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미어에게 "마크 헌트 이길 준비 됐냐" 물었더니… [이교덕 대담]

이교덕 기자 2016. 2. 1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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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위기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감당할 수 없는 시련에 누구나 한번쯤 남몰래 눈물을 흘린다.

전 UFC 헤비급 챔피언 프랭크 미어(36, 미국)는 옥타곤 안팎에서 여러 번 위기와 맞닥뜨렸다. 오토바이 사고로 선수 생활을 이어 가지 못할 뻔했다. 4연패해 은퇴 기로에 서기도 했다. 깊은 좌절감으로 술과 약에 빠져 살았던 적도 있다.

그러나 미어는 이를 극복했다. 높은 파도를 넘고 넘었다. 16년차 프로 파이터가 된 그는 어느덧 위기를 기회로 여기는, 욕심을 부리기 보다 바로 지금 최선을 다하는 진정한 강자가 됐다.

지난 2일 스포티비뉴스(spotvnews.co.kr)와 독점 인터뷰에서 위기와 극복에 대해 말하자고 했을 때, 미어는 진지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자신의 인생관까지도 한국의 팬들에게 자세히 소개했다.

미어는 "어려움에 빠진 모든 분들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 챔피언 된 기쁨도 잠시…"오토바이 사고로 좌절했다"

2004년 6월 19일, 미어는 UFC 48에서 팀 실비아를 암바로 꺾고 헤비급 챔피언에 올랐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남자가 됐다고 기뻐할 때, 시련은 기다렸다는 듯 찾아왔다. 3개월 뒤인 9월 17일, 오토바이 사고로 양쪽 대퇴골이 부러졌고 무릎 인대가 전부 끊어졌다. 한동안 걸을 수 없었다. 1차 방어전을 치르지 못하고 타이틀을 반납해야 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힘들었던 때가 몇 번 있었다. 가장 잘 알려진 일은 오토바이 사고다. 매우 극적이었다. 25살의 나이에 헤비급 챔피언에 오르다 보니 마치 불사신이라도 된 것처럼 들떠 있었던 것 같다. 오토바이를 과격하게 몰곤 했다. 사고 당한 날은 그리 위험하게 몰지 않았는데, 내가 평소 타던 대로였다면 훨씬 더 큰 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다. 대퇴골이 부러졌다. 뼈를 붙이기 위해 철심도 박아야 했다. 이외에 크고 작은 부상으로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신체 능력을 빼앗겼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난 격투기 선수니까. 다른 부상보다 더 심각한 마음의 부상이었다. 훈련할 수 없었다. 아예 움직이지도 못했다. 당연히 옥타곤에 오르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그래서 좌절했다. 폭음하고 약도 했다. 문제가 많았다. 자멸하고 있었다."

미어는 아내 제니퍼 미어(아래 사진)와 친구들이 없었다면,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극복하기까지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아내와 친구들은 내가 힘겨워 할 때, 심지어 내가 나를 잃어버리고 방황할 때조차 항상 함께해 줬다. 내가 두 발로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줬다. 버티기 힘든 현실의 무게를 함께 견뎌 줬다."

"사고가 났을 때 몰았던 오토바이 종류는 타지 않는다. 그때 스즈키 1000을 몰고 있었는데, 파워코맨더를 뜯어내고 요시무라 풀 파이프를 달았다. 이제는 할리 데이비슨 팬이며, 크루저를 좋아한다. 집에 할리가 두 대 있다. 요새는 그룹으로 모여서 타거나 아내를 뒤에 태우고 다니곤 한다. 지금도 오토바이 타는 것을 즐기지만 이전처럼 나 자신을 위험에 빠뜨릴 정도로 몰진 않는다."

고난은 사람을 지혜롭게 만든다.

■ 4연패 수렁에서 나를 돌아보다…"내 몸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2012년 5월부터 주니어 도스 산토스, 다니엘 코미어, 조시 바넷, 알리스타 오브레임에게 연달아 졌다. 4연패에 빠진 미어를 바라보는 언론과 팬의 시선은 차가웠다. 은퇴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어에게 닥친 또 다른 위기였다.

