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의 파격.. 22세 여성을 청년부 장관에

이기훈 기자 2016. 2. 1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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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크 무하마드 총리 개혁 박차.. 행복부·관용부도 새로 만들어 전체 각료 29명 중 7명이 여성.. 다른 중동국가와 확실한 차별화 일각선 "외국투자 유치 위한 쇼"

22세 여성의 세계 최연소 장관 임명, 행복부와 관용부 신설, 새로 임명된 장관 8명 중 5명이 여성….

최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총리인 셰이크 무하마드 빈라시드 알막툼이 '국가 개조'를 내세우며 발표한 새 내각의 특징이다. 그는 트위터에 "아랍 인구의 절반인 젊은이에게 정부 내 발언권과 역할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썼다.

셰이크 무하마드 총리는 UAE에 소속된 7개 토후국 중 한 곳인 두바이의 지도자이기도 하다. 그는 10년 전 두바이 경제 성장을 이끌면서 '사막의 현자'로 칭송받다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두바이가 직격탄을 맞았을 땐 '공상적 개발독재자'라며 손가락질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UAE 다른 토후국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자구 노력 등이 효과를 내면서 가까스로 부활에 성공했다.

그러나 최근 UAE는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구매력 기준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6만6000달러에 이르는 부국이지만, 저유가가 지속돼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경제적 불안과 함께 내부적인 개혁 압박에도 직면해 있다. 이에 셰이크 무하마드 총리가 파격적인 내각 구성을 통해 여성, 청년층, 행복과 관용을 추구한다는 이미지를 강조해 난국을 타개하려 한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UAE는 두바이를 금융과 관광의 허브로 발전시키는 등 탈(脫)석유 경제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 개혁도 그러한 조치의 하나"라고 분석했다.

10일 UAE는 22세 여성인 샴마 빈트 수하일 알마즈루에이를 청년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세계 최연소 장관이다. 샴마 장관은 서구식 교육을 받고 세계화된 '아랍권 신(新)여성'을 대표한다는 평가다. 그는 뉴욕대학교(NYU) 아부다비 분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UAE 노동시장에서의 남녀 불평등을 연구해 주목받았다. 이후 UAE 최초로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공공정책학 석사를 마쳤다. 미국 뉴욕에서 금융 애널리스트, 워싱턴 DC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등 서구 문화를 폭넓게 경험했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나는 교육과 자기계발의 힘을 믿는다"며 "UAE 여성들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셰이크 무하마드 총리의 개혁 조치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행정 조직 개편의 골자는 행복부와 관용부의 신설이다. 이름이 행복과 관용인 부처를 만든다고 진짜 행복해지고 관용적인 사회가 되는지에 대한 안팎의 비판도 있지만, 국가가 부처까지 만들 만큼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UAE는 두 신설 부서 장관을 포함해 여성 장관 5명을 추가 임명했다. 이에 따라 장관 29명 중 여성은 7명으로 늘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제약된 중동 국가에서 여성 장관 비율이 4분의 1에 육박하게 된 것이다.

셰이크 무하마드 총리는 "행복부는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한 프로그램과 지표를 개발해 정부가 할 일을 알려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초대 행복부 장관으로는 오후드 알루미가 임명됐다. 그는 지난해 아랍권 최초로 유엔 세계기업가협의회(GEC) 회원으로 임명됐다. 관용부는 UAE 주민 상당수가 외국인이라는 점을 고려해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UAE 국교인 수니파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 이가 많다. 셰이크 무하마드 총리는 "관용이 UAE의 근본 가치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고 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성(性)평등과 관용을 강조해 다른 중동 국가와 차별화함으로써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했다. 이번 개혁에 대해 NYT 등 서구 언론은 "긍정적인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의구심을 표시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신설 부서가 하는 일이 모호하다"며 "생색내기에 그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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