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샌더스 돌풍, "클린턴 수렁에 빠졌다"

윤현 2016. 2. 11.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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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 돌풍 '대세론 vs. 시기상조'.. 설욕 벼르는 힐러리

[오마이뉴스 글:윤현, 편집:홍현진]

 버니 샌더스의 돌풍과 미국 대선 판도를 분석하는 <허핑턴포스트> 갈무리
ⓒ 허핑턴포스트
미국 대선 레이스에서 버니 샌더스 후보의 돌풍이 거세지고 있다.

무소속의 버몬트 주 상원의원으로서 민주당 경선에 참가해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맞붙은 샌더스는 첫 경선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초접전을 펼친 데 이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압승을 거뒀다.

아이오와와 뉴햄프셔가 미국 전역에서 첫 코커스와 프라이머리를 개최하는 상징성을 앞세워 대선 판도를 가늠하는 '풍향계'로 불리면서 샌더스가 클린턴을 상대로 초반 주도권을 잡은 것은 확실하다.

더욱이 전국적 인지도가 떨어지고, 무소속 정치인으로서 당내 기반도 전혀 없이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무명의 70대 노정객 샌더스의 돌풍은 미국 정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샌더스의 돌풍, 어디까지 계속될까

그러나 샌더스의 돌풍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아직 섣부르다는 지적도 있다. 뉴햄프셔 주는 샌더스의 지역구인 버몬트 주에 인접해있고, 진보적 성향도 강해 사실상 샌더스의 '뒷마당'으로 불리는 곳이다.

샌더스가 클린턴에 0.3% 포인트 차로 아깝게 패했던 아이오와 역시 비슷하다. 이 때문에 아이오와에서는 오히려 패할 수도 있었던 클린턴이 신승을 거뒀고, 샌더스에게 더 아쉬운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선거 전문가들은 샌더스의 돌풍이 3, 4차 경선 무대인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와 네바다 주까지 이어질 수는 있어도 3월 1일 버지니아 주, 테네시 주, 텍사스 주 등 12개 주에서 동시에 열리는 '슈퍼 화요일' 경선까지 승리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CNN은 "사우스캐롤라이나와 네바다의 유권자 성향은 아이오와나 뉴햄프셔보다 훨씬 미국 대선의 지형도를 현실적으로 반영한다"라며 "무엇보다 '슈퍼 화요일' 경선은 샌더스 돌풍의 진짜 시험대(real test)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와 네바다 같은 남부 지역에서는 클린턴의 강세가 뚜렷하고,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슈퍼 화요일' 경선도 인지도나 조직력에서 앞서는 클린턴의 승리가 유력하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샌더스의 경선 승리 여부를 넘어 그가 일으키는 돌풍이 미국이 직면한 상황이나 유권자들의 갈망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샌더스나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를 주목하는 이유가 미국 기성 정치를 향한 경고라는 뜻이다.

홀로코스트를 피해 뉴욕 브루클린의 빈민가로 도망쳐 가난한 페인트 판매원으로 생계를 유지한 폴란드계 유대인 아버지 밑에서 샌더스는 정치를 통해 사회개혁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981년 무소속으로 버몬트 벌링턴 시장에 당선되며 정치에 입문한 이후 월스트리트 개혁, 빈부격차 해소, 최저임금 인상 등을 일관되게 주장하며 지지를 얻어온 것이 그가 거대 정당 사이에서 30년 넘게 무소속으로 버텨온 비결이다.

<허핑턴포스트>는 "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샌더스의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였지만, 지금은 '민주적 사회주의자'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만들었다"라며 "만약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도 승리하면 그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확률은 매우 높아진다"라고 평가했다.

흔들리는 힐러리, 고전하는 이유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는 힐러리 클린턴의 트위터 갈무리.
ⓒ 힐러리 클린턴 트위터
반면 클린턴은 최대 위기에 빠졌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공화당 후보들과의 가상 대결에서 모두 승리하며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로 꼽혔지만, 지금은 샌더스의 돌풍에 밀려 민주당 경선 통과조차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비록 뉴햄프셔에서 패하더라도 10% 포인트 이내라면 선방한 것이라고 기대했던 클린턴은 막상 뚜껑을 열자 22% 포인트 차로 대패했고, 여성 유권자들에게도 샌더스보다 낮은 지지를 받았다.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구호를 내세운 클린턴이기에 더 충격이 크다.

최고의 명문대를 나오고, 재산도 많고, 웬만한 남성 정치인보다 엄청난 성공을 거둔 백인 특권층 여성인 클린턴이 미국의 보통 여성들이 원하는 바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뉴햄프셔에서 큰 상처를 입었지만, 클린턴 측에서는 다음 경선인 사우스캐롤라이나와 네바다에서 만회하고, 슈퍼 화요일 경선까지 승리한다면 샌더스의 돌풍을 꺼뜨리고 다시 대세론을 구축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그러나 퍼스트레이디, 상원의원, 국무장관 등 화려한 경력에만 기대어 공약의 참신함이 떨어지고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표를 의식하느라 분명한 입장 표명을 유보하는 등의 모습이 역효과를 낳아 계속 고전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조급해진 클린턴은 참모진 교체를 고민 중이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전략가였던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클린턴이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라며 "별개의 선거 운동에서 다른 인물을 활용하고도 부진하다면 문제의 원인이 자신인지 자문해봐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이렇듯 클린턴이 내우외환에 시달리면서 주춤할수록 샌더스의 돌풍은 거세지고 있다. 과연 샌더스의 '대이변'이냐, 클린턴의 '예고된 승리'냐를 놓고 누가 7월 21일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추대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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