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맥 못추는데..크게 웃는 정유사, 속타는 항공사

장원석 2016. 2. 1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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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 마진 좋아져 작년 이익 5조"올해도 영업이익 늘어날 가능성"항공사들 연료비 부담 줄었지만환율에 발목잡혀 수익개선 어려움

정유업계엔 ‘원유 가격이 비쌀수록 실적이 좋아진다’는 속설이 있다. 그럴 듯하지만 유가와 정유업체 실적 사이에 확실한 연관성은 없다.

사실 정유업체의 실적은 유가보단 수급에 달려 있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4년까지 1%대였던 석유제품 수요 증가율이 지난해 2%대로 크게 개선됐다”며 “정유사가 적자 탓에 설비 증설을 미루는 등 공급은 제자리였는데 갑자기 수요가 늘면서 마진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가장 큰 원인은 산유국 간의 공급 경쟁이다. 가격이 떨어지면서 석유제품 수요는 늘었다.

원가는 낮아졌는데 수요 덕분에 석유제품 가격은 그만큼 떨어지지 않았다. 정제마진(원유 1배럴을 정제해 휘발유 등을 생산하고 남는 이익)이 좋아졌다는 의미다. 2011년 연평균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5.79달러였다.

이후 3년 연속 하락해 2014년 4.11달러까지 떨어졌지만 지난해 6.24달러로 반등했다. 국내 정유사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4.5달러 정도다.

덕분에 국내 정유 4사는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2011년에 버금가는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합계 5조원에 육박한다. 업계 1위 SK이노베이션은 1조9803억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2011년(2조9595억원)에 이어 역대 둘째로 많은 액수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 역시 각각 1조3055억원, 87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현대오일뱅크는 14분기 연속 흑자 기록을 이어갔다. 저유가로 수출금액은 2014년(273억 달러)보다 41.4%나 감소해 273억 달러에 그쳤지만 실속은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국내 정유사의 수출 중심 사업구조도 영업이익률을 높인 비결 중 하나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는 2015년 석유제품 생산량 9억5000만 배럴 중 45.5%인 4억3000만 배럴을 수출했다. 수출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4년(45.8%)과 비슷한 수준이다.

수출 대상국도 2014년 55개국에서 지난해 66개국으로 다변화해 수요 감소 리스크에 잘 대비했다.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등도 한국산 휘발유와 경유 등을 수입해 쓸 정도다.

지난해엔 불가리아·헝가리 등 동유럽으로 수출 영토를 넓혔다.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넘나들던 시기, 생존을 위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던 전략이 뒤늦게 빛을 보는 셈이다.

글로벌 석유회사의 실적은 반대였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은 지난해 약 8조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년 만에 최대치다. 엑손모빌도 4분기 영업이익이 57%나 줄었고, 셰브론과 로열더치셸은 신용등급 강등이란 수모를 당했다. 오정일 신영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석유회사는 정제사업보다 석유 개발 비중이 크기 때문”이라 고 말했다.

항공사는 웃지 못했다. 항공은 대표적인 저유가 수혜업종이다. 유가가 하락하면 항공유 부담도 줄어서다. 그러나 실적이 눈에 띄게 나아지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전년 대비 58.6% 증가한 6266억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당기순손실 규모는 더 커졌다. 유류비 절감으로 수익성은 개선됐으나 환율과 자회사 실적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강동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102억 달러 규모의 외화부채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마다 9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항공기 구입 차입금도 달러로 계산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이익을 내기 어렵다.

대한항공에 비해 단거리 노선 비중이 큰 아시아나항공은 상황이 더 안 좋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014년보다 줄었다. 단거리 노선은 저비용항공(LCC)과의 경쟁이 워낙 치열해 당분간 여객과 화물 전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유사와 항공사의 ‘희비쌍곡선’은 올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도연 연구원은 “유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지만 수요 증가가 신규 정제 능력을 초과하는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올해도 정유사의 영업이익이 30% 이상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여행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지만 유가 하락 효과가 올해 없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항공사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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