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위기의 중년 부부..3쌍 중 1쌍 "하루 30분도 대화 안 한다"

신성식 2016. 2. 12.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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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적을수록 행복지수 떨어져"직장 일 바빠서" 가장 큰 원인유머·칭찬 등 하루 1시간 이상 대화고령화 시대 부부관계도 다져야

출산율 하락과 고령화, 평균 수명 연장 등에 따라 부부만으로 구성된 가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의 장래 가구 추계에 따르면 이런 집이 2010년 267만 가구에서 2035년에는 505만 가구가 된다. 25년 새 ‘부부+자녀’ 가구는 30% 줄고 부부 가구는 90% 늘어난다.

또 젊은 부부 가구는 줄고 50대 이상은 증가한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 부부 가구는 25년 사이에 2.8배가 된다. 부부끼리만 사는 기간도 지금보다 길어진다는 뜻이다.

 갈등 없이 ‘고령화 부부 시대’를 넘으려면 젊은 시절부터 미리 준비해야 한다. 소득·건강 준비는 물론 부부 관계를 탄탄하게 다지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부부 대화에 빨간불이 켜졌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공개한 가족실태 조사에 따르면 40~50대 중년 부부의 대화시간이 가장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30분 미만 대화하는 부부의 비율이 40대는 34.4%, 50대는 34.1%에 달한다.

반면 20대는 7.9%로 적다. 대화가 전혀 없는 부부도 40대가 2.3%, 50대가 2%(20대는 0.7%)다.

 국립국어원이 성인 남녀 300명을 조사해 지난해 공개한 ‘분야별 화법 분석 및 향상방안 연구(연구책임자 상명대 한국어문학과 구현정 교수)’도 비슷하다. 하루 10분밖에 대화하지 않는 비율이 중년 부부는 28%, 노년 부부는 21%인 반면 신혼부부는 7%다.

 결혼한 지 20년이 지난 맞벌이 김모(50·부산시 북구)씨 부부를 보자. 김씨는 일에 매달려 매일 늦게 퇴근한다. 부인 나모(45)씨는 오후 6~7시에 퇴근한다.

김씨는 늦게 귀가하자마자 잠자리에 든다. 그나마 주말에는 한 시간가량 대화한다. 주로 두 딸의 학업·학교·장래 등을 얘기한다. 회사 얘기와 부모님 모시기가 다음 주제다. 주말에 TV를 보며 연예인 얘기를 할 때도 있다.

나씨는 “대화를 많이 할 때는 동질감을 느끼면서 부부 관계가 돈독해지는 것 같다. 서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싸울 일도 줄어든다”며 “하지만 남편이 늦게 오는 날이 많으니 대화할 틈이 별로 없어 하루에 30분도 대화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 중년 부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대화가 적으면 행복지수가 떨어진다. 국립국어원 조사에서 가정 행복도는 부부 대화시간에 비례해 올라간다. 대화시간이 5분 미만인 부부는 1.2%만 “행복하다”고 답했다. 30분 정도인 부부는 30.1%, 한 시간이 넘는 부부는 35.6%였다. 또 나이나 자녀가 적을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부부 대화 만족도가 높았다.

 대화가 적은 이유로는 ‘직장 일’ 때문인 경우가 47.3%에 달한다. 장시간 근로가 부부 대화시간을 갉아먹고 있다. 생활시간 조사(통계청·2014)를 보면 40대의 하루 근로시간이 4.4시간(자영업·비정규직 포함)으로 가장 길다. 다음으로 50대, 30대, 20대, 60대 순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영란 연구위원은 “남성 직장인에게 40대는 부장·임원으로 승진할지 여부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라며 “제일 많이 일할 때라서 부부 대화가 가장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중년 부부의 피로는 대화의 만족도를 떨어뜨린다. 국립국어원 보고서에 따르면 불만족스러운 대화는 짜증 섞인 말투에서 주로 기인한다. 대화 내용을 서로 맞추기 어려운 점과 화를 내는 듯한 태도 또한 문제다. 중년 시절 대화가 서툴면 은퇴 후엔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은퇴를 대비해 공통점을 늘리는 게 좋다. 대기업 간부 문모(47)씨는 “내 취미(등산)에 아내가 맞추긴 힘들어 아내 취미(클래식음악)에 맞추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보고서에서 부부 대화를 원활하게 하려면 ▶하루 한 시간 이상 대화하고 ▶유머를 사용하고 칭찬과 감사를 많이 하며 ▶배우자 말을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수시로 또는 잠들기 전에 대화를 하며 ▶자신의 공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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