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채우려고.. 서울 대형 오피스 줄줄이 대기
"건물 13개 층을 쓰던 회사가 빠져나가면서 석 달째 빌딩이 텅 비었어요. 2~3년 전보다 임대료를 20% 정도 깎아주겠다고 해도 들어오겠다는 기업이 없습니다."
이달 5일 낮 오피스 빌딩이 밀집한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서 만난 A빌딩 관리인이 한 말이다. 그는 "현재 테헤란로 주변 오피스 건물 10개 중 4개는 공실률(空室率·빈 사무실 비율)이 20~30%"라며 "올해 새 빌딩이 작년보다 더 많이 들어서는데 사무실 채울 일이 걱정"이라고 했다.
서울 오피스 빌딩 시장에 '공급 폭탄' 비상이 걸렸다. 올해 완공될 사무실 빌딩은 165만㎡(연면적 기준)로 2010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을 전망이다. 여의도 63빌딩(24만㎡) 7개가 새로 공급되는 꼴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50% 넘게 늘어난다. 서울 시내 평균 공실률은 이미 10%를 넘는다.
◇롯데월드타워 등 올해 초대형 빌딩 공급
주목되는 것은 올해 서울에서 준공될 오피스 빌딩 가운데 순수 사무실 공급 면적(56만9000㎡)은 지난해(35만㎡)보다 62% 증가한다(부동산서비스회사 '교보리얼코' 조사)는 점이다. 이는 최근 5년간 연평균 오피스 공급량(51만3000㎡)보다 10%쯤 많다.
특히 올해는 프라임급으로 분류되는 연면적 6만6000㎡가 넘는 초대형 빌딩만 4곳이 공급된다. 1분기에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의 'IT 콤플렉스'를 시작으로 3분기에는 '파르나스타워'(강남구 삼성동), '삼성생명 일원동 빌딩'(일원동)이 각각 공급된다. 파르나스타워는 지상 38층 규모로 GS리테일이 소유하고 있다. 연면적 80만㎡가 넘는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도 올해 말 완공된다. 이 빌딩은 지상 123층(555m) 규모로 강남은 물론 서울 고급 오피스 시장에 충격파를 낳을 전망이다.
서울 도심권의 경우 을지로에 신규 빌딩이 몰려 있다. 을지로2가 장교4지구에 신한생명 사옥, 명동 4지구에 대신증권 신사옥, 명동 3지구에 기업은행 BPR센터 등이 각각 들어선다. 김현진 교보리얼코 연구원은 "기존 사무실 공실도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올해 대규모 신규 공급이 이어지면 공실률이 치솟을 수 있다는 공포감이 건물주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공급 증가분 해소하려면 1~2년 걸려"
서울의 오피스 신규 공급은 매년 늘고 있다. 2010년(97만㎡)을 시작으로 2014년을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매년 30여개 안팎, 연면적 100만㎡ 이상씩 공급됐다.
문제는 사무실을 채워 줄 대형 임차인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강남권의 경우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서울 외곽으로 옮기는 기업이 많은 '강남 탈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 지하철 강남역 인근 삼성 서초사옥에 있던 삼성 화학 관련 계열사들은 지난해 롯데그룹에 인수되면서 사무실을 비웠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다음 달 중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로 이전한다. 도심권 상황도 녹록잖다. 광화문 일대 재개발 사업으로 2011년부터 대형 빌딩이 10곳 넘게 들어서면서 최근 준공된 새 빌딩은 공실률이 20~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차인 붙잡기 경쟁도 치열하다. 서울 을지로 A오피스의 경우 5년 이상 장기 임차하는 임차인에게 '6개월 무상 임대(rent-free)' 조건을 내걸었다. 여의도의 B빌딩은 임차인에게 인테리어 비용을 일부 지원한다.
강남의 빌딩 전문 중개업체 관계자는 "임대료 할인은 기본이고 임차인이 1~2개 층만 쓰면서도 회사 간판을 달겠다고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송기욱 젠스타 선임연구원은 "기업들의 위축된 투자 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한, 올해 신규 공급으로 인한 공실 증가분을 해소하는 데 최소 1~2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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