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엔 화려한 패션전문상가 줄줄이 경매행

김인오 2016. 2. 1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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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일대 대형 패션상가 한달새 18건 매물 나올듯면세점·분양형호텔 변신 모색 불구 낙찰가율 30%선 그쳐
동대문굿모닝쇼핑몰 전경. [매경DB]
겉보기엔 화려한 패션전문 상가들이 줄줄이 경매에 몰려 나오고 있다. 11일 서울중앙지법 경매2계에는 동대문굿모닝시티쇼핑몰 전용면적 3.55㎡형 3층 상가가 첫 감정가의 21% 선인 2621만4000원에 나왔다. 앞으로 한 달간 중앙지법 경매에 나오는 중구 일대 대형 패션상가는 총 18건. 주말 휴일을 제외하면 매일 1건씩 경매에 부쳐지는 셈이다.

11일 경매에 나온 굿모닝시티쇼핑몰은 '동대문 노른자위 땅에 들어서는 대형 테마상가'라는 홍보 덕에 투자자들 관심을 모았던 곳. 하지만 2001년 분양 당시 시행사 대표가 분양대금 3700억원을 빼돌려 부도에 이르렀다가 우여곡절 끝에 2008년 11월 문을 열었다. 개점 때부터 패션전문상가 하락세 직격탄을 맞은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점포 주인 상당수가 관리비를 제때 내지 못해 한국전력으로부터 단전 조치를 받기까지 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업무나 생활편의시설을 제외하면 소형 매장 4500여 곳 가운데 60~70%가 비어 있다"며 "매장을 사들인 투자자들이 관리비도 내지 못하는 처지가 된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7월께 관세청이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추가 사업자 3곳을 선정하던 당시 3700명에 달하는 굿모닝시티쇼핑몰 상가 소유주가 '동대문24면세점'을 운영한다며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낙방했다. 쇼핑몰 인근 한 상점 주인은 "면세점 선정에 탈락한 뒤 계속 겨울 분위기"라고 말했다.

테마상가 원조로 통하며 200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구가하던 대형 패션 쇼핑몰들이 면세점 사업 등으로 '일어서기'를 노리고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매일경제가 2011년부터 5년간 대형 패션상가가 들어선 서울 중구 일대의 지지옥션 경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종합해보면 연도별 평균 낙찰가율은 36% 선에 유찰 횟수는 6회다. 6회 정도 경매 거래에 실패하고 감정 가격 3분의 1 정도에 주인을 찾는다는 의미다.

계절이나 시기별로 다소 차이가 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서울 소재 상업·업무시설 평균 낙찰가율이 60~80% 선인 만큼 낙제 수준이라고 할 만하다.

동대문 두타와 함께 4대 패션상가로 꼽히던 굿모닝시티를 비롯해 밀리오레·헬로에이피엠 등은 경매 단골손님이다. 그나마 명동 밀리오레는 분양형 호텔 '르와지르'로 변신을 모색하면서 2014년 이후 낙찰가율이 올라 지난해에는 56.7%를 기록했다. 2014년 이후 밀리오레를 제외하면 일대 패션상가들 낙찰가율은 2011년 38%에서 지난해에는 29%까지 떨어진다.

한때 '패션의 메카'로 통하던 서대문구 이화여대 일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2006년 신촌 민자역사 완공과 함께 문을 연 밀리오레는 5~6층 메가박스 영화관을 제외하고는 1~4층이 빈 상태로 여전히 '법원으로부터 점유이전금지가처분 결정이 내려진 건물로 명도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안내판이 붙었다.

그나마 '예스에이피엠(YES apM)'은 사후면세점인 'RGO면세점'으로 바뀌었지만 반전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인근 상점 주인들 말이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다른 지역 대형 패션상가들이 분양형 호텔이나 면세점으로 변신을 시도했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허가받기 쉬운 사후면세점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패션전문상가 하락세는 최근 위례·동탄·광교 등 제2기 신도시와 세종시를 중심으로 앞다퉈 분양 중인 테마형 상가에도 시사점을 준다. 테마 상가는 하나의 업종을 가진 유사한 가게들이 한 건물에 모인 것으로 1세대가 서울 동대문 의류상가였다면, 2세대는 음식점·의류매장 등으로 꾸며진 신도시 상가들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테마 상가는 상가 소유주 숫자가 많아져 공동관리가 쉽지 않다"며 "시행사들이 교통·개발 호재나 황금 입지라는 점을 들어 과장 광고를 하기도 하는 만큼 발품을 팔아 냉정히 따져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역세권이 능사도 아니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는 "동대문 굿모닝시티를 비롯해 예스에이피엠, 강변·신도림 테크노마트 등도 모두 지하철역과 이어졌거나 1분 거리 초역세권"이라며 "산업·유통구조 변화나 경기 불황 외에도 작은 사건, 인근 경쟁시설 신설 등 상가 투자에는 다양한 위험 변수가 상존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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