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인터뷰]'철벽' 김민철, 그가 돌아온 이유
김민철의 전성기는 2013년이었다. 개인리그가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WCS)로 개편된 첫 해 김민철은 GSL 코드S 결승전에서 SK텔레콤 T1 이신형에게 0대3에서 내리 4세트를 가져가며 역스윕 우승을 달성했다. 당시 김민철이 기록한 GSL 코드S 역스윕 우승은 사상 최초였다.
지금은 사라진 월드 사이버 게임즈(WCG)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한 김민철은 스타2:군단의 심장에서 최고의 저그라고 평가받았다. 소속팀 웅진 스타즈가 해체됐지만 국내 최고의 팀인 SK텔레콤에서 손을 내밀었다. 사실 SK텔레콤에서 김민철의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개인리그 우승은 못했지만 프로리그서 20승을 거두는 등 꾸준한 성적을 올렸다.
◆ 게임을 잠시 내려놓다
SK텔레콤과 결별한 김민철은 영국 게임단인 TCM게이밍에 합류했다. 개인리그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그에게 시련이 찾아온 것은 2015년 KeSPA컵이 끝난 뒤였다. 안 좋은 일에 휘말리기도 했다. 승부조작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받은 것이다. 승부조작 제의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김민철은 이를 거절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경찰서를 오가는 등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다. 이후 그는 팀과 상의한 뒤 무기한 휴식에 들어갔다.
"TCM게이밍에 합류하기 전 흥미를 잃은 상황에서 다시 키보드를 잡은 이유는 개인리그 우승을 몇 년 동안 해보지 못한 미련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안 좋은 일이 터지고 난 뒤 게임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사라졌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이라고 생각했다."
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은 김민철은 GSL과 스타리그 시즌2가 끝난 뒤 팬들 사이에서 서서히 잊혀지는 듯 했다. 휴식이 길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은 김민철이 그대로 은퇴를 선언할 거라고 예상했다. SNS을 통해 근황을 전했지만 게이머 복귀는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민철은 지난 해 11월 게이머 복귀를 선언했다. 정확하게 8개월 만이었다.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지냈다. 친구들도 만나고 바닷가도 가봤다. '걱정없이 지냈다'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하지만 놀다보니 허무함이 생기더라. 갑자기 게임을 했던 시절이 생각났다. 쉬는 기간 경기를 봤는데 결승에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나도 그 자리에 올라가보고 싶었다. 언젠가 은퇴를 하더라도 우승을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휴식 기간이 길었음에도 김민철의 실력은 줄지 않았다. 하루에 40게임씩 꾸준하게 플레이했다. GSL과 스타리그 모두 예선을 통과했고 GSL에서는 삼성 갤럭시 남기웅을 꺾고 32강에 올랐다. 그러나 열정을 불태웠던 김민철이지만 현재는 의지가 조금 약해진 상태다. 이유인 즉 올해 바뀐 WCS 시스템 때문이었다.
WCS 시스템이 개편되면서 한국 지역을 선택한 선수들은 IEM, 드림핵 등 해외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 김민철 등 해외 게임단에 속한 선수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 은퇴 전 개인리그 우승 해보는 것이 목표
김민철은 힘든 상황 속에서도 힘이 되는 사람으로 TCM게이밍 매니저인 정희석씨를 언급했다. 김민철이 타이페이에 올 때 여권 문제로 출국이 늦어질 때 아침부터 분주하게 일했던 사람이다. 김민철은 "사실 경기를 앞두고 상대 선수 VOD를 챙겨보지 않는다. 하지만 매니저님과 함께 있으면서 많이 달라졌다. 매니저님이 직접 상대 선수 VOD를 직접 챙겨서 e메일로 보내주는 등 자신의 일처럼 챙겨준다. 정말 고마운 사람이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민철에게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에 대해 물었다. 그는 2013년이라고 했다. 웅진 스타즈 소속이었던 2013년 WCS GSL 코드S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김유진(현 진에어), 노준규(현 삼성 갤럭시) 등 팀원들과의 사이도 가장 좋았던 시기였다.
"개인적으로 전성기를 꼽으라면 2013년일 것 같다. 웅진 스타즈 시절이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우승도 했고 팀원들과도 친했다. 프로리그가 끝난 뒤 3명만 남았을 때도 즐거웠다.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2013년으로 다시 가보고 싶다."
2016년 들어 만 25살이 된 김민철은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를 거쳐 스타2로 넘어온 선수 중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한다. 그에게 남은 시간은 별로 없는 것이 사실이다. 김민철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 개인리그에서 우승을 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항상 마음은 2013년에 머물러 있다. GSL 코드S에서 우승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렇지만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예전보다 내 기량이 떨어졌고 잘하는 선수가 많아졌다. 우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은퇴하기 전에 한 번은 꼭 우승을 하고 싶다. 아, 우승한다고 해서 곧바로 은퇴를 하는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아달라.(웃음)"
김용우 기자 kenzi@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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