그는 과감하게 1년 동안 옥타곤을 떠나 있었다. 모든 것을 다시 정비했다. "나를 재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파이터 프랭크 미어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는 단순하게 '싸우는 사람'이 아니다. 프로 선수다. 경기장 밖에서도 늘 단련해야 한다. 과거에는 전문적이지 않았다. 체육관에 가서 운동하고 싸우는 법을 배웠지만, 그 후엔 맥주를 마시거나 놀러 다녔다. 늦게까지 잠을 자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최고 수준에 도달하려면 전문적인 운동선수가 돼야 한다. 이것이 내가 이 스포츠계에서 느끼는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다."

"잠시 공백기를 가졌을 때 내가 한 것은 시간을 들여 신체를 단련하는 일이었다. 기어를 높여 재활 훈련, 체력 훈련 등 몸에 부하를 거는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내 몸을 찬찬히 뜯어 살피기도 했다. 내 훈련 파트너인 절친한 친구 제임스 워렌은 사소한 것 하나까지 챙겨 주며 훈련 방법에 변화를 줬다. 그는 과거 크게 다쳤지만, 재활을 거쳐 주짓수 검은 띠까지 딴 대단한 친구다. 우리는 서로를 향해 잔소리하는 법을 안다. 내가 스트레칭을 제대로 하지 않고 바로 훈련하려고 하면 워렌이 나타난다. 영양 상태도 신경 쓴다. 먹는 것 하나하나에 관심을 기울이며 몸을 관리한다."

원래 사우스포인 그는 지난해 2월, 1년 만에 돌아온 옥타곤에서 왼손잡이 자세가 아닌 오른손잡이 자세로 안토니오 실바를 KO시켰다. 1라운드 1분 40초 만이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깜짝 전략으로 연패 사슬을 끊었다.

지난해 7월엔 토드 더피와 과감하게 타격 맞불을 놓았다. 1라운드 1분 13초에 KO승했다.

■ 노게이라 전 역전승…"질 것 같다는 생각은 절대 안 한다"

생각대로 쉽게 경기가 풀릴 때도 있다. 그러나 UFC 99%의 경기에서 선수들은 예상치 못한 위기와 한번은 대면한다. 세계 정상급 파이터들의 싸움이니, 당연한 일이다.

미어가 기억하는 긴박한 위기 가운데 하나는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 전에서 나왔다. 2011년 12월 10일, UFC 140에서 노게이라에게 정타를 허용해 KO 직전까지 몰렸다.

"노게이라 2차전은 내가 어떻게 역경을 딛고 다시 돌아올 수 있었는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경기다. 내 귀 뒤에 그의 펀치가 적중했고, 난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어떻게든 버텨 보려고 그를 붙잡았는데, 노게이라는 피니시를 노리고 들어왔다. 그가 가진 최고의 기술 가운데 하나인 길로틴 초크로 몰아붙였고, 나를 가두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절대 어떤 펀치를 맞아 이 지경이 됐는지 자책하지 않았다. 패배라는 단어는 떠올리지 않았다. 거기서부터 역전은 시작됐다.

"버틸 수 있었다. 한순간도 정신을 놓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펀치를 허용했을 때도 '도대체 뭘 맞은 거지?' 같은 생각은 안 했다. 이미 일어난 일이고 털어 내야 할 잡생각이었다. '질 것 같다'는 마음도 없었다. 이기고 지는 건 앞으로 있을 일이니까. 그걸 걱정하고 있을 수 없었다. 현재의 나는 지금만 생각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 당시엔 '이 초크에서 어떻게 빠져나갈 것인가'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빠져나왔다."

"그는 내 등을 잡았고, 나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생각했다. 삶의 어떤 순간에는 누군가가 당신을 압도한다. 느슨하게 마음먹으면 절대 뒤집을 수 없을 정도로. 그러므로 당장 눈앞에 있는 일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과거에서 배울 점이 없다거나 미래의 확률을 등한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현재를 살고 있지 않은데, 난 그렇지 않으려고 한다. 그 경기에서 날 승리로 이끌었던 것은 현재에 집중하는 마인드였다. 그는 자신의 팔이 부러질 때까지 탭을 하지 않았고, 나는 그렇게 집중했기 때문에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미어는 노게이라의 팔을 기무라록으로 부러뜨렸다. UFC 역사에서 가장 잔인한 장면으로 꼽힌다. 하지만 미어는 종합격투기라는 전쟁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상대에게 고통을 주려고 싸우는 것이 아니다. 다치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고통을 주길 원한다면 경기는 끝도 없을 것이다. 파이터는 강한 전사다. 아픔 따위는 경기하면서 잊는다. 켰다 컸다 하는 스위치처럼 고통을 차단한다. 그래서 전쟁에 나서는 것처럼 치밀하게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기술도 확실히 넣어야 한다."

