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치닫는 개성공단] 북한 경비원 "왜 자재도 가져가나"..곳곳서 실랑이

이현동 / 김대훈 2016. 2. 1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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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작업 어수선한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통근 버스 '텅텅' 입주기업 "짐 빼느라 정신 없다"

[ 이현동 / 김대훈 기자 ]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방침에 따라 11일 이뤄진 남측 인원과 자재, 장비 철수 작업은 비교적 원활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날 개성공단으로 들어간 남측 인원은 132명이고 우리쪽으로 돌아온 사람은 68명이다. 이날 밤 물자 반출 준비를 위해 남측 인원 248명이 개성공단에 체류했다.

이날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개성공단에 들어갔다가 돌아온 개성공단 입주업체 관계자들은 현지 분위기에 대해 “아직은 평소처럼 차분하다”고 전했다. 오전 9시 남측 인력과 화물 차량이 속속 개성공단으로 출발했다.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총국)과 인원 및 물자 반출을 협의하기 위해 김남식 개성공단관리위원장 등 관리위 직원 13명도 방북했다.

오전 10시30분부터는 설 연휴를 공단에서 보낸 남측 인원들의 귀환이 시작됐다. 공단 내 소방서에서 당직근무를 섰던 A씨는 “갑작스러운 가동 중단 결정이 당혹스럽지만 공단 내 분위기는 평소와 비슷했다”고 말했다. 매일 아침 북측 근로자를 실어나르는 통근버스는 이날 텅 빈 채 공단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당국 방침에 따라 북측 근로자들이 출근하지 않았다”고 했다.

물품 반출을 위해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입주업체 관계자들은 착잡한 표정이었다. 의류 생산 기업인 서한섬유의 노병문 공장장은 “의정부에도 공장이 있지만 개성공단 생산량이 전체의 70%를 넘는다”며 “반제품과 완제품을 합치면 5t 트럭 5대 분량을 빼내야 해 며칠 방북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쇼핑백 등을 제조하는 조민PNP의 김윤복 개성 법인장은 “오늘 들어가서 최대한 물품을 많이 빼내올 것”이라며 “분량이 많아 혼자서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개성공단에서 나오는 차량에 대해 북측 경비원들이 “왜 자재도 가져 나가느냐”고 말하면서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부분 트럭은 별다른 제재 없이 순조롭게 돌아왔다. 한 입주기업 법인장은 “공단 전체가 짐을 빼느라 정신이 없다”며 “나올 때 북측 세관원들이 ‘나중에 또 봅시다’고 인사하더라”고 했다.

개성공단 의료원 간호사인 김모씨는 “아침에 평소보다 많은 (북한) 군인이 공단 인근과 군사분계선에서 이동하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개성공단 인근 북한군 부대의 특이 동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군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다양한 우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인원 및 물품 철수가 끝나면 전력·용수 공급 중단 조치를 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독자적으로 전력·용수를 공급하기 쉽지 않아 개성공단은 사실상 폐쇄 상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파주=이현동 기자/김대훈 기자 gr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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