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햇살 품은 별미 '시래기'

2016. 2. 1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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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 무청, 칼슘 등 영양성분은 3~4배·칼로리는 낮아 건강밥상 대표로

춘궁기 먹던 ‘갱죽’ 이젠 웰빙음식으로

사람들이 집 밥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따뜻한 밥 한 끼 먹는 것이 사치스러운 것이 되어버린 일상이 만든 결과다. 귀가 후 누군가가 차려준 밥상이 주던 위로가 간절해진 탓일까. 일본, 프랑스 등 어딘가의 가정식을 찾아다니게 되는 것도, 고생스러움을 마다하고 자리만 차지했던 전기밥솥에 쌀을 채워넣게 되는 것도 일상의 허전함을 채우기 위한 발버둥처럼 보인다.

집밥에 열광하는 이들의 그리움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특별할 것 없던 어머니의 밥상이다. 밥과 찌개, 밑반찬 몇가지와 김치. 간혹 밑반찬마저도 감사할만큼 소박한 밥상이었다. 가끔은 먹기 싫다며 밥을 거르기도 했고, 찬이나 국 때문에 반찬 투정도 부렸다. 그 품을 떠난 뒤에야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이 바로 어머니의 손 맛이고 집밥이다. 

겨울의 집밥에는 종종 시래기가 올라왔다. 찌개인지 국인지 조림인지, 된장을 풀어 자작하게 끓여낸 시래기는 굳이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메뉴 중 하나였다. 지금도 굳이 시래기를 찾아먹지는 않는다. 혼자사는 살림에 시래기까지 들이는 것은 너무 본격적이지 않은가. 다만 누군가가 집밥을 이야기 할때면 자연스럽게 시래기를 떠올린다. 겨울, 집 밥. 지금의 대한민국에 완연한 감성에도 시래기는 더 없이 잘 어울리는 식품이다. 
빈혈·동맥경화 예방에 유방암 억제까지…

지금처럼 계절을 막론하고 먹을 것이 넘쳐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특히나 추운 겨울이 되면 먹을 것이 귀했다. 푸른 잎을 찾아보기 힘든 척박한 환경에서 선조들은 채소를 오래 두고 먹기 위한 방법으로 ‘말리는 것’을 택했다. 말린 채소들은 뭐 하나 없는 겨울철 밥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시래기는 무의 윗부분, 즉 무청을 말린 것이다. 겨울을 나기 위해 처마에 걸어뒀던 말린 채소 중에 무청이 단골손님이 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가을 끝무렵, 김장철이 지나면 무김치나 동치미를 담는다. 무를 쓰고 나면 남는 것은 무의 줄기와 잎이다. 가득 채운 장독만큼이나 산처럼 쌓여 ‘처치곤란’이 된 무청을 활용하기 위해 말려 먹던 것이 지금의 시래기가 됐다.

김장 후면 지천에 널린 것이 무청이었다. 이것을 말린다한들 귀한 대접을 받을리 만무했다. 슬슬 볶아 무쳐내면 찬 한 접시가 완성되고, 된장에 조물조물 무쳐서 끓이면 밥 몇 공기가 아깝지 않으니 시래기는 귀하지 않더라도 평범한 우리네 겨울의 밥상과 가장 가까운 식재 중 하나였다. 부재료로 조림이나 찌개에 넣어도 밥상의 풍미를 살리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흔하게 먹던 시래기가 주목받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웰빙(well-be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익숙한 집 밥 속에 건강함이 있다는 생각이 확산됐다. 실제로 시래기는 식이섬유 함량이 높으면서도 칼로리가 낮은 대표적인 건강식 중 하나다. 시래기의 원료인 무청은 무 뿌리보다 영양성분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비타민C를 비롯해 칼슘, 칼륨, 엽산 등이 풍부하다. 특히 무청에 함유돼 있는 칼슘은 무의 10배다.

다이어트식으로도 권장할만하다. 칼로리가 낮아 부담이 없고 쉽게 포만감이 들어서 섭취 열량 조절이 용이하다. 무청의 식이섬유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장내 독소와 노폐물을 배출시켜준다. 특히 이 같은 식이섬유는 시래기 건조과정에서 함량이 3~4배 이상 늘어난다.

시래기 속의 비타민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칼슘과 함께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비타민 D가 풍부하고, 눈 건강을 돕는 비타민 A, 피로를 회복시키고 몸에 활력을 더하는 비타민C도 다량 함유돼 있다. 철분이 풍부해 빈혈에 좋고 동맥경화를 예방해준다. 유해 활성 산소를 제거하는 베타카로틴도 풍부해서 항산화효과까지 갖췄다.

몇몇 연구들에 따르면 시래기는 암 예방, 암 억제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암을 억제하는 성분인 인돌류, 이소티오시아네이트 등이 무 뿌리보다 무청에 많이 함유돼 있고, 이들 성분은 위암, 간암, 폐암 등을 억제하는 데 역할을 한다. 또한 지난 2010년 국립농업과학원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무시래기를 첨가해 유방암 세포를 배양했을 때, 무시래기 첨가 농도가 증가하면서 유방암 세포증식이 억제되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통풍 잘되고 그늘에서 말려야 영양소 유지

시래기는 특유의 식감, 그리고 구수한 맛이 특징이다. 겨우내 벽에 걸어넣고 말리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정작 잘 말린 시래기를 가정에서 활용하는 법은 크게 어렵지 않다. 이를 볶아서 무치면 시래기 나물이 되고, 쌀가루와 섞어서 찌면 쑥버무리 못잖은 시래기 떡이 완성된다. 콩나물과 무를 섞어서 구워내면 부침이 된다. 된장을 풀어 넣고 끓이면 시래기 찌개가 된다. 가난했던 시절에는 쌀이 떨어졌을 때 대신 시래기를 넣어 멀겋게 ‘갱죽’을 끓이기도 했는데 요즘에도 별미식으로 이어져내려오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시래기 구입 요령과 보관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우선 싱싱한 무에서 나온 무청, 청결한 무청을 말린 것이 좋은 시래기다. 줄기와 잎이 너무 질기지 않고 푸른빛을 띄는 것이 좋다. 건조 시에는 직사광선에 노출되지 않고 통풍이 잘 되는 장소에서 말려야 녹색을 유지하면서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는다. 이때 국내산과 중국산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줄기가 굵은지, 부서진 부분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구입한 시래기는 서늘하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보관하거나 데쳐서 물기를 짠 후 냉동 보관을 하는 것이 좋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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