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타는 입주기업들 "시간적 여유를 줬더라면.."

2016. 2. 1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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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말미도 안 주고 일방통보.. 원자재·재고 피해 키워" 개성공단기업협·경제단체 반응

정부가 10일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하자 공단 입주기업으로 꾸려진 개성공단기업협회는 거세게 반발했다. 경제단체들도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개성공단의 정상 가동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SNG 대표)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면담한 뒤 “정부의 결정에 대해 재고를 요청한다”며 “기업의 피해 자체가 어떤 방법으로도 치유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을 내린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정기섭 회장과 입주기업 대표들이 굳은 표정을 보이고 있다.
이재문기자
이날 정부로부터 갑작스런 가동 중단 통보를 받은 정 회장은 “정부가 기업에 피해를 최소화할 말미도 주지 않고 전면중단 결정을 하고 일방 통보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시간적 여유를 줬더라면 원자재와 재고 철수를 통해 피해를 줄일 수 있었겠지만 연휴 마지막 날 조치를 취해 정부가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3년에도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이루어졌지만 재가동 합의 시 ‘어떤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북 정부가 개성공단을 운영하겠다고 기업에 공표했다”며 “이런 점을 보더라도 정부의 갑작스러운 조치는 기업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 조치를 발표한 10일 서울 율곡로 현대그룹 본사에서 당직 근무자가 로비를 지나가고 있다.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아산은 개성공단 개발권자로서 공단에서 숙박시설과 면세점, 주유소 등을 운영 중이며 시설 개·보수 공사도 맡고 있다. 그동안 건물 건립과 공장 설립 등 시설 투자에만 400억원 정도를 투입했다.
연합뉴스
협회는 이날 임원진 회의를 연 데 이어 주중 회원사 비상총회를 개최해 철수계획 등 후속 조치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이날 논평을 통해 “기업이 정상적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함에도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가 이루어진 것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124개 입주기업과 5000여 협력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실질적인 보전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북측도 남북 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의 미래를 살릴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10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개성공단 폐쇄관련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중앙회 관계자는 “입주기업 대표들이 바이어를 상대로 신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완제품 및 원부자재 반출 허용, 은행 대출 외에 정부의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무역협회도 논평을 내고 “개성공단은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도발 등 그간 북한이 저지른 여러 악재에도 명맥을 유지하면서 한반도 화해와 협력의 공간을 상징해왔다”며 “개성공단의 조업중단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무역협회는 “남북 경색 국면이 완화돼 하루빨리 개성공단이 정상 가동에 들어가길 희망한다”며 “특히 북한은 국제사회와 한반도의 평화를 거스르는 도발을 계속하는 한 투자하려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조속히 깨달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본부장은 “북한의 책임 있는 자세를 통해 이 상황이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을 내린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정기섭 회장이 굳은 표정을 보이고 있다.
이재문기자
개성공단 내 숙박시설인 송악프라자와 더불어 면세점, 한누리 주유소 등을 운영 중인 현대아산은 “하루속히 어려운 상황이 해결돼 개성공단 조업이 다시 시작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국가 차원에서 하는 조치에 대해 뭐라고 코멘트를 할 입장이 아니다”면서도 “엄중한 상황을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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