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빙속 여제 vs 빙속 여신 13일 평창 전초전

권종오 기자 입력 2016. 2. 11. 10:05 수정 2016. 2. 11.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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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속 여제’ 이상화와 ‘빙속 여신’ 중국의 장훙이 13일 밤 외나무다리에서 만납니다. 두 선수는 러시아 콜롬나에서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에서 여자 500m 세계 최강 자리를 놓고 운명의 일전을 펼칩니다.

‘빙속 여제’ 이상화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2회 연속 500m를 제패한 세계적 스타입니다. 중국 언론 매체들이 ‘빙속 여신’으로 부르는 장훙은 소치 올림픽 1.000m 금메달리스트로 중국 빙속 사상 첫 올림픽 우승을 차지한 선수로 유명합니다.

장훙의 주 종목이 1,000m이기 때문에 지난 시즌만 해도 500m에서는 이상화의 상대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올 시즌 들어 기량이 일취월장해 이상화의 아성을 위협하는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했습니다. 현재 월드컵 랭킹 포인트에서는 장훙이 690점으로 1위, 이상화가 10점 뒤진 680점으로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두 선수는 올 시즌 월드컵 시리즈에서 나란히 8차례 레이스를 펼쳤습니다. 이상화는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를 따냈고 2차례 4위를 차지했습니다. 장훙은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획득했고 1차례 4위를 기록했습니다. 한마디로 막상막하입니다. 그런데 맞대결에서는 장훙이 앞섰습니다. 두 선수가 동일한 월드컵 대회에 출전해 대결한 것은 모두 6번인데 장훙이 4승2패를 거뒀습니다.       

두 선수는 여러 면에서 상당히 대조적입니다. 나이는 장훙이 올해 28살로 이상화보다 한 살 많습니다. 체격 조건은 월등히 우세합니다. 장훙은 이상화보다 9cm나 큰 174cm의 신장을 바탕으로 힘의 스케이팅을 구사합니다. 스타트와 코너워크, 기술은 이상화에 여전히 뒤지지만 막판 스퍼트 능력이 무척 뛰어납니다.
출발을 한 뒤 100m까지는 이상화가 압도적으로 우세합니다. 이상화는 스타트 구간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선수 가운데 1명으로 이름 나 있습니다. 두 선수가 함께 출전한 6차례 레이스에서 이상화는 출발부터 100m까지를 평균 10.35초에 주파했습니다. 대조적으로 장훙은 평균 10.79초로 이상화보다 0.44초나 뒤집니다.   

그런데 이후 400m 구간에서는 반대로 장훙이 크게 우세합니다. 26.4초로 이상화보다 평균 0.5초나 빠릅니다. 전체 500m를 놓고 보면 이상화의 평균 기록은 37초25, 장훙은 37초19로 장훙이 0.06초 앞섰습니다. 장훙이 부족한 스타트 능력을 엄청난 막판 스퍼트로 만회한다는 것이 이런 데이터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15일 월드컵 4차 대회를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상화는 언론 인터뷰에서 “장훙은 좋은 선수이지만 신경은 별로 안 쓰고 있었다. 주변 의식하지 않고 제 갈 길만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스타트도 중요하지만 마지막 구간도 중요하다. 마지막 구간 연습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럼 이번 대회에서는 누가 이길까요? 일단 두 선수의 실력 차가 종이 한 장이기 때문에 당일의 컨디션에 따라 메달 색깔이 달라질 전망입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실전 감각입니다. 이상화는 지난해 12월 월드컵 4차 대회 이후 거의 2개월이나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않았습니다. 국가대표 선발전에 불참해 지난 달 말 월드컵 5차대회에 나가도 싶었지만 나가지 못했습니다.

반면 중국의 장훙은 이 대회에 출전해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를 따냈습니다. 이상화는 실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2일 전국 동계체전에 나왔지만 아무래도 국제대회 감각 부족이 불안 요소로 꼽히고 있습니다.     

종목별 세계선수권은 각 종목당 최고 선수를 가리는 대회로 평소 이상화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회라고 말해 왔습니다.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일전인 것입니다. 또한 이번 대결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치러지는 전초전 성격도 지니고 있습니다.

기(氣) 싸움에서 한 번 밀리면 역전하기 쉽지 않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입니다. ‘빙속 여제’와 ‘빙속 여신’의 대결은 올 시즌 세계 스피드스케이팅 최고의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입니다.

권종오 기자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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