"몸통의 특정 부위를 가격하면 숨 쉬는 데 불편을 준다든지, 코에 잽을 넣으면 눈물이 고여 시야를 가리고 다음 타격까지 영향을 준다든지, 선수들의 모든 동작에는 목적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 훈련은 전부 초크를 위해 세팅이 돼 있다. 초크는 의식을 날아가게 한다. 다음 달 만나는 마크 헌트 같은 선수들은 맷집이 좋아 타격 몇 번으로는 꿈쩍도 하지 않지만, 초크를 건다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금세 의식을 잃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전략이자 전쟁이다."

■ 프랭크 미어의 행복…"지금 이 순간도 행복한 기억이 된다"

고난을 넘으면 행복이 따라온다. 미어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였냐고 물었을 때, 잔잔한 감동을 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의 행복엔 늘 가족이 있었다.

"내 행복한 추억 속에는 언제나 가족들이 자리 잡고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제임스 워렌은 내 가장 친한 친구인데, 이곳 브리즈번(UFC 파이트 나이트 85 홍보하기 위해 호주 방문)의 호텔에 함께 들어가자 간호학교에 막 들어간 그의 아내가 우릴 맞이했다. 나는 '아이는 언제 낳을 것인가?' 묻고 그들은 '내년쯤'이라고 답한다. 그리고 내 방으로 걸어가면서 이런 일상이 나중에 내 아이들과 나눌 추억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우리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호주까지 비행기를 타고 왔던 일을 회상하겠지. 모두 나에겐 행복한 기억이 될 것이다. 내 아이들과 아내가 내 옆에 있고, 경기할 때 아버지가 코너에 있는 것. 내 주변 모든 사람들과 함께한 즐거운 나날들이었다.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다."

미어는 28전 18승 10패의 전적을 쌓은 베테랑이다. 존 존스나 코너 맥그리거, 론다 로우지처럼 압도적으로 승수가 많은 파이터가 아니다. 전적에서 그의 굴곡진 파이터 인생을 엿볼 수 있다. 10번의 패배 속에서 그가 배운 것은 무엇일까?

다음 달 20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85에 출전해 헌트와 만나는 그에게 '행복한 승리를 차지할 준비가 됐는가?'라고 물었다. 미어는 "반드시 이길 것이다"라는 말 대신 '진인사대천명'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보내겠다고 답했다.

"경기하러 들어가면서 '꼭 이기고 말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런 집착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부담감을 준다. 옥타곤 안에는 심판도 있고 상대 선수도 있다. 이렇게 많은 변수들이 있는데 왜 내가 제어할 수 없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하는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 뿐이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나 자신과 내가 할 일들이다. 상대에 대해서는 '내가 A를 하면 상대는 B로 받아칠 것이고, 그러면 나는 C로 대응하겠지만 상대는 E로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와 같은 생각을 할 뿐이다. 경기 결과 때문에 누군가는 기분이 좋지 않아야 한다면, 난 오늘 내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현재는 지금까지 했던 일, 행동과 말, 그리고 자신이 이끈 삶의 결과다. 그래서 나는 오늘 밤, 행복하게 잠을 청할 것이다."

"'나는 오늘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다. 제대로 싸우고, 제대로 먹고, 가족 그리고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행복한 삶이 될 수 있다. 경기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부지런하고 똑똑하게 훈련하고 자신을 정비해 최선의 경기력을 보여 주면 결과는 따라온다. 원하는 대로 다 이뤄지는 건 아니다."

미어는 할 말이 더 많았지만 정해진 시간을 넘겨 인터뷰를 급하게 마무리했다. 그는 다음 기회에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자고 약속했다. "헌트와 내가 한국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선사하겠다"는 끝인사와 함께 웃었다.

위기, 시련은 강자를 만든다. 반석 같은 사람은 그렇게 탄생한다.

[사진1] 프랭크 미어 ⓒGettyimages

[사진2] 프랭크 미어와 그의 아내 제니퍼 미어 ⓒGettyimages

[사진3] 다음 달 20일 UFC 파이트 나이트 85에서 경기하는 마크 헌트(왼쪽)와 프랭크 미어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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