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南北관계의 '마지막 카드' 꺼내들었다

최재혁 기자 2016. 2. 1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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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전면 중단]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까지 靑, 核실험 당시엔 신중한 기류.. 美·日정상과 통화 후 결심 굳혀 "과거와는 차원 다른 조치 필요" "南, 개성공단 놔둔채 제재 요구" 中의 반발 차단하며 동참 압박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 카드를 뽑아 들었다. 이는 비(非)군사 분야에서 우리가 독자적으로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 수단이다. 개성공단 재가동 시점도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때까지'로 못 박았다. '무기한 폐쇄'나 다름없는 셈이다.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는 개성공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 NSC 상임위원회가 열렸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과 모든 인원 철수'란 결론이 도출됐고, 이를 전달받은 박 대통령은 그 즉시 최종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외교·안보 라인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도 단호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청와대는 '개성공단 철수' 카드를 검토했지만 신중한 기류도 만만치 않았다. 124개 입주기업에서 월 5000만달러(599억원)어치를 생산하고 있고, 공단이 폐쇄될 경우 상당한 규모의 우리 자산(資産)이 동결·몰수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의 인질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했다. 지난달 신년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지금 (개성공단 폐쇄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까지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며 "다만 이것은 전적으로 북한에 달렸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7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청와대 기류가 확 달라졌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의 미사일 도발이 (대통령의) 마음을 완전히 돌아서게 만들었다"고 했다. 주변국의 움직임도 자극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미사일 발사 때까지도 우리는 국제사회에 강력한 대북 제재를 요청해 놓고 확성기만 틀어놓고 있었다"며 "하지만 미국과 일본이 독자적 대북 제재를 들고 나오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북핵과 미사일은 우리의 문제로 우리가 해결을 주도해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다른 나라가 뭔가 해주길 기다리는 것은 안 된다'는 인식이 확고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한 참모는 특히 "대통령이 지난 9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연쇄 통화를 한 뒤 '개성공단 철수' 결심을 더욱 굳힌 것 같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북한이 평화를 파괴한 대가를 치르도록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관계자들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특히 우리와 국제사회가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개성공단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이용되는 상황이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뜻은 이날 NSC 상임위 긴급회의 결과와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낭독한 '정부 성명'에 그대로 묻어났다.

아울러 '개성공단 철수' 결단에는 중국을 압박하는 의미도 담겼다. 외교 당국자는 "그간 중국은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 보고 북한과의 거래와 교역을 끊으라고 하는데 그러면 한국은 왜 개성공단을 그대로 두느냐'는 식으로 반박해 왔다"고 했다. 중국으로선 '아무 일 없는 듯 돌아가는 개성공단'을 앞세워 대북 제재에 소극적인 자신들의 입장을 방어해 온 셈이다.

또 개성공단은 미국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대북 제재의 범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미국 조야(朝野)에서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은행·정부로 제재를 확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의 필요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현실화된다면 중국이 주된 타깃이 된다. 이와 같은 미국 내 강경 기류 속에서 '개성공단 가동'은 중국 측에 반발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세컨더리 보이콧이 현실화할 경우 개성공단은 닫기 싫어도 닫아야 한다"며 "이번 조치는 세컨더리 보이콧 실현 가능성이 커진 것과도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정부의 유일한 대북 제재 수단인 '개성공단 중단' 카드를 미국의 독자 제재로 인해 써보지도 못하고 버리는 것보다는 선제적으로 사용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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