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발표에도 성과연봉제 도입 공기업 '0곳'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이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확대하기로 방침을 밝혔지만, 현재까지 정부 권고안에 따라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가 지난달 28일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116곳에 성과연봉제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권고안을 제시했지만 그동안 권고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한 공공기관은 한 곳도 없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권고안대로 도입을 완료한 기관은 없고 추진 중인 기관은 몇 군데 있다”고 확인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유일호 부총리는 공운위 회의에서 “성과연봉제 확대는 공공기관 체질 개선의 출발점”이라며 권고안을 제시했다. 권고안은 공기업 30곳과 준정부기관 86곳의 2급 이상 간부(7%)에게만 적용하고 있는 성과연봉제를 4급 직원(70%)까지 확대하는 게 골자다. 기재부는 도입 시기를 준정부기관은 연말까지, 공기업의 경우 올해 상반기까지로 못박았다.
공기업의 경우 도입 시한이 불과 몇 달밖에 안 남았지만, 노사 논의가 원활하게 진행 중인 곳은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기재부는 11일 송언석 2차관 주재로 8개 부처·10개 공공기관 부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점검회의를 열고 성과연봉제 도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지난해 대통령 업무보고 때에도 ‘성과연봉제 확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1년여 동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공공기관 노조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노조는 조합원 대다수가 적용 대상이 되는 성과연봉제를 선뜻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 때보다 진통이 클 전망이다.
한국전력(015760)공사 소속 1만 여명이 가입된 전국전력노동조합 관계자는 “사안이 심각하기 때문에 각사별로 대응하는 게 아니라 교섭권을 노조 연맹체에 위임해 공동으로 대응할 계획”이라며 “더 철밥통인 공무원 성과연봉제는 지지부진한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일수록 더 강하게 맞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먼저 신뢰받을 수 있는 공정한 평가 잣대부터 내놓고 설득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성한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말로만 성과주의를 도입한다고 해놓고 속 빈 강정 식으로 언론플레이를 하는 게 문제”라며 “무조건 도입하겠다고 주장하기 전에 제대로 된 성과 평가 기준부터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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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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