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판토크]①호주리그 구대성, "50세까지 던지고 싶다"

이형석 입력 2016. 2. 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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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이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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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불패(晟不敗). 마운드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씩씩하게 공을 던졌고 '등판하면 패하지 않는다'고 하여 붙은 별명이다. 팬들은 그의 등판을 든든하게 지켜봤다. 대표팀에선 더욱 그랬다.

구대성(47)은 특유의 꼬아던지는 투구폼 만큼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한국 무대에서 13시즌을 뛰며 67승71패 214세이브 평균자책점 2.85를 기록했다. 1996년 정규시즌 최우수선수, 골든글러브에 투수 부문 4관왕(평균자책점, 다승, 구원, 승률)을 차지했다. 그가 한국에서 계속 뛰었더라면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갖고 있었을 지 모른다. 이후 일본 오릭스(2001~2004년, 24승34패 10세이브 평균자책점 3.88)와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2005년, 33경기 6홀드 평균자책점 3.91)에서도 뛰었다.

구대성은 2010시즌을 끝으로 한국에서 은퇴, 호주로 건너간 지 7년째다. 한국과 일본, 미국을 거친 그는 호주 시드니 블루삭스에서 뛰고 있다. 어느덧 만 47세.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 없었던 듯 모자를 벗은 그의 머리에선 흰머리카락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혼신을 다해 역투하던 그의 인상은 이제 옆집 아저씨처럼 포근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 여전히 그는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걸 좋아하고 즐긴
다. 구대성은 "50세까지 던지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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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생활? 한국 드라마 보는 게 취미"

-요즘 근황은. 지난 시즌 등판 기록이 없던데.

"오른 어깨가 아파서 공을 못 던졌다. 주사를 맞곤 했는데 쉽게 안 낫더라고. 프로 입단 후 쭉 쉰 건 처음이다. 그래도 요즘 로컬(국내로 따지면 사회인 야구)에서 천천히 공을 던진다. 올 11월에 시즌 개막하면 다시 해야지."

-몸 상태는 좀 괜찮은가.

"세게 던지면 135~137㎞까지 던진다. 평균 구속은 132~134㎞정도 나온다. 한국에서 야구를 더 오래하면 좋지만 여기서 하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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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호주 `시드니 블루삭스`에서 뛰고 있었던 구대성은 아시아시리즈 기간 동안 `퍼스 히트`로 임대되어 경기에 출전했다.
-몇 년 전 보수가 불과 2500달러(약 300만원)라는 소식이 있었다.

"맞다. 안 빠지고 시즌(약 4개월)을 전부 소화하면 그렇다. 돈을 받기 위해 하는 건 아니다.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어 하는 것인데, 구단에서 안 줄 수도 없고 밥값 정도…(웃음)."

-호주리그 수준은.

"한국보다 기량이 나은 선수도 가끔 있다. 은행원, 일반인, 노동자 등 퇴근 후 야구하는 선수가 많다. 열정이 상당하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것 같은 선수도 있다. 95~96마일(153~155㎞)을 던지는 선수도 꽤 있다. 다만 제구력이 들쑥날쑥하고 기복이 심하다. 타자는 변화구에 약하다."

-호주 생활은 어떤가.

"나 빼고 가족 모두 영어를 잘한다. 왠만한건 다 괜찮다. 호주가 익숙하기 보다는 조금 더 편안해진 느낌이다."

-한국 야구도 챙겨보나.

"인터넷으로 가끔 본다. 바둑을 좋아하는데 너무 느려서 못 볼 정도다. 주로 식구들이랑 한국 드라마 CD를 구매해서 본다. 일주일에 한 번 가족과 함께 장 보러 간다. 여기 오면 한국 가장들은 다 그렇게 될 것이다(웃음)."

▶"류현진 몸 좋아, ML 후배들 잘했으면"

-한화에서 좋은 기억이 많은 것 같다. 우승도 개인 타이틀도 차지했으니.

"한국에서 할 때가 최고 좋았다. 일단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한국에선 돈도 많이 벌면서 내가 하고 싶은 걸 즐길 수 있었고, 여기선 (돈을) 못 벌고 즐기고의 차이?(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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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1999년도 우승하고 모두 다 좋아했다. 특히 코치님들은 계속 준우승만 해온터라. 1999년 팀 우승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 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나 국제 무대에서 해외 선수들과 경기하면 좀 강했던 기억이 남는다."

-최근에 윤규진이 "구대성 선배님처럼 불패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다"고 했다.

