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처럼.. 1兆 들인 개성공단, 北의 장물 될 운명

이용수 기자 입력 2016. 2. 12. 03:07 수정 2016. 2. 1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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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 발사 파장] - 北, 기습폐쇄.. 工團 어떻게 되나 군사통제구역 된 개성공단.. 다시 남침 선봉부대들의 주둔지로 바뀔 가능성 공단 폐쇄 장기화될 경우 北이 설비·원자재 등 몰수할 듯 일부선 "남측 자산 빼앗아 관광 사업하는 금강산처럼 개성공단도 자체 가동할 수도"

개성공단 폐쇄, 공단 내 남측 자산 동결, 남측 인원 추방 등의 조치를 담은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성명은 11일 오후 5시 직전에 나왔다. 전날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가 나온 지 꼭 24시간 만이었다. 이 조치로 124개 입주 기업과 우리 정부·공공기관이 약 1조원을 투자한 개성공단은 6년 전 북측이 남측 자산을 동결·몰수한 금강산 관광 사업의 운명을 뒤따를 가능성이 커졌다.

◇北의 전격적인 추방 통보

노동당 통일전선부(부장 김영철)가 지휘하는 대남기구 조평통은 이날 성명에서 "모든 남측 인원을 11일 17시(한국 시각 17시 30분)까지 전원 추방한다"고 했다. 이날 개성공단에 남아 있던 우리 기업 관계자들은 갑작스러운 추방 통보에 비상이 걸렸고, 철수 작업은 추방 시한을 넘겨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원래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원·부자재와 생산품, 생산 설비 등을 최대한 많이 가지고 나올 수 있도록 북측과 협상을 통해 시간을 벌겠다는 구상이었다. 2013년 4월 공단 폐쇄 위기 때도 정부는 홍양호 당시 개성공단관리위원장 등 '최후의 7인'을 잔류시켜 북측과 미수금 지급 등 '공단 뒤처리' 문제를 담판 짓게 했다.

하지만 이날 북의 기습적인 몰수·추방 통보로 정부의 계획은 틀어지게 됐다. 정부 관계자들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란 우리 카드에 허를 찔린 북한이 일종의 '보복'을 한 것"이라고 했지만, "우리한테 유리한 상황만 생각하고, 북이 기습적으로 '전원 즉시 추방' 조치로 역공에 나서는 상황에 대비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개성공단, 다시 인민군 주둔지로?

이날 조평통은 추방 조치와 함께 ▲개성공단 부근 군사분계선의 전면봉쇄 ▲개성공단 진출입로인 서해선 육로 차단 ▲개성공단의 폐쇄와 군사통제구역화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12일부터는 남측 관계자 누구도 개성공단에 드나들 수 없게 됐다.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 역시 기능이 중단된다.

이날 북한 조치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한마디로 개성공단을 공단 조성 이전 상태인 군사지대로 되돌리겠다는 얘기"라고 했다. 개성공단 부지엔 원래 남침 선봉부대인 인민군 6사단과 64사단, 62포병여단이 주둔했다. 북측이 '최정예'라고 선전하는 부대들이다. 김정일이 개성공단 조성에 반대하는 군부를 달래느라 애를 먹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개성공단이 '군사통제구역화'됨에 따라 송악산 이북과 개풍군 일대로 재배치됐던 이 부대들이 돌아올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북한은 2013년 4월 개성공단 폐쇄를 위협할 때도 "(공단이) 폐쇄되면 개성공업지구의 넓은 지역을 군사 지역으로 다시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북 소식통은 "개성공단의 군사지대화는 북한 군부의 숙원"이라며 "이 조치는 군 출신인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노동당 대남비서에 기용된 것과 무관치 않다"고 했다.

◇北, 남측 자산 몰수할 듯

폐쇄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북한은 개성공단을 가만히 보존하고 있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북한이 남측 자산을 몰수해 국제 관광 사업을 하고 있는 금강산처럼 개성공단도 자체 가동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북한은 남측 자산 몰수·동결(2010년 4월)→현대아산의 개발 독점권 회수(2011년 4월)→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 채택(〃 5월)→남측 체류 인원 추방(〃 8월)의 순서로 금강산 관광 사업을 차지한 뒤 중국 자본 등을 끌어들여 국제 관광을 시작했다. 개성공단도 이처럼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개성공단을 자체 가동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본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우리가 전기·수도를 끊으면 개성공단은 무용지물"이라며 "전력난에 시달리는 북이 개성공단 하나 돌리려고 발전소를 새로 짓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자체 가동보다는 입주 기업들이 남기고 온 기계·설비와 원자재·완성품 등을 몰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일부 기계와 설비를 다른 공장으로 옮겨 사용할 수도 있다. 124개 입주 기업의 총 투자액은 5500억원이 넘는다. 도로, 정수장, 송·배전 설비 등에 정부와 공공 부문이 투자한 것도 4000억원에 가깝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북한은 돈이 될 만한 것을 모두 차지한 뒤 개성공단 자체를 아예 없애고 군부대를 주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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