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생성·인류탄생 비밀에 다가섰다
인류가 우주 공간을 흘러다니는 '중력파(重力波)' 발견에 성공했다. 과학계에서는 중력파 검출 성공으로 우주에 대한 이해가 넓어질 뿐 아니라 우주 생성과 인류 탄생의 비밀에도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미국 독일 일본 등 13개국의 80여 개 연구기관, 1000여 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라이고·LIGO)' 는 12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워싱턴DC 프레스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주에서 발생한 중력파를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의 중력파 검출 연구단인 '버고'도 이탈리아 마체라타에 위치한 버고 관찰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쌍성계'를 이루고 있던 두 개의 블랙홀이 충돌해 하나가 될 때 발생하는 중력파를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 밖에도 우주에서 발생한 다양한 중력파가 빛의 속도로 지구를 스쳐 지나간 사실도 라이고는 찾아냈다.
연구진은 "중력파를 5시그마(350만번 중 한 번 오류가 발생할 확률)보다 정밀한 수준으로 검출했다"고 설명했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정립한 이듬해인 1916년 6월, 시공간이 뒤틀리면서 물결과 같은 파장이 발생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파문이 만들어지면서 퍼져가듯이, 우주 대폭발(빅뱅)이나 블랙홀, 거대한 별 등 큰 중력이 존재하는 곳에서 시공간이 뒤틀리며 중력파가 퍼져 나간다는 것이다. 태양보다 큰 별이 폭발하거나 이번 발견처럼 두 개의 블랙홀이 하나로 합쳐질 때도 마찬가지 현상이 발생한다.
과학계가 환호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인류가 알 수 없었던 우주의 또 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남순건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는 "중력파는 인간이 우주를 바라보는 새로운 망원경이 될 것"이라며 "천체의 생성과 소멸, 우주의 생성 등 지금까지 우리가 알지 못한 다양한 과학적 정보가 밝혀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또 138억년 전 우주 대폭발 당시 발생한 중력파의 흔적을 찾아낸다면 우주 생성에 관한 비밀에 한 걸음 다가가게 된다. 빅뱅이 발생하고 38만년 뒤에나 빛이 생겼다. 현재 인류는 이 빛이 만들어낸 흔적을 통해 우주의 역사를 되짚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빅뱅으로 발생한 중력파를 검출한다면 빅뱅이 일어난 찰나의 시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유추할 수 있다.
남 교수는 "우주에 대해 인류가 아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며 "중력파를 검출하고 이를 분석하게 되면 앞으로 우주에 대한 인류의 이해는 상당히 넓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아인슈타인이 이론적으로 중력파의 존재를 예측한 뒤 많은 과학자들은 다양한 이론과 수식으로 이를 뒷받침하려 시도했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중력파는 발견되지 않았다.
2014년 3월 미국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 연구진이 남극에서 중력파의 흔적을 찾았다고 발표했지만 우주 먼지로 생긴 잡음으로 밝혀졌다. 1969년 미국 메릴랜드대 조지프 웨버 교수가 자신이 고안한 장비로 중력파를 검출했다고 주장했지만 검증 결과 중력파가 아니었다.
이후 1974년 조지프 테일러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같은 대학 러셀 헐스 교수는 두 개의 중성자별이 가까워지면서 중력파를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중력파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확인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1993년 노벨 물리학상을 거머쥐었다.
미국과학재단(NSF)은 1994년부터 2001년까지 총 2억9200만달러를 들여 미국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톤과 미국 워싱턴주 인근 핸퍼드 지역에 길이 4㎞에 달하는 레이저 간섭계를 건설했다.
이 장치는 100㎞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파도의 진동도 측정할 정도로 지구에서 가장 민감한 진동검출기다. 하지만 설립 초기 중력파 검출에 실패한 뒤 2010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3억달러를 투자해 성능을 한 단계 향상시켰다. 라이고가 관측할 수 있는 중력파의 범위는 6억5000만광년(1광년은 9조5000억㎞)에 달한다.
연구진은 라이고 재가동 6개월 만에 중력파 검출에 성공했다. 이번 발견으로 라이고를 설계한 손, 드레버, 와이즈 교수는 단숨에 2016년 노벨 물리학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원호섭 기자 /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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