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리의 솔.까.말] '본분금메달', 정규편성을 반대합니다

2016. 2.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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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이걸 잘 해서 정규편성으로 가는 게 저희의 본분입니다.”

KBS 2TV 설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본분금메달’ 방송 말미 MC를 맡은 김준현은 이처럼 말했다. 또 다른 MC 전현무, 김구라는 물론 패널로 출연한 신봉선, 윤정수도 정규편성 욕심을 내비쳤다.

하지만 ‘본분금메달’을 본 시청자 중 정규편성을 기대한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여자 아이돌의 본분을 예쁜 인형 정도로 치부하는 듯한 ‘본분금메달’은 2회에 대한 기대보다는 불쾌감을 더 많이 안겼다.

‘본분금메달’의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다양한 연예인 집단이 모여 베일에 싸인 미션 수행을 통해 화려한 이면의 진솔한 속내를 들여다보는 아주 특별한 게임’이 바로 ‘본분금메달’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말하는 ‘진솔한 속내’란 여성 아이돌의 굴욕 사진, 실제 몸무게, 짜증나는 상황에서도 묵묵히 참는 모습 같은 것들인가.

게스트로 출연한 여성 아이돌을 어느 상황에서도 예뻐야만 하는 존재로 상품화 시키는 프로그램의 태도는 방송 초반 전현무의 발언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본분금메달’은 허가 테스트와 비허가 테스트가 존재했다. 여성 아이돌들은 사전에 체력 테스트를 받았다. 오래 매달리기인 줄 알고 테스트에 임했지만 실제 제작진이 알아보고자 한 것은 이들의 얼굴 표정이이었다. ‘본분금메달’ 측의 설명에 따르면 오래 매달리기가 허가테스트, 얼굴의 망가짐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 비허가 테스트였다.

이와 관련해 전현무는 “쉽게 이야기해서 철봉에 아무리 오래 매달려도 금메달이 아니다. 아이돌의 본분은, 언제 어느 순간에도 걸그룹은 예쁜 외모를 유지해야 된다는 것”이라며 더 오래 매달리는 사람보다 예쁜 비주얼을 유지하는 사람이 금메달을 거머쥐게 된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후 본격적인 이들만의 리그가 시작됐다. 게스트들을 상대로 상식 테스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 알아보고 싶었던 것은 게스트들의 상식 수준이 아니라 바퀴벌레를 보고 놀라는 여성 아이돌의 모습. 많은 게스트들이 갑자기 등장한 바퀴벌레를 보고 깜짝 놀랐고, 제작진은 ‘아이돌의 순간 포착’이라는 그럴듯한 문구를 내세워 이들의 모습을 캡처해 공개했다. 캡처 사진을 보며 “투 턱이다”, “턱이 빠졌나요?”, “여기가 이상하지 않냐”, “심령사진인가요” 등의 외모 지적도 이어졌다. 금메달은 놀라는 와중에도 가장 예쁜 표정을 유지한 사람에게 돌아갔다.

이후 이뤄진 테스트는 야외에서 진행된 섹시 댄스. 대부분의 게스트들은 체감온도 영하 13도라는 추운 날씨에도 더 섹시해보이기 위해 얇은 섹시 의상을 입고 자신의 춤 실력을 뽐냈다. 하지만 제작진이 진짜 알고자 했던 건 게스트들이 적어낸 프로필 속 몸무게와 몰래 측정했던 실제 몸무게가 얼마나 일치하느냐 하는 것. 이 과정에서 게스트들은 자신의 몸무게를 공개 당했다. 정직도를 테스트하기 위해서라면 실제 몸무게와 프로필상 몸무게의 차만 밝혀도 될 텐데 굳이 게스트들이 감추려 했던 실제 몸무게까지, 그것도 거짓말로 알아낸 몸무게를 밝혀야 했는지 의문이다.

‘집중력 테스트’라 쓰고 ‘인내심 테스트’라 읽을 만한 테스트도 진행됐다. 빈 캔 열 개를 쌓아올리도록 주문한 뒤 성공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며 게스트들이 화를 내는지 안 내는지 지켜보는 것. 일부러 분노를 불러 일으키는 상황에서도 짜증을 내지 않는 것이 과연 이들이 생각하는 진짜 ‘아이돌의 본분’인지 씁쓸함을 안겼다.

실제 시청소감 게시판에는 “프로그램 참신합니다”, “재미있었습니다” 같은 글을 남기며 호평을 보낸 시청자도 있었지만 “프로그램 수준 한 번 저급하네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게 창피해지고 수치스러운 순간”, “불쾌하고 경악스럽네요”, “방송 진짜 쓰레기네요”, “전파낭비”, “ 누가 누구의 본분을 따지는가”, “혐오스러운 건 금메달감이네요”, “제작진이 여자 아이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프로였습니다”, “아이돌이 장난감, 노리개에요?” 등 불쾌함을 표한 시청자들이 다수였다.

방송 말미 제작진은 “끝까지 웃는 얼굴로 촬영에 협조해 주신 출연자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라고 밝혔다. 과연 제작진이 여성 아이돌들에게 ‘사과’가 아닌 ‘감사’만 하면 될 일인지, 자신들의 기획의도에 충실한 프로그램이었는지, “언제 어느 순간에도 걸그룹은 예쁜 외모를 유지해야 된다”가 정말 여성 아이돌이 가져야 하는 ‘본분’인 것인지 곱씹게 만들었다.

[사진 = KBS 2TV ‘본분금메달’ 방송 캡처]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pres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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