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트럼프 압승.. "美 주류 정치권엔 끔찍한 밤"

맨체스터(뉴햄프셔)/윤정호 특파원 2016. 2. 11. 03:1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6 美 대선] 뉴햄프셔 경선, 아웃사이더 돌풍 샌더스 60% 1위, 힐러리 38%.. 트럼프도 35%로 2위와 19%p差 - 아웃사이더 반란이 현실로 워싱턴 정치에 배신감 가득 찬 젊은층·무당파 마음 사로잡아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 나설 각 당 후보를 뽑는 두 번째 경선인 뉴햄프셔주(州)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 민주당 버니 샌더스(버몬트) 연방상원 의원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9일(현지 시각) 열린 프라이머리는 일반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경선 방식으로, 과거 61%였던 최고 투표율을 깨는 높은 관심 속에 치러졌다. 샌더스는 60%의 득표율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22%포인트 가까이 앞섰다. 부동산 재벌 트럼프도 득표율 35%로, 2위인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를 19%포인트 앞섰다. 공화당에서는 3위 경쟁도 치열해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1위를 차지했던 테드 크루즈(텍사스) 연방상원 의원(12%),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11%),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연방상원 의원(11%) 등이 접전을 펼쳤다.

아이오와 코커스와 함께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이번 프라이머리에서 '아웃사이더'로 불리는 두 후보가 크게 승리하면서 미국 대선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미국 언론들은 특히 민주당 경선이 장기전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샌더스는 승리가 확정되자 "유권자들이 진짜 변화를 갈망한다는 사실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낡은 기성 정치권과 기성 경제계에 미국을 맡기기에 너무 늦었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미국을 위대하게, 그 어느 때보다 더 위대하게 만들겠다"며 "중국, 멕시코, 일본이 우리 돈과 일자리를 가져가지 못하도록 하고, 아주 크고 강한 군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두 아웃사이더의 승리를 선언하면서 CNN은 "민주·공화 양당의 기성 정치인에게 끔찍한 밤이 됐다"고 평가했다. 폭스뉴스는 "전면적인 봉기의 현장을 목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더글러스 숀은 폭스뉴스에 "정치 아웃사이더들이 선거판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현실로 드러났다"며 "기성 정치에 배신당한 미국인의 마음이 이번 경선 결과에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말했다. 민주·공화 양 당이 자신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42%의 미국인이 무당파를 자처하고 있고, 이번 선거에 참여한 공화당 지지자 46%가 공화당 정치인에게 배신당한 느낌이라고 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힐러리에게 50%포인트 이상 뒤졌던 샌더스가 승리한 것도 신뢰할 만하고 정직한 정치인에 목말랐던 유권자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영국의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샌더스는 젊은이들을, 트럼프는 무당파 유권자들을 이번 경선에 많이 참여하게 했다"며 "방향은 다르지만, 워싱턴 정치가 이들이 요구하는 것들을 하나도 실현하지 못했기 때문에 배신감에 가득 찬 이들이 표를 던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일반인도 참여하는 프라이머리라는 절차는 이런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기성 정치권이 방향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봤다.

이제 관심은 20일 열리는 민주당 네바다 코커스와 공화당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로 옮겨지게 됐다. 네바다는 서부,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남부지역의 민심을 가늠할 수 있다. 현재 네바다는 힐러리가 상당히 앞서고 있는데, 이번 경선 결과가 민심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트럼프가 30%대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가운데, 크루즈와 루비오가 2·3위를 다투고 있다. 트럼프가 한 번 더 큰 표 차로 승리한다면, '트럼프 거품론'이 '트럼프 대세론'으로 대체될 가능성도 크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