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상향식 공천 경선 買收·조작 우려"
새누리당이 100% 상향식 공천을 선언하고 총선 후보 경선의 공정성·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 휴대전화 '안심번호' 제도를 도입했지만 당 안팎에서는 "경선 부정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11일에는 경선 관리를 책임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경선을) 여론조사로 하다 보면 매수(買收)나 조작이 가능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실제 선거운동 중인 후보자들은 "경선 방식이 복잡하다 보니 오히려 조작과 부정이 파고들 여지가 많다"고 걱정한다.
◇위장 전입 무방비
대표적인 우려는 동원 선거 가능성이다. 당 관계자들은 "휴대전화 여론조사를 하더라도 과거처럼 위장 전입을 통한 동원 선거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한 출마자 측 관계자는 "요즘 후보들이 다른 지역에 사는 지지자들에게 연락해 '통신사에 등록한 주소를 변경해 달라'고 요구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했다. 휴대전화 여론조사는 통신사에 등록된 주소지를 기준으로 하고, 이 주소는 인터넷·전화 등을 통해 손쉽게 변경이 가능하다. 경선 투표권을 갖기 위한 눈속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의원은 "지역구의 친한 기업인을 통해 그 회사 직원 수십 명의 주소지를 모두 회사 주소지, 즉 해당 지역구로 옮기도록 독려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부모나 자녀 등 가족의 휴대전화 요금을 대납해 명의자와 실사용자가 불일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도 이 같은 점을 알고 있다. 당 관계자는 "많게는 40~50%까지 실제 유권자와 불일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대리 투표 가능성도 여전
과거 집전화를 통한 여론조사 시 여러 대의 전화를 특정 후보 측 전화로 착신 전환해 대리 투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휴대전화의 경우에도 기술적으로 착신 전환이 가능하다. 또 한 사람이 여러 대의 휴대전화를 들고 중복 투표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통신사에서 안심번호를 제공받을 때 착신 전환 신청자는 원천 배제하고, 한 사람이 번호 여러 개를 쓰는 경우도 한 번만 전화가 가도록 안전장치를 둘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 사람이 주변 친척 등 여러 사람 명의로 여러 대의 휴대전화를 개통한 경우는 대리 투표를 막을 방법이 없다.
◇당원 매수 막을 수 있을까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 후보 경선을 당원 30%, 일반 국민 70%의 비율로 치르기로 했다. 이 중 당원 경선은 과거처럼 매수 가능성이 거론된다. 새누리당은 오는 18일부터 후보자들에게 당원의 이름 석 자 중 끝 자를 가리고 휴대전화 번호는 '050'으로 시작하는 안심번호로 변경된 당원 명부를 제공할 예정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지역에서 오래 활동해온 후보 입장에서는 책임 당원 1000명의 이름 앞 두 자리만 봐도 누가 누군지 다 안다"며 "이들의 집에 찾아가고 싶은 유혹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의원은 "1000명당 10만원씩 매수하면 1억원, 100만원씩 매수하면 10억원이면 된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했다. 이를 막기 위해 당원 이름을 아예 제공하지 않거나 성(姓)만 제공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 경우 당원의 실제 이름과 전화번호가 고스란히 담긴 '당원 명부'를 손에 쥐고 선거운동을 하는 현역 의원들과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해킹 가능성도 없지 않아
안심번호는 '통신사→선관위→당→여론조사 회사' 등 4단계를 거쳐 전달되고, 조사 결과는 여론조사 회사가 집계해 당에 전달한다. 명부 확정부터 조사 결과 집계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IT 시스템을 통해서 진행된다. 이 때문에 중간에 해킹을 통한 조작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한구 공천위원장은 "요새 (곳곳에서) 해킹도 다 하는 판"이라며 이 같은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해킹 위험은 상향식 공천이나 안심번호만의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선관위 등이 철저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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