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데스 FOCUS] 독일팬, 'EPL 반값' 입장권에도 '폭발' 이유는?

권태정 2016. 2. 1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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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권태정 기자= 축구팬들이 높은 티켓 가격 때문에 뿔이 났다. 다른 유럽 리그에 비해 저렴한 티켓 가격에 익숙한 독일 축구팬들 역시 마찬가지다. 티켓 가격 인상이 그들의 문화를 훼손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보루시아도르트문트는 지난 10일(한국시간) 독일 슈트트가르트 메르세데스벤츠아레나에서 열린 ‘2015/2016 DFB포칼(독일축구협회컵)’ 8강전에서 슈트트가르트에 3-1로 승리했다. 하지만 도르트문트 팬들은 마냥 기뻐하지 않았다. 도르트문트 팬들은 경기 초반 20분 동안 응원을 거부했고, 테니스 공을 경기장 안으로 던졌다.

도르트문트 팬들이 집단 행동을 한 것은 비싼 원정석 티켓 가격 때문이다. 슈트트가르트는 이날 경기의 원정석을 최고 70 유로(약 9만5천 원), 최저 38.5 유로(약 5만2천 원), 스탠딩 티켓은 19.5 유로(약 2만6천 원)에 판매했다. 도르트문트 홈 경기 티켓 가격이 최고 54.4 유로(약 7만3천 원), 스탠딩 티켓은 16.7 유로(2만3천 원)인 것에 비해 높은 가격이다.

집단 행동에 참여한 도르트문트 팬 마르크 크밤부쉬는 ‘B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지만 해야만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테니스 공을 던진 것은 독일에서 ‘거대한 테니스’라는 표현이 ‘매우 좋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티켓 가격에 대한 팬들의 마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의 티켓 가격은 다른 유럽 리그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2015년 기준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의 평균 티켓 가격이 53.76 파운드(약 9만3천 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평균 티켓 가격이 50.83 파운드(약 8만8천 원)인 것에 비해, 분데스리가의 평균 티켓 가격은 23.02 파운드(약 3만9천 원)로 절반 이하다.

크리스티안 자이베르트 분데스리가 회장은 분데스리가의 티켓 가격이 다른 리그에 비해 저렴한 이유에 대해 “분데스리가 구단들은 매우 팬 중심적”이라고 설명했다. 시즌티켓 판매에 개수 제한을 두고, 저렴한 스탠딩 티켓을 판매하는 등 보다 팬들의 접근이 쉽도록 만드는 것이 분데스리가의 문화라는 것이다.

분데스리가는 프로 리그로 정착하는 과정에서 구단의 영리화를 매우 경계했다. 대표적인 것이 ‘50+1 규칙’이다. 구단 지분의 절반 이상이 비영리 단체 또는 개인의 소유여야 한다는 규칙이다. 구단 외부 자본의 영향력을 제한하면서, 지역 중심과 팬 중심으로 구단과 리그를 운영하기 위함이다. 바이엘이 운영하는 바이엘레버쿠젠, 폭스바겐이 운영하는 볼프스부르크는 예외적인 경우다.

독일 팬들은 축구의 지나친 상업화를 경계하는 동시에, 분데스리가의 비영리적 가치에 자부심을 느낀다. 거대 자본의 유입으로 상업화가 심화되고 있는 EPL을 따라가는 것을 경계한다. 지난해 10월 바이에른뮌헨 팬들은 영국 런던 에미레이츠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과의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높은 티켓 가격에 대해 항의한 바 있다.

당시 에미레이츠스타디움 원정석의 티켓 가격은 최저 64 파운드(약 11만 원)였다. 바이에른뮌헨의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티켓 가격은 최고 130 유로(약 17만6천 원)부터 최저 35 유로(약 4만8천 원)까지 다양하다. 분데스리가의 경우, 최고 70 유로(약 9만5천 원)부터 최저 15 유로(약 2만 원)다.

바이에른뮌헨 팬들은 “팬이 없는 축구는 1페니(약 10원)의 가치도 없다(Without fans football is not worth a penny)”고 쓰인 현수막을 들었다. 독일 팬들이 축구의 어떠한 부분에서 높은 가치를 느끼고 있는 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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