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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통화정책 `실기론` 급부상

황인혁,황형규 기자
황인혁,황형규 기자
입력 : 
2016-02-11 17:30:23
수정 : 
2016-02-15 13: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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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高에 아베노믹스 기로…달러도 예상밖 약세
◆ 요동치는 금융시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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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10일(현지시간) 글로벌 경제·금융시장 여건에 따라 경제지표가 악화되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 긴축으로 방향을 틀었던 미국마저 경제가 삐거덕거리면 다시 통화 완화 사이클로 유턴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까지 통화 긴축에서 한 발짝 물러나면서 전 세계적인 통화 완화 바람이 거세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옐런 의장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발언과 관련해 월가 전문가들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러야 6월은 돼야 추가 금리 인상을 검토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추가 금리 인상 횟수도 종전 네 차례일 것이라는 예상에서 한두 차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추가 금리 인상이 뒤로 밀릴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으면서 당장 미국 달러화가 급격한 약세로 돌아섰다. 11일(현지시간) 런던 외환시장에선 달러 대비 엔화값이 장중 1년4개월래 최고치인 110엔선으로 치솟을 정도로 '달러 약세·엔화 강세'가 가파르게 진행됐다. 지난달 29일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결정 직후 121엔대까지 하락했던 달러당 엔화값이 10여 일 만에 110엔대로 폭등한 상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정책 한계론이 불거지고 있다. 금융 완화에 의존해온 아베노믹스가 기로에 섰다는 분석이다. 달러당 엔화값 110엔은 1년4개월 전인 2014년 10월 31일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했을 때 수준이다. 엔화 약세를 유도하려는 일본은행의 바람과 달리 일본 주요 금융기관들은 엔화값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스즈키 겐고 미즈호증권 팀장은 "미국 금리 인상 기대가 후퇴하면서 달러 약세 움직임이 강해진 게 엔고의 이유"라고 지적했다. 일본은행이 더 강도 높은 금융 완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오는 16일부터 시행되는 마이너스 금리 폭을 초기 -0.1%에서 -1.0%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에서도 통화정책 실기론이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방아쇠를 당길 당시 달러화는 다른 주요국 통화에 비해 강세를 보였다. 미국 금리 인상이 단행된 지난해 12월 16일에만 해도 유로화와 달러화 가치가 1대1로 같아지는 '유로·달러 패러티(parity)'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러 약세가 지속되는 모양새다.

장기국채 금리도 마찬가지다. 작년 12월 금리 인상 당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3%로 미국 장단기 국채금리가 서서히 상승하는 양상을 띨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10일 현재 1.67%까지 추락할 정도로 정반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장기국채 금리의 하락은 미국 경제 침체와 디플레이션 우려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달가운 신호는 아니다.

시장 일각에서 다시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는 옐런 의장은 마이너스 금리 영향과 도입의 합법성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정책 실효성뿐 아니라 금융시장 파장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준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 연준에 2조달러 이상을 예치하고 있는 은행들을 비롯해 개인과 법인 고객들이 활용하고 있는 2조7000억달러 규모 머니마켓펀드(MMF) 시장에도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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