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먼저 뼈아픈 결정".. 시진핑에 강력제재 동참 압박

2016. 2. 1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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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전면 중단]정부, 전격 결정 배경-변수

[동아일보]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방침은 10일 오전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전격 결정됐다. 이후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뜻을 모은 뒤 통일부가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런 숨 가쁜 과정을 거쳤지만 최종 결심은 박근혜 대통령의 몫이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협의에 이어 개성공단 가동 중단 방침까지 박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과의 수싸움을 직접 이어가는 모습이다.

○ 박 대통령, 개성공단 중단 직접 결심 박 대통령은 이미 지난달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부터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심각하게 고심해 왔다고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박 대통령이 북핵 실험 이후 대북 제재 방향에 대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가져올 정도의 새로운 제재” “상응하는 대가” 등의 표현을 쓴 게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우리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이고, 이것은 전적으로 북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 결정의 예고편이었던 셈”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이 핵실험 이후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이미 내비쳤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는커녕 장거리 미사일까지 발사하자 박 대통령은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앞서 박 대통령은 2013년 북한이 3차 핵실험 이후 개성공단 잠정 중단을 선언했을 때에도 개성공단 인력 전원 철수로 대응한 바 있다.

또 “북한의 핵 개발-경제 건설 병진노선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깨닫도록 해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소신을 실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핵 개발과 경제 건설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압박이다. 하지만 김정은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경우 대응 수단이 마땅치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은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혁 한반도 경제통일위원장은 “이해 당사자인 입주 기업을 비롯한 국민의 의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취한 조치이자 법적 근거 없는 조치로 전면 무효”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김근식 통일위원장도 “개성공단 폐쇄 방침은 실효성 없는 자해적 제재”라고 비판했다. ○ 북한 목줄 쥔 중국의 협조가 관건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은 국내외에 정부의 ‘결기’를 보이고 대북 제재 동참을 호소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을 ‘중국을 향한 메시지’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개성공단 운영이 중단되면 한국 기업들의 피해까지 감수해야 하는 만큼 정부로선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심을 거듭해야 했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중국에 강력한 제재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면서 우리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며 “한국이 이런 뼈아픈 결정을 내린 만큼 중국도 상당한 압박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의 목줄을 쥐고 있는 중국 정부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여전히 미온적이어서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실제 김정은이 한국 정부의 강경 대응을 예상하면서도 핵실험에 이어 미사일 발사까지 강행한 것은 중국이 북한을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무역의 90%, 원유 수입의 99%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이 대북 송유관의 밸브를 잠그면 북한 경제는 마비될 수 있다. 북한의 대외 금융거래는 대부분 중국이나 홍콩 마카오 등 중국권 은행을 통해 이뤄지고 있어 중국이 ‘금융 거래의 밸브’를 잠가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외화벌이 일꾼’들에 대한 통제 강화도 북한에는 큰 압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핵실험에 따른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중 변경 지역 협력은 더욱 활발해져 ‘제재하고 제재받는 사이’라는 것이 무색하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즉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발동한다면 역시 중국 기업이 가장 큰 대상이다. 중국 기업들이 반발하고 협조하지 않는다면 역시 효과가 줄어들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로서는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썼지만 중국의 협조 없이는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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