서의 위조 여부를 놓고 분쟁이 발생했는데요.

어떤 판결이 내려졌는지 정상철 판사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질문>
건물을 임차한 사람은 영수증과 각서를 근거로 돈을 청구하고 건물주인은 자신의 인감도장이 찍혀 있는데도 서류가 위조되었다고 주장하는 상황인데요.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된 부분은 어떤 부분이었나요?

<답변>
민사소송에서 서류에 인감도장이 찍혀 있다는 것은 상당히 강력한 무기가 되는데요.

이 사건에서도 영수증과 각서에 건물주인의 인감도장이 찍혀 있기 때문에 건물주인은 서류에 적혀 있는 대로 임대차보증금 잔금과 원고가 지출한 인테리어 공사비를 주어야 하는지, 아니면 인감도장이 찍혀있는 영수증과 각서의 효력을 부정할 수 있을 것인지가 핵심쟁점이 되었습니다.

<질문>
영수증과 각서의 위조 여부가 판명이 됐나요?

법원의 판결이 궁금하네요.

<답변>
이 사건에서 1심과 2심 법원은 임대차인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영수증과 각서에 피고의 인감도장이 찍혀 있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물주인은 영수증에 적힌 대로 원고 A씨로부터 받은 보증금 잔금 8,000만원을 돌려줘야하고, 각서에 적힌 대로 원고 A씨가 지출한 인테리어 공사비를 책임져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그런데 이에 반해 대법원은 건물주인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건물주인의 인감도장이 찍혀 있는 것은 맞지만, 영수증과 각서가 건물주인의 의사에 따라 정상적으로 작성되었는지 의심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에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보고, 사건을 2심 법원에 돌려보낸 겁니다.

<질문>
법원이 이같은 판결을 내린 이유는 뭔가요?

<답변>
네, 이 부분을 말씀드리려면 먼저 ‘추정’이란 법률용어부터 설명드릴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추정’이란 어떤 사실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 그 사실을 입증하지 않더라도 일단 그 사실이 있다고 가정하고, 그에 따른 법적 효과를 인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도장이 찍힌 문서에서는 이런 ‘추정’의 법리가 2단계에 걸쳐 적용됩니다.

첫 번째 단계는, 어떤 문서에 작성 명의인의 도장이 찍혀 있으면, 작성 명의인의 의사에 따라 정상적으로 도장이 찍힌 것으로 ‘추정’됩니다.

두 번째 단계는, 이렇게 문서에 도장이 정상적으로 찍힌 것으로 인정되면, 그 문서에 적힌 내용들도 모두 정상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래서 소송에서 문서에 찍힌 도장이 문서 명의인의 도장이 맞다면, 두 단계의 추정을 거쳐서 결국 문서 전체가 정상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이 사건에서 임차인은 단지 서류에 찍힌 도장이 건물주인의 인감도장과 동일하다는 사실 하나만 증명하고 영수증과 각서가 언제, 어떤 경위로 만들어졌는지 등 다른 사실을 입증하지 않고도 1, 2심에서 승소할 수 있었는데요.

하지만, 여기서 ‘추정’이란 것은 다른 사실이 드러나면 깨질 수 있습니다.

우리 대법원 판례는 문서에 찍힌 도장이 작성명의인의 도장이란 것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도장이 명의인의 의사에 따라 정상적으로 찍혔는지 법원으로 하여금 의심을 품게 할 수 있는 사정을 입증하면 문서에 관한 추정이 깨질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영수증과 각서가 과연 피고의 의사에 따라 정상적으로 작성되었는지 의심할 만한 사정들이 많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각서를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질문>
대법원이 영수증과 각서에 의심이 갈 만한 상황이 있다고 본 건데, 그게 어떤 부분이었나요?

<답변>
이 사건에서 임차인은 3억 원을 들여서 인테리어 공사를 90% 가량 진행한 상태에서 음식점과 노래방 허가가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그 후 건물주인으로부터 공사비를 부담하겠다는 각서를 받아냈다고 주장했는데요.

우선, 허가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3억 원이나 들여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고, 임차인의 주장과 달리 공사업자는 20% 정도 공사를 했을 뿐이라고 하고, 당시 영업허가를 받는데도 별 문제가 없었음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임차인은 보증금 잔금 8,000만원과 3억 원의 인테리어 공사비 지출에 관한 객관적인 금융자료도 거의 제출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사정들 때문에 대법원은 영수증과 각서에 찍혀 있는 건물주인 인감도장이 정상적으로 날인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질문>
인감도장이 찍힌 문서도 예외적으로 소송에서 효력을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건데요.

중요한 재산거래에서 계약서나 각서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좀 짚어주시죠?

<답변>
계약서가 소송에서 증거로 쓰이기 위해서는 그 계약서가 명의인에 의해 정상적으로 작성된 진정한 계약서라야 합니다.

이때 인감도장이 찍힌 계약서는 명의인의 인감도장이 맞다는 것만 입증하면 앞서 말씀드린 ‘추정’의 법리에 따라 계약서의 효력을 쉽게 인정받을 수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거래에서는 반드시 상대방의 인감도장을 계약서에 받고 인감증명도 함께 받아두셔야 합니다.

이렇게 인감도장이 찍힌 문서는 법적으로 강한 추정을 받게 되기 때문에, 인감도장은 특별히 잘 관리하고 남에게 쉽게 내주거나 맡기는 것은 주의해야 합니다.

오늘 다룬 사건에선 추정을 깨고 인감도장이 찍힌 문서의 효력을 저지할 수도 있었지만 이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관리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문서일 경우 공증사무소에서 공증을 받아두게 되면 더 안전한데요.

공증인이 문서 사본을 보관하면서 공증된 문서의 내용까지 증명해주기 때문에 보다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습니다.

<질문>
또 한 가지 궁금한 게..

말로 하는 구두계약도 법적으로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나요?

<답변>
네.. 구두계약도 물론 법적인 효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계약사실을 증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소송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따라서 계약은 문서화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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