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여성표도 이탈 대선가도 '초비상'..전략 대수정
올브라이트·스타이넘의 젊은여성 유권자 비난 발언이 역풍 초래
참모 교체·보완 캠프재정비…여성표·흑인·히스패닉 집중 공략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대선 경선 두 번째 관문인 9일(현지시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에게 20%포인트 이상의 큰 표차로 대패한 것에 더해 그의 핵심 지지층으로 여겨졌던 여성표 대결마저 샌더스 의원에게 졌기 때문이다.
샌더스 의원은 60%의 득표율을 기록해 38%에 그친 클린턴 전 장관을 22%포인트 차로 제쳤다. 클린턴 전 장관이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0.25%포인트 차로 신승한 이후 뉴햄프셔의 지지율 격차가 10%포인트 안팎으로 좁혀지는 듯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20%포인트 이상 벌어진 것이다.
클린턴 전 장관이 이처럼 대패한 데는 마지막 보루였던 여성표가 무너진 게 한 원인으로 꼽힌다.
클린턴 전 장관은 아이오와에서 샌더스 의원을 0.25%포인트 차로 근소하게 이겼으나, 여성표만 놓고 보면 53%대 42%로, 샌더스 의원보다 11%포인트를 더 얻었다.
하지만, 뉴햄프셔에서는 여성표도 샌더스 의원에게 지면서 득표차가 예상보다 더 벌어졌다.
CNN 방송의 뉴햄프셔 출구조사를 보면 클린턴 전 장관은 여성 유권자로부터 44%를 지지를 얻는데 그쳐 55%를 기록한 샌더스 의원에게 11%포인트가량 뒤졌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이전에 실시된 월스트리트저널(WSJ)-NBC방송의 공동 여론조사에서도 샌더스 의원이 58%를 기록해 38%에 그친 클린턴 전 장관을 크게 앞섰다. 특히 45세 이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64%대 35%로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졌다.
클린턴 전 장관의 '첫 여성대통령' 도전이 무색해지는 기록들이다.
이 같은 현상은 클린턴 전 장관이 유권자의 변화와 개혁 요구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 채 이전과 같은 틀에 박힌 캠페인을 고수하는 동시에 기득권과 여성표에 안이하게 안주한 탓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뉴햄프셔에서는 프라이머리 직전 힐러리 진영의 두 여성 아이콘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과 유명한 페미니스트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막말'에 가까운 자극적 찬조 연설이 거센 역풍을 자초했다는 분석도 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지난 6일 젊은 여성 유권자들을 향해 "힐러리를 돕지 않는 여성들은 지옥에 특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고 주장했고, 스타이넘은 이보다 하루 전 언론 인터뷰에서 "(여성이) 젊을 때는 먼저 젊은 남자들이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한다. 지금 젊은 남자들이 샌더스 쪽에 가 있다"며 젊은 여성 유권자의 표심을 왜곡했다.
두 사람 발언 직후 젊은 여성은 물론 일반 유권자들로부터도 온갖 비난이 쏟아졌고, 결국 스타이넘은 트위터를 통해 공개 사과까지 해야 했다.
어쨌든 뉴햄프셔에서의 대패로 큰 타격을 입은 클린턴 전 장관은 문제점을 바로잡고 캠프를 재정비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신의 아성으로 여겨지는 3, 4차 경선 무대인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마저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두 곳마저 힘겨운 승부를 벌일 경우 이후 경선판은 갈수록 클린턴 전 장관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샌더스 의원이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고 판단한 클린턴 전 장관과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캠페인 참모 교체와 전략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클린턴 전 장관이 위기감을 느껴 문제를 즉각 바로 잡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전 장관이 핵심 참모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전략가 출신인 액설로드와 역시 오바마 대선 캠페인에서 일했던 조엘 베넨슨 등을 교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캠프를 재정비하는 동시에 여성표와 더불어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흑인, 히스패닉계 공략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전 장관은 그 일환으로 이미 교육부의 흑인 미디어 담당관 출신 데니스 혼을 캠프 공보팀에 영입했다고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가 보도했다. 오바마 재선 캠프에 몸담았던 혼을 발탁한 것은 흑인표가 많은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를 겨냥한 포석이다.
클린턴 전 장관이 뉴햄프셔 유세로 바쁜 와중에도 지난 7일 미시간 주 플린트 시를 직접 방문해 이 지역의 '납 수돗물' 사태를 규탄하고 2억 달러의 긴급 자금지원을 주장하고 나선 것도 흑인 표심을 염두에 둔 것이다. 납 수돗물 파문이 확산되는 플린트 시는 흑인밀집 지역이다.
하지만, 클린턴 전 장관의 이 같은 전략 수정이 먹힐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액설로드는 전날 트위터에 "별개의 캠페인에서 다른 인물로 구성된 참모진을 두고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면 문제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공개 비판했다. 클린턴 전 장관 자신이 변하지 않으면 전략 수정도 의미가 없다는 지적인 셈이다.
si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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