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 역풍.. 유럽·日 은행 신용경색 초래

김용식 입력 2016. 2. 11. 17:21 수정 2016. 2. 1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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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양 조치가 수익기반 무너뜨려

은행주들 급락세… 증시 하락 주도

“제2 리먼 사태 번지나” 우려 고조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에 기름을 부은 것은 주요국 은행주들의 급락이다.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이 비장의 카드로 꺼내 든 ‘마이너스 금리’ 조치가 도리어 금융회사들의 수익기반을 무너뜨려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탓이다. 경기 부양을 위한 조치가 도리어 신용경색이란 더 거대한 위기를 부르는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11일 금융권과 외신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유럽과 일본 증시 하락을 주도하는 것은 은행주들이다. 유럽에선 독일의 대표 은행인 도이체방크 주가가 지난 8~9일 이틀간 13.4% 급락해 연초 대비 반토막까지 떨어졌고, 크레디트스위스(스위스), 유니크레디트(이탈리아) 등 다른 주요 은행 주가도 9일까지 연초 대비 반토막 수준을 면하지 못했다. 10일 응급처방(채권 재매입 등)으로 반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일본 주요 은행들의 주가도 연일 급락세다. 닛케이지수가 -5.4%의 기록적 급락세를 보였던 지난 9일 스미토모 미쓰이 파이낸셜 주가는 -9%, 이츠비시 UFJ는 -8.7% 폭락했다. 노무라홀딩스(-9.1%)와 다이와증권(-5.2%)도 동반 급락세를 보였다.

은행주들이 이처럼 맥을 못 추는 건 글로벌 불황으로 은행들의 자산이 갈수록 부실화되는데다, 마이너스 금리 같은 정책당국의 응급조치가 향후 은행들의 수익기반마저 위협할 거란 우려 때문이다. 극단적 저금리 상황에선 은행들이 전통의 수익원인 대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실제 이번주 유럽 은행주의 동반 폭락세를 이끈 도이체방크 쇼크의 경우, 그간 자본확충 차원에서 대규모로 발행했던 코코본드(조건부 후순위 전환사채)의 이자를 도이체방크가 내년엔 지급하지 못할 거란 보고서가 투매심리를 불러 일으켰다. 이런 우려가 단순히 주가 하락 수준을 넘어 현실화된다면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후 전세계를 지배했던 금융권 전반의 신용경색 사태가 재연될 거란 전망도 적지 않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유럽팀장은 “당장 제2의 리먼 사태 우려는 과해 보이지만, 부실채권 비율이 높은 이탈리아 은행들이나 대출수요가 적어 특히 마이너스 금리의 부담이 큰 일본 은행들은 최근 상황에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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