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살 이발관, 140살 면도칼, 칠순의 이발사"

CBS 김현정의 뉴스쇼 2016. 2. 1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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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最古 이발관 "이발은 가위쇼가 아닙니다"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남열 (성우이용원 (since 1927) 이발사)

‘세월의 덮개로 메마른 몸을 비튼 성우이용원 / 빛 바랜 추억 사이로 세월이 흐른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는 ‘왼손의 경지’라는 제목의 시 한 편으로 시작을 해 봤는데요. 이 시 속에 등장하는 성우이용원은 실제로 만리동 언덕길에 현존하는 이용원입니다. 1920년대에 처음 문을 열어서 90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이발소인데요. 뭐든지 더 새로운 거 편리한 것만 찾는 시대에 이렇게 오래된 이발소가 그 모습 그대로 버틸 수 있었던 힘은 뭘까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90년을 이끌어온 이발소의 경영철학 한번 나눠보겠습니다. 성우이용원의 이발사 이남열 씨 연결을 해 보죠. 이 선생님, 안녕하세요.

◆ 이남열> 안녕하세요.

◇ 김현정> 제가 앞서서 소개해드린 시 속에 성우이용원의 진짜 주인이신 거예요.

◆ 이남열> 네.

◇ 김현정> 이 시인은 어떻게 그 곳을 알고 시를 쓴 거예요?

◆ 이남열> 저한테 이발하러 온 손님이 20년 만에 시를 써 준 겁니다.

◇ 김현정> 그러면 단골손님이 써 준?

◆ 이남열> 네. (웃음)

(사진=본인 제공)
◇ 김현정> 그렇군요. 도대체 90년 된 이발소라면 도대체 정확히 몇 년에 문을 연 겁니까?

◆ 이남열> 1927년도요.

◇ 김현정> 1927년 그러면 그때는 누가?

◆ 이남열> 외할아버지가 앙꼬(팥) 장사를 하다가 이발이 들어오면서 이발을 배워서 여기다 이발관을 차렸고 그 다음에는 아버지가 이어 맡았죠.

◇ 김현정> 그리고 우리 이남열 선생님까지. 그런데 지금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거예요?

◆ 이남열> 네.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제가 사진을 보니까 자리만 그 자리 그대로인 게 아니고 건물도 옛날 그대로의 모습에 실내 모습도 그대로, 장비도 옛스러운 게 그득하더라고요.

◆ 이남열> 보통 30년이면 어린애예요.

◇ 김현정> (웃음) 그러면 그 가게에서 제일 오래된 물건은 몇 살입니까?

◆ 이남열> 한 140년 된 면도칼이 있습니다. 사람 두 개 그려져 있는. 그 회사가 150년이 넘었거든요.

◇ 김현정> 사람 2개 그려져 있는, 쌍둥이 그려져 있는. 그 회사 것?

◆ 이남열> 네.

◇ 김현정> 거의 골동품 수준인데요?

◆ 이남열> 지금도 잘 나가요.

◇ 김현정> 그러면 그 세면대는 몇 년된 세면대?

◆ 이남열> 제가 머리 감을 때...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거니까 한 54년, 55년 됐어요.

◇ 김현정> 성우이용원 간판은?

◆ 이남열> 이것도 한 삼십 몇 년 됐어요. 40년 됐어요.

◇ 김현정> 걔는 어리네요?

◆ 이남열> 간판은 어린앤데, 다 됐어요. (웃음)

◇ 김현정> 이발 방법도 옛날 그대로를 유지하시나요?

◆ 이남열> 그건 아니에요.

◇ 김현정> 이발 방식 만큼은?

◆ 이남열> 이발은 앞서가야죠. 최신 기술을 습득하면서, 아주 점잖고 무게 있는 이발을 하는 겁니다.

◇ 김현정> 다 비결이 있으신거군요. 세면대가 오래되고 면도칼이 오래됐다고 해서 기술도 오래된 건 아니다?

◆ 이남열> 그건 아니에요. 요즘에도 VIP손님들 많이 받습니다. (웃음)

◇ 김현정> 예를 들면, 어떤 분들이 지금도 오세요?

◆ 이남열> 그룹의 회장님 같은 분들. LG 사장님이라든지. 무슨 웬만한 조그마한 그룹의 회장님이라든가, 노회찬 씨라든가 정치인들.

◇ 김현정> 그러세요? 몇 십년씩 다니세요, 그런 분들도?

◆ 이남열> 네.

◇ 김현정> 그런 유명한 분들 말고도, 많은 손님들 한두 분을 만난 게 아니실 텐데... 제일 기억에 남는 손님은 어떤 손님?

◆ 이남열> 항상 변함없이 대해야하고 뵙는 손님, 지방에서 거창이나 창원, 제주도에서 오시는 분들, 캐나다에서 오시는 분들 그런 분들이 다 남죠.

◇ 김현정> 거기서도 오시는 분이 계세요? 캐나다, 거제도 이런 데서도?

