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주요국 증시 20%안팎 급락.. 제2 금융위기 전조?

방현철 기자 입력 2016. 2. 11.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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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금리·低유가·中경기둔화 '3대 악재'에 유럽은행 위기설 겹쳐] 글로벌 자금이 국채·金 등 안전자산에 몰리며 증시 요동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해 세계 증시 20% 이상 떨어져

연초 중국 증시 폭락을 시작으로 글로벌 증시가 하락 장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4대 경제권 중에선 미약하나마 경기가 나아지는 미국을 제외하고, 유럽·일본·중국 등의 주가는 연초 이후 20% 내외로 떨어졌다. 작년 고점 대비로 보면 중국 증시는 46.5% 떨어진 셈이고, 독일·일본 등도 25% 넘게 주가가 하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 세계 시가총액은 지난해 6월 초 73조2670억달러(약 8경7737조원)에서 이달 10일 현재 56조6881억달러(약 6경7884조원)로 2경원 증발했다.

과거 세계 주가가 20% 이상 떨어지는 '베어마켓(주가 급락 장세)'이 온 경우엔 세계경제가 큰 충격을 받았다. 올해 세계경제에는 2008년 금융 위기 같은 메가톤급 악재는 보이지 않지만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눈물 나는 경기 부양 노력에도 경기가 지지부진한 바람에 이런저런 악재들이 한꺼번에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 작은 위험 요인들이 뭉쳐서 금융시장과 실물 경제의 발목을 동시에 잡는 '복합형 위기'가 올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위험 요인 뭉친 '복합형 위기' 우려

연초 전문가들이 꼽았던 올해 세계경제의 3대 위험 요소는 ▲미국 금리 인상 ▲국제 유가 급락 ▲중국 경기 둔화였다. 이 우려는 고스란히 실현되고 있다. 작년 말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후 처음으로 금리를 올린 미국은 아직 금리 인상을 접겠다는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작년에 배럴당 연평균 50달러대이던 국제 유가는 최근 배럴당 20달러대까지 급락했다. 중국은 작년 성장률이 25년 만에 최저인 6.9%를 기록했고, 올해는 5%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여기에 더해 숨어 있던 악재들도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대표적인 게 유럽 은행 위기설이다. IMF(국제통화기금) 추산에 따르면 2014년 말 현재 유로존 은행들의 부실 대출 규모는 9320억유로(약 1250조원)로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의 9.2%에 달한다. 유럽·일본이 단행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은행권에 '독약'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새로운 악재다. 마이너스 금리로 은행이 중앙은행에 예금할 때는 보관료를 내야 하고, 대출금리까지 마이너스로 진입하면 고객에게 대출하면서 원금을 깎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양적 완화, 마이너스 금리 등 온갖 정책을 동원해 돈을 풀었다. 전 세계에 넘치는 유동성(돈)으로 지난해까지 주가가 빠르게 상승했다. 그럼에도 미국을 제외하고 각국 실물 경기는 아직도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유동성 장세'에 취해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악재들이 올 들어 드러나고, 투자자들이 이런 위험 요인을 돌아보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자금, 국채에 몰리면서 요동

주가가 하락하자 갈 곳 잃은 경기 부양 자금이 국채, 금 등 안전 자산을 찾아 움직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각국 정부가 원금 상환을 보장해주는 국채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선진국 국채는 마이너스 금리로 이자를 받기는커녕 나중에 원금을 다 돌려받지도 못하는데도 서로 사겠다고 난리다. 주가 폭락으로 잃는 돈보다는 적기 때문이다.

독일 등 유럽 국채는 마이너스 금리로 돌아선 지 오래고,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도 지난 9일 마이너스 금리를 기록했다. BOA메릴린치에 따르면 전 세계 채권 중 약 20%인 8조7000억달러어치가 마이너스 금리를 나타내고 있다. 이 와중에 일본에서는 국채 수요가 늘어 엔화가 강세로 돌아섰고, 엔화 강세로 일본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증시가 급락했으며, 투자자들은 다시 안전한 국채로 몰려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실물 경제 위기 전조(前兆)인가

과거 세계 증시가 20% 이상 하락한 경우엔 실물 경제에서 대형 위기가 뒤따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전후해서 세계 주가가 55.8%나 하락했고, 1998년 아시아 금융 위기나 2011년 유럽 재정 위기를 앞두고도 주가는 20% 이상 빠졌다.

이미 세계경제 곳곳에서 실물 경제의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은 산유국·신흥국 경제를 옥죄고, 선진국의 석유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 유가 하락이 경기 침체를 상징하는 지표가 된 것이다. 지난 9일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는 5.9% 급락한 배럴당 27.94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원유 수요가 공급 과잉을 해소할 정도로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무역 거래가 감소하자 선박 운임도 급락하고 있다. 벌크선(곡물, 석탄, 철광석 등을 나르는 선박)의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해운지수(BDI)는 지난 4일 사상 처음으로 300 이하로 떨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의 절반 수준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최근의 주가 하락은 실물 경기가 악화할 것이란 전망을 미리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 하강 충격을 막기 위한 재정·통화정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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