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후보' 정찬헌의 과제는 '후보' 떼어내기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2016. 2. 1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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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중근의 선발 이동, 팀 내 마무리 후보로 급부상..2015시즌 과오 털어내고 팀 불펜진 핵심으로 발돋움 한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시작'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끝'이다. 시작의 좋은 흐름을 제대로 마무리 하지 못하면 언제든 뒤집어지는 것이 야구다. 올 시즌부터 LG는 마무리 봉중근이 선발로 보직을 이동했다. 류제국-우규민-소사-봉중근-새로운 외인으로 이어지는 5선발은 확정됐다. 남은 자리는 바로 마무리다.

2013시즌과 2014시즌, 2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한 LG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불펜진이었다. 팀 타선의 빈약함을 불펜진으로 채우며 타 팀에게 상대하기 까다롭다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선발이 조기에 무너져도 불펜이 버텨주고 제 역할을 해주면서 역전승을 일궈낸 경우가 많았다.

불펜의 핵심은 마무리다. 올 시즌, LG는 봉중근의 빈 자리를 채울 선수로 정찬헌(26)을 유력한 후보로 점찍었다. '자율화'를 앞세운 이번 LG 스프링캠프에서 양 감독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마무리 낙점이다.

지난 2008년부터 LG에서 뛴 정찬헌은 불펜에서 마당쇠 역할을 도맡아했다. 이동현과 더불어 필승조로 활약했지만, 2015시즌은 어두웠다. 음주운전 파문으로 인해 시즌을 접었고 LG는 그 시점부터 확실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9위를 탈출하지 못했다. 야구는 팀 스포츠지만 선수 한 명이 팀 분위기를 얼마나 떨어뜨릴 수 있는 지를 쉽게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 이후 정찬헌은 깊이 반성했고 곱씹고 곱씹었다. 그리고 올 시즌을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다.

자신만의 강점을 가지고 있는 선수임은 분명하다. 직구 구속이 빠르다. 팀 내 불펜진에서 가장 빠른 축에 속한다. 150km가량 스피드건에 찍힌다. 간간히 섞어 던지는 변화구는 직구의 장점을 더욱 살려준다.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마무리에게 빠른 구속은 큰 무기가 된다. 하지만 변화구가 제대로 통하지 않으면 상대는 오로지 그의 직구만 노린다는 단점도 있다.

제구력에서도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2014시즌에 모두 52.2이닝을 소화했지만 허용한 볼넷은 27개였다. 2015시즌 역시 44이닝을 던졌지만 볼넷이 14개가 나왔다. 평균적으로 2~3이닝당 볼넷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평균자책점 역시 2014시즌의 4.44를 제외하면 모두 5점대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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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으로만 보면 그다지 좋게 평가를 받기 어렵다. 그럼에도 정찬헌이 큰 기대를 받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정신적인 부분이다. 차분하게 자신의 페이스를 지켜나가며 강약 조절이 용이한 선발과 달리 마무리는 쫓기는 상황, 쫓아가야 하는 상황 등 매우 긴박한 시점에 마운드에 오른다.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자신의 공을 뿌릴 수 있는 자신감과 배짱이 필요하다. 양상문 감독은 이러한 점에서 정찬헌을 높게 산다. 묵직한 구위와 더불어 위기 상황에서도 힘차게 공을 뿌린다. 특유의 포커페이스는 타자들로 하여금 정찬헌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공을 던지는지 쉽게 알아채기 어렵다. LG 불펜의 상징이자 동료 선배인 이동현 역시 정찬헌의 남다른 담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게다가 또다른 마무리 후보로 평가받고 있는 임정우와 달리 공익근무를 통해 군 문제도 해결했다.

향후 10년을 위해 체질개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LG에서 정찬헌은 팀 컬러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선수다. 이동현은 여전히 건재하고 임정우 역시 롱릴리프를 비롯, 위기 상황에서 언제든 등판이 가능하다. 현재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훈련도 겸하고 있는 좌완 윤지웅을 비롯해 군에서 제대한 임찬규, 부진을 털어내고 싶어하는 유원상까지 있다.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의 조합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마무리 정찬헌이라는 마지막 퍼즐이 중요하다는 것이 양 감독의 생각이다. 2008년 LG 투수코치 시절부터 갓 입단한 신인 정찬헌을 쭉 지켜봤던 양 감독이다. 지난 2014시즌에는 3~4년 뒤에 우리 팀의 마무리로 뛰어야 할 선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 발언은 이제 현실이 됐다.

하지만 모든 것은 정찬헌 본인에게 달렸다. 유력하지만 아직은 마무리 후보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정찬헌이 과연 2016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팬들의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dkryuji@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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