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油만 바라보는 증시.. "3~4월이 갈림길"
설 연휴 사흘간 휴장했다가 11일 개장한 우리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 금리 인상, 국제유가 하락, 중국 침체 등 연초부터 증시를 짓누른 3대 악재에 더해 일본 증시 폭락, 유럽은행 위기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연휴기간에 불거진 나쁜 뉴스들이 한꺼번에 증시에 반영된 결과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0일(현지 시각) 세계 경기 불안 때문에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밝힌 것 역시 투자자들을 되레 불안하게 만든 요인이 됐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93%, 코스닥지수는 4.93% 급락했다. 코스피는 3년 9개월 만에, 코스닥은 4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1700억원 가까이 순매도(주식을 산 금액보다 판 금액이 많은 것)하고 떠나자 코스피 지수는 장중 한때 1860선도 무너졌다.
◇덜 올라서 덜 빠졌다
설 연휴 중 누적된 대외 악재 탓에 코스피가 급락했지만, 연초 이후로 보면 한국 증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선방하고 있는 편이다. 연초 이후 코스피지수는 5% 하락하는 데 그쳐, 중국(-22%), 일본(-17.4%), 홍콩(-15.4%), 유럽(-14.6%), 미국(-9.4%) 등에 비해 하락률이 낮다.
하지만 그 이유를 살펴보면 별 위안이 못 된다. 우리 증시 체력이 외부 충격에 특히 강해서라거나,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서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푼 돈 약 6조달러(7215조원)가 투자처를 찾아 세계 곳곳으로 흩어졌는데, 우리나라 증시에는 상대적으로 덜 유입됐다. 주가가 덜 올라서 덜 빠졌다는 얘기다. 삼성전자·현대차 같은 우리나라 증시 주도 기업들의 성장이 둔화된데다, 국내 경제 전반의 활력도 떨어져 투자 매력이 별반 없었던 탓이다.
이는 주가 그래프로 확인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전 세계 증시가 폭락한 뒤 꾸준히 회복해 지난해 역사적인 고점(高點)까지 내달렸다. 미국은 이 기간에 주가가 215% 올랐고, 중국(203%), 일본(196%)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코스피 상승폭은 132%에 그친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로 시간을 좁혀 보면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중국 증시가 2013년 6월에서 지난해 6월까지 165% 급등했고 아베노믹스 바람을 탄 일본 증시가 156% 상승하는 동안 코스피 상승폭은 32%에 그쳤다. 2200포인트 위를 뚫고 올라가지 못한 채 박스권 안에 갇힌 모습이어서 '박스피(박스+코스피)'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주가는 어디까지 하락하나
전문가들은 향후 증시 상황은 미국 금리 인상, 국제 유가 하락, 중국 경기 침체 등 3대 기본 악재의 방향이 어떻게 잡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본다. 미국 금리는 다음 번 금리 인상 여부가 결정되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후에 경제 지표가 어떻게 나오고 세계 각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다.
국제 유가의 하락세가 언제 멈출지도 관심사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바로는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현재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떨어진 서부텍사스유(WTI)가 올 1분기에 배럴당 34 달러 선, 올 4분기에는 47.5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가가 반등하고 미국이 금리를 천천히 올리겠다는 신호를 더 확실히 주는 시점이 돼야 증시가 안정될 수 있을 것 같다"며 "빨라야 3~4월 정도는 돼야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제는 중국 정부 의도대로 올해 성장률 6.5% 이상의 성장 흐름을 사수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만약 선진국 증시에서 대세 하락 현상이 멈추지 않고 지속되면 앞으로 남은 경기 부양 카드가 거의 없어 새로운 위기가 닥쳐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센터장은 "하지만 대외 여건이 개선되는 것 이상으로 우리 증시 회복에 절실한 것은 한국 경제가 체질 개선을 통해 신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느냐 하는 대내 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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