"인터넷으로 기사를 봤다. 규진이는 충분히 가능하다. 한 가지만 보탠다면, 맞더라도 좀 더 자신감있게 던졌으면 좋겠다. 점수를 안 주는게 최상이지만 시원하게 '칠 테면 쳐봐' 하고 한가운데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어차피 마무리 투수도 점수를 허용한다. 실점하더라도 동료들이 '최선을 다해 자신감 있게 던졌구나'라며 알아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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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 진출 후 1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나이가 너무 많았다. 서른살 즈음 좀 빨리 갔더라면 괜찮았을 것 같은데. 일찍 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때 2000년 시드니올림픽이 끝나고 미국과 일본을 놓고 고민했다. 물론 일본에서도 나름 좋았고, 많이 배워 후회하진 않지만."

-류현진(LA 다저스)이 직접 전수 받은 서클체인지업을 잘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할 것 같다.

"최근에 사진을 보니 살 많이 뺐더라. 체중을 더 늘이거나 빼지 않고 지금처럼 유지하면 괜찮을 것 같다. 현진이는 1~2번만 얘기해도 습득력이 상당했다. 더 한 것도 가르쳐 달라면 가르쳐 줄 수 있다."

-이대호는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타격 매커니즘이 좋고 삼진율도 낮아 괜찮을 것 같다. 스프링캠프 경쟁을 통해 잘해서 올라가면 되니까. 그래서 더 많이 연봉 받고 뛰면 된다. 다소 늦게 진출했다고 나쁘다고 생각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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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메츠 시절 구대성 출처-유튜브
-요즘 국내 선수들의 ML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잘했으면 좋겠다. 또 잘하는 모습 보면 부럽기도 하다. 우리 때보다 훨씬 좋은 대우를 받고 나가는 만큼 좋은 기량을 선보여, 더 많은 후배들이 빅리그 구단으로부터 제의를 받을 수 있게끔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47세 불꽃 투혼 "50세까지 던지고파"

-구대성의 야구 인생은 도전의 연속인 것 같다.

"지금도 (로컬 등) 어디 오라는 데 있으면 가서 던지고 싶다. 스피드는 옛날처럼 안 나오지만 맞더라도 던져보고 싶다. 한국에선 운동하기 싫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마운드에에서 공 던지는 게 제일 행복한 시기였다. 은퇴해야 제대로 깨우칠 것 같다."

-한국과 일본, 미국에서 모두 성공적인 현역 생활을 보낸 몇 안 되는 선수다.

"한국에서 하면 이렇게 못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선 자기 관리를 잘해도 마흔을 넘기면 빼려고 한다. 베테랑 선수도 1~2명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몸 관리 비법은.

"타고난 측면도 있지만 장기간 관리도 중요하다. 팀 훈련이 없을 때도 30분씩 뛰거나, 1시간 가량 자전거를 타곤 한다. 집에서 튜빙도 하고, 근처 공원에서 혼자서 공을 던지기도 한다. 그냥 푹 쉬면 자기 실력까지 되찾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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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들은 모두 은퇴했다. 그럼에도 먼 타지에서 계속 공을 던지는 이유는.

"젊을 때는 더 큰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꿈도 있었고, 30대에 해외 진출해서 많이 던졌다. 지금은 작은 무대라도 마운드에 올라가고 싶다. 맞고 안 맞고의 문제가 아니라. 던지는 걸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코치들도 배팅볼 던지지 않나. 나중에 코치를 하든 감독을 하든 던질 수만 있다면 계속 던지고 싶다."

-현역 생활은 언제까지.

"50세까지는 던지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계속 하고 싶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야구였고, 지금도 야구를 계속 하고 싶다. 앞으로 코치나 감독이 되도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계속하는 것 아닌가. 다른 걸 해본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일본에서 야마모토 마사(1965년생)가 50세까지 던졌고, 미국은 52살까지 던졌다고 하더라. 우리 나라는 마흔 다섯을 넘어서 계속 하는 선수가 없지 않나. 지금쯤은 우리나라도 그런 선수가 나와야 되지 않나 싶다."

-언제쯤 한국에 돌아올 계획인가.

"그건 모르겠다. 한국에 돌아갈 마음은 언제든 있다. 불러주는 곳이 없으니까. 내가 (선수들을) 잘 가르칠 능력이 있다고 보면 부를 테고. 요즘은 호주 대학 선수들 지도를 돕고 있다.

-구대성의 야구 인생은 몇 회쯤?

"1~9회 전체라고 본다. 처음 마운드에 오르면 조금 힘들지만 이닝이 지날수록 편안한 느낌이 든다. 마무리를 하는 느낌. 마무리를 하면서 주자가 진루해 위기다 싶으면 좀 더 신중하고 강하게 던지고. 아직은 스톱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앞으로의 목표는.

"몸이 안 아파서 좀 오래 하고 싶다. 공 던지는 걸 더 오래 하고 싶다."

시드니(호주)=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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