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에 좌절해도..'기회 균등' 믿기에 버텨요"

김종원 기자 2016. 2. 1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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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혹시 '이생망'이라는 말 들어보셨는지요. '이번 생은 망했다'의 줄임말로, 요즘 젊은이들이 자주 쓰는 자조적인 표현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힘으로는 상황을 바꿀 수 없다고 느낄 때 이런 말을 하는 건데요.

SBS 연중기획 '함께 만드는 기쁨' 오늘(10일)은 치열하게 사는 이른바 흙수저 젊은이들이 왜 좌절하는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김종원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새벽 4시, 서울 노량진 학원가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발길을 재촉하는 학생들, 걷는 시간조차 아까워 손엔 책이 들려 있습니다.

이렇게 모인 학생들은 긴 줄을 이루고, 거리는 그대로 독서실이 됐습니다.

[무슨 줄이에요?]

[공무원 준비생 : (아침 6시) 학원 열기 전에 와서 앞자리에 앉기 위해서 지금 대기하는 줄이에요.]

치열한 자리 잡기로 시작된 수업은 오후 1시나 돼야 끝이 납니다.

[식당주인 : 여기는(노량진 학원가) 1시부터 식사시간이거든요. 1시 반까지. (딱 30분이요?) 그렇죠.]

이나마도 돈과 시간을 아끼기 위해 길에 그냥 선 채로 컵밥으로 때우는 학생들.

['밥은 앉아서 먹어야 한다.' 뭐, 그런 게 있잖아요?]

[공무원 준비생 : 그런 생각할 겨를 없이 밥을 빨리 먹어야겠단 생각이 더 크기 때문에 (컵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있습니다.)]

이것마저도 아까울 땐 아예 수업시간에 간식으로 대충 끼니를 때웁니다.

[신민영/경찰공무원 준비생 : 수업시간에 졸고 싶지 않아서, 포만감에 잠이 올 수도 있으니까, (쉬는 시간에) 빵이나 계란이나 과일 같은 거로 (점심을 대신해요.)]

취업 전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전쟁 같은 일과를 하루하루 견뎌내는 젊은이들.

[이지민/경찰공무원 준비생 : 지금은 고시원에 혼자 있어서 (힘들어요.) (이런 생활을) 오래 하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금수저와 흙수저로 대변되는 현대판 신분제도 이야기가 나올 때면 힘이 쭉 빠집니다.

[공무원 준비생 : 누가 면접을 보러 갔는데 '알고 보니 내부 채용자가 정해져 있더라', 뭐 이런 얘길 들으면서 상실감도 느껴지고.]

청춘들이 이 아프고 고된 생활을 버텨낼 수 있는 건 딱 한 가지 믿음 때문.

[공무원 준비생 : 제가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열심히 하는 것 같습니다.]

금수저든 흙수저든 누구든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기회를 똑같이 보장받을 수 있다는 이 믿음을 지켜주는 것이 다 함께 기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영상편집 : 장현기, VJ : 김준호)

김종원 기자terryab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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