◆ 이남열> 네, 이발하러 오십니다.

◇ 김현정> 이렇게 오래된 곳에서 대를 이어서 하는 곳에서, 일부러 일부러 찾아오시는 분들이 계시는 거군요?

◆ 이남열> 네, 인천에서부터 내비게이션 찍고 오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웃음)

◇ 김현정> 그런 귀한 손님들도 계시고. 그런데 50년 된 세면대 이런 게 솔직히 그렇게 최신식같이 편하지는 않잖아요?

◆ 이남열> 편한 것 찍자고 하는 거 아니잖아요, 빌딩 찍자고. 옛 것 때문에 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걸 변형시켜서 보여주면 안 되잖아요.

◇ 김현정> 오히려 그 세월을 느끼고 싶어서 오시는 분들인데...

◆ 이남열> 그렇죠. 그렇죠.

성우이용원 이남열 이발사 (사진=본인 제공)
◇ 김현정> 그런데 그렇게 삼대째 이어오면서, 항상 잘 되기만 하시지는 않으셨을 테고 장사라는 게 다 잘되고 못 되고 흥망성쇠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 이남열> 그렇죠. 한 3번 뒤집어 엎었어요. (웃음)

◇ 김현정> 언제 그렇게 어려우셨어요?

◆ 이남열> 80년도에서 90년도 사이에... 그 퇴폐업소가 성행하는 바람에.

◇ 김현정> 퇴폐이발소가?

◆ 이남열> 네. 그때 아주 어려웠습니다.

◇ 김현정> 그런 것들에 밀려서, 정직하게 하는 것들이 더 어려워진 상황이었군요?

◆ 이남열> 네.

◇ 김현정> 90년째 3대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발관 성우이용원의 이남열 이발사 지금 만나보고 있습니다. 지금 제가 인터뷰 짧게 나누면서도 이 가게에는 확실히 철학이 있구나라는 걸 느낄 수는 있습니다만, 정말 90년쯤 이어가려면 분명한 철학이라는 게 내려오는 게 있는 거죠?

◆ 이남열> ‘이발은 쇼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 김현정> 쇼가 아니다?

◆ 이남열> 요령피우고 가위 가지도 장난치는 것이 이발이 아니란 뜻입니다.

◇ 김현정> 선생님, 저희 프로그램 이름이 ‘뉴스쇼’거든요. 그래서 제가 지금 깜짝 놀랐는데. (웃음) 뉴스에서의 쇼는 다양한 뉴스를 전달한다의 의미의 쇼인데 지금 성우이용원에서 말하는 ‘쇼하지 말자’는 쇼는 거짓말하지 말자. 장난치지 말자?

◆ 이남열> 정석대로 깎아야 돼요, 정석대로.

◇ 김현정> 그 말씀이에요. 맞습니다. 오래된 곳들은 다 이런 철학들이 있더라고요. 이남열 이발사님은 지금 실례지만 지금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 이남열> 49년생 소띠예요.

◇ 김현정> 칠순 다 되어가시네요?

◆ 이남열> 올해 나이로 예순여덟이죠.

◇ 김현정> 그러면 이제 후계자 생각하실 때가 슬슬 되어가시네요?

◆ 이남열> 그런데 후계자라는게... 하루아침에 나오는것도 아니고. 참 어렵네요.

◇ 김현정> 자녀분은 안 두셨어요?

◆ 이남열> 하나 있는데 안 하려고 해요. (웃음)

◇ 김현정> 아이고, 하나 있는데?

◆ 이남열> 그러니까 더 두고봐야죠.

◇ 김현정> 3대째 이어가는 이용원이면 이왕이면 좀 대를 이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우리한테는 있기 마련인데.

◆ 이남열> 네. 있는데요. 그래도 기술 배울 사람을 찾아야 해요. 아무나 가르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에요.

◇ 김현정> 아, 손기술 좋은 사람을요?

◆ 이남열> 네. 또 정신상태가 옹고집이 있으면서도.

◇ 김현정> 아, 그게 꼭 자녀가 아니더라도 정말 손기술 좋은 사람을 지금 물색하고 계시는군요?

◆ 이남열> 고집이 센 아이를 잡아가지고 그걸 잘 가르치고 싶습니다.

◇ 김현정> 이거 참 좋은 말씀입니다. 그러니까 빨리빨리 더 새로운 것, 더 빠른 것만 찾는 시대에 오래된 묵은지 같은. 묵은지 같은 가계를 지켜갈 수 있는 그런 고집이 있는 사람. 이 선생님. 그런 후계자를 꼭 찾으셔서 성우이용원 문 닫지 말고.

◆ 이남열> 왜 문 닫아요. (웃음)

◇ 김현정> 100년, 200년 계속 이어주시기를 제가 꼭 부탁드립니다.

◆ 이남열> 네.

◇ 김현정> 더욱 번성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이남열>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90년 된 이발관, 성우이용원의 이발사 이남열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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