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SK 프리뷰8] '세계 일주' 이진석, SK 외야 새바람 예고
'훈련왕' 세계 일주로 경험 급상승
SK 외야 최대 기대주, 백업 경쟁 가세
[OSEN=김태우 기자] 이진석(21, SK)이 SK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인지, 가장 각광받는 유망주인지는 아직 잘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지난겨울 SK에서 가장 바쁜 사나이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 거리만 엄청나다. “잘 쉬는 것도 중요한데, 걱정이다”라는 목소리가 주위에서 나올 정도였다.
시작은 지난해 10월 있었던 애리조나 교육리그였다. 마이너리그의 젊은 선수들과 같이 땀을 흘리며 기본의 중요성을 배웠다. 귀국해서는 곧바로 11월 열린 SK의 가고시마 특별캠프에 참가했다.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뛰고 또 뛰었다. 그 캠프가 끝나갈 즈음, 이진석은 12월 상무-경찰청 연합팀에 초청선수로 합류해 다시 대만으로 날아갔다. 실전 경험과 함께 무엇이 부족한지 되짚는 시간이 됐다. 그런 일정이 모두 끝나니 2015년 달력은 어느덧 끝이 보이고 있었다.
SK의 플로리다 1차 전지훈련까지 휴식일은 보름 남짓. 여독을 풀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진석의 얼굴은 밝다. 휴식일에도 경기장에 나와 훈련을 했던 이진석에게 “힘들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하자 “귀국 후 푹 쉬어서 괜찮다”라는 밝은 대답이 돌아온다. 그 일정이 자신의 성장에 큰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이진석은 “사실 처음에는 나도 막막한 일정이었다. 그래도 해보니 값진 경험이 된 것 같다”라고 웃었다.
웃음에는 거짓이 없었다. 그리고 실제 그 경험은 캠프에서의 상승세로 이어졌다. 그리고 오키나와 2차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되며 한 차례의 생존 경쟁을 버텨냈다. “외야에서 가장 돋보이는 유망주”라는 내부의 기대감도 증폭됐다. 공·수·주에 걸쳐 한 단계씩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의욕도 대단했다. 정경배 타격코치가 야간 훈련 종료 후 몰래 방망이를 돌리고 있는 이진석을 찾아내 숙소로 끌고 왔다는 일화는 이진석의 각오를 상징한다.
선배들과 함께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큰 자극제가 될 나이다. 지난해 대만 캠프를 떠올린 이진석도 이에 고개를 끄덕인다. 가고시마 캠프에 참여한 몇몇 1군 선배들로부터 훈련 방식이나 야구에 대한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던 이진석은 “대만에서 상무·경찰청 선배들과 같이 경기를 뛰었는데 잘하시는 선배들 사이에서 하다 보니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라고 떠올렸다. SK가 이진석을 꾸준히 캠프에 참여시키는 것도 이러한 전략적 부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이미 주루에서는 큰 값어치를 인정받고 있는 이진석이다. 단거리, 중거리 달리기에서 측정만 했다고 하면 선배들을 제치고 1위를 독식하고 있다. 경험이 쌓이면 엄청난 주자가 될 것이라는 평가는 타 팀에서도 종종 나온다. 타격도 이번 캠프를 통해 발전이 뚜렷했다는 평가다. 정경배 코치는 “체구에 비해 파워와 타격 매커니즘이 좋다. 배트 스피드가 조금 떨어지는 게 흠인데 이를 보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면서 “재능이 있는 선수인 만큼 앞으로 잘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치켜세운다.
아직 확실한 1군 선수는 아니다. 스스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 캠프에서는 수비에 중점을 맞추고 훈련 중이다. 빠른 발을 가져 수비 범위에 큰 부담이 없는 이진석의 원래 포지션은 중견수. 이진석도 “아무래도 시야를 넓게 볼 수 있어서 가장 편하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다른 외야 포지션에서도 언제든지 뛸 수 있게끔 완벽을 기하고 있다. 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면 활용성은 커질 수 있다.
이진석의 올해 목표는 소박하다. 이진석은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팀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올해 목표를 짜고 있다. 1군에 있을지, 2군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팀에 공헌할 수 있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진석은 지난해 퓨처스리그 56경기에서 타율 3할6리, 3홈런, 38타점, 34도루를 기록했다. 1군에서는 6경기에서 타율 5할의 성적이었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총알탄 사나이’의 발걸음은 비행기 이동시간과 비례해 가벼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2016년 프리뷰
SK는 이번 오프시즌에 외야수 정리에 나섰다. 외국인 타자 앤드류 브라운과 재계약하지 않았고 몇몇 중간급 외야수들은 팀을 떠났다. 신예 선수들에게 좀 더 많은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함인데, 이진석은 그런 SK의 복심에 위치한 선수다. 물론 이명기 김강민 정의윤이 외야에 버틴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외야 주전으로 치고 나가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조동화 박재상 김재현과 함께 백업 경쟁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위치까지는 올라왔다. 경기 중·후반 발로 상대를 흔들 수 있는 대주자로서의 가치는 엄청날 수도 있다. 우타자라는 점도 백업 경쟁에서는 차별성이 있다. 종합하면 지난해 1군 출장 경기수와 2군 출장 경기수가 올해 바뀔 수만 있어도 절반 이상의 성공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그 이상을 채우는 것은 스스로의 노력이다. 약간의 운까지 따라준다면 좀 더 빨리 1군에 안착할 수 있는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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