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파 검출' 한국 연구진, 개인 연구비 들여 참여

입력 2016. 2. 12. 00:59 수정 2016. 2. 1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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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중력파 천문학' 앞다퉈 투자하는데 한국은 시설·예산 '전무'
사상 최대규모의 고성능 중력파 관측장치인 미국 '라이고'(LIGO :레이저간섭 중력파 관측소)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공간 범위. 2000년부터 10년간 건설, 운영된 초기 모델 라이고(Initial LIGO)와 이후 5년간 업그레이드 된 '어드밴스드 라이고'(Advanced LIGO)의 관측 범위 비교. 어드밴스드 라이고는 6억5천만 광년까지 관측할 수 있다.<<LIGO 홈페이지 캡처>>
라이고(LIGO)는 미국 워싱턴주 핸퍼드와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에 각각 레이저 빔이 통과하는 4㎞ 짜리 터널 2개가 수직으로 배치된 중력파 검출기를 갖추고 있다. 업그레이드작업을 거쳐 2015년 9월 재가동에 들어간 어드밴스드 라이고는 초기 모델보다 성능이 10배가량 향상돼 관측 범위가 우주 전역으로 1천 배 넓어졌다. 거리로 따지면 6억5천만 광년까지 관측할 수 있다. <<LIGO 제공>>
'중력파 검출' 설명하는 이형목 교수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12일 오전 서울 명동 이비스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중력파 검출'에 관한 한국 과학자 기자회견에서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이형목(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라이고(LIGO) 검출기가 충돌하는 두 블랙홀로부터 방출된 중력파 관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각국 '중력파 천문학' 앞다퉈 투자하는데 한국은 시설ㆍ예산 '전무'

(대전=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제시한 우주 수수께끼 중 지금까지 풀리지 않던 '중력파'(gravitational wave)가 국제협력연구단에 의해 마침내 직접 검출됐다.

사상 최대규모의 고성능 중력파 관측장치인 미국 '라이고'(LIGO : 레이저 간섭 중력파 관측소)를 중심으로 한 13개국 협력연구단인 라이고과학협력단(LSC)은 11일 (미국동부시간)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중력파를 직접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중력파는 큰 질량의 천체가 가속운동을 할 때, 즉 초신성폭발이나 블랙홀 충돌 같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시공간의 일렁임(ripples)이다. 아인슈타인이 1916년 일반상대성이론에서 그 존재를 예견했으나 지금까지 직접 검출되지 않았다.

미국 과학재단(NSF)이 단독 투자하는 과학프로젝트로는 규모가 가장 큰 라이고는 2000년부터 10년간 건설과 가동에 6억2천만 달러를 투입하고 세계 80여개 기관 1천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연구에도 중력파 검출에 실패했다.

라이고는 그러나 이후 5년간 2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 지난해 9월 재가동을 시작한 뒤 반년도 안돼 중력파를 직접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중력파 직접 검출은 수십년 전부터 노벨물리학상 수상감으로 꼽혀온 만큼 라이고 연구에 크게 기여한 캘리포니아공대(CalTech) 킵 손 명예교수와 로널드 드레버 교수, 매사추세츠공대(MIT) 라이너 와이스 교수 등이 벌써부터 노벨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 연구진도 이 연구에 참여해 중력파 직접 검출에 기여했다.

2009년부터 서울대, 부산대 등 5개 대학,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등 2개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 20여명이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KGWG·단장 이형목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를 구성해 라이고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이형목 교수는 "한국 연구진은 라이고 실험 자료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에 일부 기여했다"며 "중력파 검출 데이터에 섞여 있는 잡음·신호 분리 알고리즘 연구와 중력파 검출기를 디자인할 때 어떤 천체가 어떻게 관측될지 예상하고 확률을 제공하는 연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또 KISTI는 대용량 데이터 컴퓨팅 인프라와 기술을 제공해 실험 데이터 분석에 기여했고 국가수리과학연구소(NIMS)는 새로운 중력파 처리방법, 검출기의 특성 결정에 필요한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 연구 등으로 중력파 검출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한국 연구진은 그러나 중력파 직접 검출에 기쁨보다 오히려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중력파 직접 검출은 일반상대성이론 최종 검증이라는 의미와 함께 '중력파 천문학'의 시작이라는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한국은 아무 대비가 돼 있지 않아 이 분야 연구에서 더욱 뒤처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NSF는 라이고에만 8억2천만 달러를 쏟아부었고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일본, 인도, 호주 등도 중력파 검출 연구에 야심 차게 나서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합작한 어드밴스드 비르고(Advanced Virgo)가 재가동에 들어가고 영국과 독일이 합작한 지오 600(GEO 600) 관측소도 가동되고 있다. 일본도 독자적으로 '극저온 레이저 간섭계'인 카그라(KAGRA)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또 유럽우주기구(ESA)는 2034년 중력파 관측탐사선을 쏘아 올릴 예정이며, 인도는 미국 NSF와 함께 '어드밴스드 라이고' 중 하나인 '라이고-인도'를 건설하기로 했다.

세계 각국이 중력파 연구 시설에 구축에 나서는 것은 지금까지 전자기파(빛)로는 보지 못하던 우주를 중력파를 이용해 연구하는 '중력파 천문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의 지평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중력파 연구시설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중력파 연구에 대한 국가 연구개발 예산 지원도 거의 없어 구경만 해야 할 처지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이 받은 국가 R&D 예산은 2011∼2013년 글로벌 리서치 네트워크(GRN) 사업 예산 3억원이 전부다. 연구자들은 그 전후에는 개인 연구비를 들여 연구에 참여하는 셈이다.

연구단은 지난해 기초과학연구원(IBS)에 0.01∼1헤르츠(㎐)의 중력파를 검출하는 검출기(SOGRO) 건설을 제안했으나 과제선정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이형목 교수는 "연구과제를 평가할 때 관련 분야의 과거 성과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국내에서 전혀 하지 않던 새로운 연구를 시작하기가 어렵다"며 "중력파연구협력단도 다른 연구를 하던 사람들이 중력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국제연구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당장 내년, 어쩌면 올해부터 중력파 연구 논문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중력파 연구는 응용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인류 지식의 진보를 위한 기초연구"라며 "국내에서도 이런 기초연구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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