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예산 '줬다-안줬다' 진실게임 공방..사실은?

김용훈 2016. 2. 1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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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님, 정부에서 보내준 누리과정 예산 어디에 쓰셨나요?"(새누리당) "대통령님이 약속하신 누리과정 예산 안 줬다고 전해라~"(정의당)

누리과정(만 3~5세 무상교육·보육 재정)둘러싼 진실게임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여당은 누리과정 예산을 이미 교육청에 보냈다고 하고, 교육청은 받은 적 없다고 말한다.

정부는 또 누리과정 재정 부담에 대해 앞서 합의가 끝난 사항인데 교육청이 터무니없는 생떼를 부린다고 주장하는 반면 교육청은 이와 관련 합의를 한 적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 구글 이미지>
■누리과정 합의..누가 거짓말 하고 있나?

11일 정부·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이처럼 양측의 의견이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다. 적어도 어느 한 쪽은 누리과정에 관한 '합의'와 '돈'에 관해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우선 합의 문제다.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전면에 내세우는 논리는 "이미 2012년에 합의가 끝난 사항인데, 새 교육감으로 바뀌자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말하는 합의란, 2012년 2월 국회를 통과한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말한다. 여기서 무상으로 유아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이 종전 '만 5세'에서 '만 3~5세'로 늘어났다.

여기에 필요한 돈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키로 상정됐다. 교부금은 중앙정부가 걷는 내국세의 20.27%와 지방교육세를 배정토록 법률상 규정돼 있다. 기존 '교육청 예산'이다.

이명박 정부 말기인 당시에는 학령인구 감소로 교부금 비율을 낮추자는 목소리가 컸던 시기다. 교육부는 교부금비율 20.27%를 지키는 대신 여윳돈으로 교육청이 누리과정을 떠안았다.

중앙정부 입장에선 누리과정을 명분으로 교부금 비율을 유지한 채 누리과정을 이행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일종의 '계약위반'인 셈이다.

정부가 줄기차게 '교육청이 자체 예산으로 누리과정 전체를 책임진다'고 합의했다는 주장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합의의 대상이 당사자인 교육감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황교안 총리는 지난 4일 누리과정 관련 간담회 자리에서도 "여야 합의와 시도교육감들과의 협의를 거친 사안에 대해 새삼 합의를 요구하는 건 문제 해결의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도교육감들과 협의를 거쳤다는 정부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박재성 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국장은 "협의를 요청한 적도, 합의를 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 역시 2014년 10월 국정감사 당시 이를 인정한 바 있다.

"누리과정에 대해 교육부와 기재부만 협의하고, 교육감은 협의에서 빠져 있었던 거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황 장관은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속기록에도 남아있다.

■엉터리 교육교부금 세수 추계…혼란 가중

이런 유아교육법 개정안 이후 정부는 '어린이집'을 누리과정에 묶어 교육청의 관련 예산 지출 대상을 확대했다.

종전까지 유치원에 다니는 '만 5세'에 대해서만 자체 예산을 배정했던 교육청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5세'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만 3~4세'까지 추가로 책임지게 됐다.

"누리과정을 운영하는 어린이집 역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상 교육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가진다고 볼 수 있으므로 교부금으로 지원 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이 논리로 2012년 8월 어린이집과 유치원 두 곳 모두 교육청이 재정을 대도록 하는 시행령을 통과시켰다. 보건복지부 소관인 어린이집까지 교육청이 떠안게 된 셈이다.

이처럼 교육청의 재정부담이 늘어난 반면 중앙정부의 판단을 거치지 않아도 자동으로 지급되도록 법으로 규정된 예산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증액은 없었다.

이후 누리과정 파동이 매년 되풀이되자 정부는 지난해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고쳐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지출경비로 못 박았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서울 강서구 유치원을 찾아 "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재량이 아니라 반드시 준수해야 할 법적인 의무"라고 주장할 수 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또 올해엔 교부금이 1조8000억원 증가하고, 부동산시장 개선 등에 따른 취등록세 증가 등으로 지자체전입금도 1조원 이상 늘어 의지만 있다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추계도 그대로 믿기 어렵다. 당장 지난해 교부금 예상액은 49조4000억원이었지만, 이보다 10조원 부족한 39조4000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던 어린이집 예산을 지방교육청으로 넘기고 지방교육청이 담당하던 유치원도 무상으로 변경했다면 그에 해당하는 예산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의 홍순탁 회계사(안세회계법인)는 "당초 계획에서 예상했던 교육교부금 증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다른 방법으로라도 이를 보전해 주는 것이 맞다"며 "프랑스나 독일 등은 중앙 정부가 지방 정부에 사무를 이양할 때 재원도 함께 주도록 헌법에 아예 못 박아뒀다"고 설명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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