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다 뒤집어놓고 오겠다"
웬만한 록음악에는 고개조차 까딱하지 않는 영국인들이 한국 밴드 공연에 열광하는 걸 보는 일은 드문 경험이다. 홍지현(24·기타)과 이강희(27·드럼)로 이뤄진 록밴드 데드 버튼즈(Dead Buttons)는 지금 그 드문 일을 해낼 수 있는 팀이다. 작년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사운드시티 페스티벌'에서 이들은 공연장을 꽉 채운 1000여명의 관객을 방방 뛰게 만들었다.
덕분에 영국서 먼저 알아봤다. 작년 데드 버튼즈는 영국의 중견 음반사 발틱레코드와 계약을 맺고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음반을 유통하기로 했다. 해외 음반사와 이런 계약을 맺은 건 한국 밴드 중 이들이 처음이다. 그리고 지난달 첫 앨범이 나왔다. 벌써 유럽 투어 일정이 잡혀있다.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다 뒤집어놓고 오겠다"고 하는 두 청년을 서울 홍대 앞에서 만났다.
"영국 시장을 노리고 앨범 작업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들어요. 그런 거 계산해서 만들면 망합니다. 진부한 말이지만, 우리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음악을 정직하게 앨범에 때려넣었어요(웃음)."
그 말대로다. '섬 카인드 오브 유스(Some kind of youth)'라는 앨범 타이틀대로 왜 로큰롤이 젊음의 음악일 수밖에 없는지 단박에 알게 해준다. 홍지현의 기타가 달리는 말이라면, 이강희의 드럼은 그 말에 채찍질을 하는 기수다. 첫 곡부터 마지막까지 두 악기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쉴 새 없이 질주한다. 이강희는 "주로 술 먹고 음악을 만들어서 그렇게 달리는 것 같은 느낌이 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상하게 술 먹으면 곡이 쓰고 싶어져요. 만취해서 새벽에 집에 들어갔는데 악상이 떠오르면 앉은 자리에서 밤새 곡을 만들었어요."
취해서 만든 음악이라는데, 들을수록 또렷해진다. '유스리스 제너레이션(Useless Generation)''아이 니드 어 밀리언(I Need A Millon)' 같은 곡에서 거칠게 날뛰는 기타와 드럼의 에너지가 심장을 때리듯 듣는 이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파라과이에서 태어나 해외 생활의 외로움을 음악으로 달랜 이강희와 음악이 하고 싶어 고등학교 진학 대신 상경을 선택한 홍지현 둘 다 청춘을 녹여낸 음악을 만들고 있다. "음악이 없었다면 갈 곳 없는 청춘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왜 영국 음반사가 손 내밀었는지 납득이 간다.
녹음할 땐 어쿠스틱 기타나 베이스 기타도 썼다. 그래도 이들의 진정한 매력은 악기 두 개로 웅대한 그림을 그리듯, 꽉 찬 사운드를 들려주는 라이브 공연에 있다. 곧 있을 유럽 투어도 매니저 없이 둘이서 악기까지 직접 들고 다닐 거라고 했다. 세상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청춘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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